인기 기자
'사람'을 사랑했던 구본무 회장 별세
고인 뜻에 따라 3일 가족장으로 검소하게 장례…'인화'를 실천한 경영계의 모범
2018-05-20 17:52:07 2018-05-20 17:52:07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물불을 안 가릴 정도로 정열이 넘쳤지만, 일이 끝나면 직원들과 함께 어울리며 막걸리를 즐기는 호탕한 성격이었다.”
 
구본무 회장을 기억하는 옛 LG맨들은 그와의 인연을 '아름다운 시절'로 기억했다. 그들은 남녀노소 구분 없이 모든 사람에게 진실로 대했던 구 회장을 가리켜 ‘사람을 사랑했던 경영자’였다고 말한다. 새를 좋아하며 자연과 사람에게 다가섰던 그가 20일 향년 73세로 별세했다.
 
구본무 LG 회장이 20일 오전 9시52분 서울 대학로 서울대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사진/LG
 
1945년 2월10일 경상남도 진주에서 태어난 구 회장은 연세대를 거쳐 미국 애슐랜드 대학교를 졸업했으며, 클리블랜드 주립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75년 LG화학 심사과장으로 입사한 그는 1981년 LG전자 이사로 승진, 재계 3세들 가운데 처음으로 경영 대열에 합류했다. 20년간 아버지 구자경 명예회장으로부터 혹독한 경영수업을 받은 후 1995년 회장직에 올랐다. 취임사에서 ‘초우량 LG’라는 방향을 제시한 구 회장은 ‘정도경영’, ‘일등LG’, ‘고객가치’, ‘기술개발’, ‘인재육성’ 등의 키워드를 강조했다. 이를 관통하는 기반은 사람 간의 화합을 뜻하는 '인화'다.
 
회장 취임 2년 만에 닥친 외환위기를 슬기롭게 넘긴 그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자·화학·통신서비스 3개 핵심 사업군으로 재편해 LG를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 회장 취임 전 LG그룹의 매출규모는 1994년 30조원대였지만, 지난해에는 160조원대로 5배 이상 늘었다. 해외 매출은 같은 기간 약 10조원에서 110조원으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임직원 수도 같은 기간 약 10만명에서 약 21만명으로 늘었다. 이중 8만여명이 200여개 해외 현지법인과 70여개 해외 지사에서 근무 중이다.
 
구 회장의 타계로 그룹 경영권은 외아들인 구광모 LG전자 B2B사업본부 사업부장(상무)이 승계한다. 유교적 가풍의 ‘장자 상속’ 원칙에 따른 것이다. 구 상무는 내달 29일 열릴 ㈜LG 임시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LG는 그룹의 지주회사다. 구 상무는 ㈜LG 지분 6.12%를 보유하고 있다. 고인의 지분 11.06%를 물려받으면 삼촌인 구본준 부회장(7.57%)를 제치고 1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LG는 LG화학(33%), LG전자(34%), LG생활건강(34%), LG유플러스(36%) 등 주력 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다.
 
1978년생으로 서울 경복초교, 영동고교를 거쳐 미국 로체스터 공대를 졸업한 구 상무는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 대리로 입사하며 경영수업에 입문했다. 주요 요직을 거친 그는 2014년 ㈜LG 경영전략팀 상무로 승진,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획하고 계열사 간 시너지 제고를 지원했다. 올해부터는 LG전자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B2B사업본부의 정보디스플레이(ID)사업부장을 맡았다.
 
한편, 빈소는 이날 오후 고인이 마지막 입원 치료를 받았던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장례는 조용하고 간소하게 치르기를 원했던 고인의 유지와 유족들의 뜻에 따라 비공개 3일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가족 외의 조문과 조화는 정중히 사양키로 했다. 빈소는 상주인 아들 구광모 상무와 부인 김영식씨, 딸 연경·연수씨, 동생 구본준 부회장 등 가족들이 지키고 있다.
 
그럼에도 주요 인사들의 조문은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빈소에 조화를 보냈고, 장하성 정책실장이 조문할 예정이다. 재계 인사들 가운데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장 먼저 빈소를 찾았다. LG 측은 “연명치료는 하지 않겠다는 고인 뜻에 따라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영면에 들었다”고 말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