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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특활비 수수' 문고리 3인방 징역 4~5년 구형
검찰 "사적 이익 탐해"…이재만·정호성 "참담"·안봉근 "송구"
2018-05-21 16:54:21 2018-05-21 16:54:21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검찰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혐의를 받는 '문고리 3인방'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안봉근 전 제2부속비서관·정호성 전 제1부속비서관에게 실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영훈) 심리로 열린 세 전직 비서관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이 전 비서관과 안 전 비서관에게 각각 징역 5년과 벌금 18억원을 구형했다. 안 전 비서관에게는 별도로 추징금 1350만원을 구형했고 정 전 비서관에게는 징역 4년과 벌금 2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사적 이익을 위해 국가 예산을 장기간 상납받아 건전한 국가 시스템을 무너뜨렸다. 또 비서관 책무를 망각하고 사적인 이익을 탐했다"며 "이는 대통령 탄핵과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난 원인 중 하나가 됐다. '문고리 권력'이 기반이 됐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과 피고인들 관계를 생각할 때 피고인들은 변명과 달리 적극적으로 사건을 수행하고 실행했다. 과정의 하나가 됐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자신의 이득을 위해 윗사람에게 복종하고 나아가 편승하지 않았느냐고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대통령의 맑은 눈과 귀가 돼야 하는데 부정한 사적 이득을 취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 국민에게 진실을 밝혀야 하는데 비판을 면하기에만 급급했다"고 강조했다.
 
이 전 비서관 변호인은 "이미 국정원 자금을 청와대에서 받기로 의사결정이 이뤄진 상태에서 비서관 지위에 있던 피고인이 대통령 지시를 거부한다는 게 일반인 관점에서 가능한지 생각해봐야 한다.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호소했다. 안 전 비서관 변호인도 "대통령에게 누를 끼치고 국민께 씻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른 점에 대해 반성하고 잘못을 인정한다. 과연 여기 있는 누구라도 그 자리에 있었다면 깨끗하게 (특활비 수수를) 거부할 수 있었을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경위를 고려해 피고인에게 선처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이 전 비서관은 최후 진술에서 "먼저 국민께 진심으로 사죄 말씀드린다. 제게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다 보니 이번 사건에 관여하게 됐다. 직무의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박 전 대통령님께 너무나 죄송하다. 참모로서 '왜 더 잘 모시지 못했을까'라는 뒤늦은 후회로 너무 괴롭고 참담하다"며 "제 행동이 이렇게 큰 문제가 될지 '왜 그때는 몰랐을까' 자책하고 뉘우치고 있다.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재판부 결정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죗값을 치르겠다"고 말했다.
 
안 전 비서관은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주어진 업무를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형 생활 중 짚어보니 조금 더 깊이 생각해서 일 처리를 했었더라면 박 전 대통령에게 누가 되지 않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많았고 저 자신이 많이 부족했다는 것을 느꼈다"며 "검찰 조사와 재판을 받으며 많이 반성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국민께 다시 한번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송구스럽고 죄송하다"고 밝혔다.
 
정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을 모시고 일하는 동안 나름대로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했다. 부정부패에 연루되지 않고 깨끗하게 공직생활을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특히 절제하면서 생활했다"며 "이렇게 뇌물 혐의로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에 대해 참담하고 많은 회한이 든다. 제가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과 안 전 비서관은 지난 2013년 5월부터 2016년 7월까지 박 전 대통령 지시로 매달 5000만원에서 2억원에 이르는 국정원 특활비를 뇌물로 수수하고 국고 손실을 초래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구속기소 됐다. 안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 등과 공모한 것과 무관하게 2013년 5월부터 2015년 초까지 국정원 관계자에게 수차례에 걸쳐 1350만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도 있다. 이전까지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이 전 비서관과 안 전 비서관은 18일 재판부의 보석청구 인용으로 석방돼 이날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나왔다.
 
정 전 비서관은 안 전 비서관과 함께 2016년 9월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활비 2억원을 수수한 것과 관련해 공범으로 기소됐다. 한편 정 전 비서관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최순실씨에게 청와대 문건 180여건을 건넨 혐의(공무상비밀누설)로 2016년 11월 구속기소 돼 징역 1년6개월 실형을 확정받고 4일 만기 출소했다. 
 
세 전직 비서관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은 다음 달 21일 오전 10시 열린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만(왼쪽부터)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안봉근 전 제2부속비서관, 정호성 전 제1부속비서관이 21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결심 공판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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