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독전’ 류준열 “앞으로 이런 영화 만날 수 있을까요?”
데뷔 4년 만에 장르 영화 주인공 꿰찬 ‘초짜’ 신인
스스로 자신을 ‘초짜’라고 부르는 충무로 대세
입력 : 2018-05-23 17:05:22 수정 : 2018-05-23 17:05:22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시간은 모든 것을 소멸시킨다. 그만큼 시간은 존재하는 모든 것의 이미지를 바꾸고 지우며 또 반대로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 배우 류준열을 처음 만났던 것은 불과 4년 전 영화 ‘소셜포비아’에서다. 치아교정기를 낀 채 속사포 수다를 터트리는 그의 모습은 날 것 그대로였다. 사실 연기인지 실체인지 구분하기 힘들었다. 독립영화 특유의 톤 앤 매너가 발휘된 지점도 있을 듯 했다. 그리고 이듬해 그는 인생작 ‘응답하라 1988’에 등장했다. 당대 최고의 인기 드라마 시리즈에 그가 합류했다. 주역이다. 데뷔 1년에 불과한 그가 선택됐다. 전국은 ‘정환(극중 류준열이 연기한 캐릭터) 신드롬’이 불었다. 신드롬은 그를 충무로 주역으로 끌어 올렸다. 그럼에도 유명세를 발판으로 대작 영화 주역만을 노리지도 않았다. 필모그래피를 보면 알 수 있다. 자신의 색깔을 최적화 시키는 방법을 불과 4년 만에 터득한 듯 했다. 영화 ‘독전’의 ‘락’은 류준열이기에 가능한 완벽한 배역이자 캐릭터였다.
 
배우 류준열. 사진/NEW
 
언론 시사회가 열린 뒤 며칠 뒤인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류준열을 만났다. 워낙 마른 체형이지만 더욱 살을 뺀 듯한 모습이다. 최근 촬영 중인 영화 캐릭터를 위해 조금(?) 필요한 듯 해서 선택한 다이어트란다. 그는 멋쩍은 듯 웃으며 인사를 한다. ‘응답하라’ 종영 이후 만난 뒤 3년 만이다. 그럼에도 며칠 전 만난 것처럼 기억을 하고 먼저 반갑게 인사를 건내줬다. 그때나 지금이나 유쾌함은 여전했다.
 
“’응답하라’ 때는 그저 달리기만 했던지 종영 이후 감기 몸살이 나서 목소리도 안 나오고 진짜 고생했었거든요. 기억나시죠? 그때(웃음). 이번에는 그래도 나름 몇 번의 경험이 쌓여서 그런지 컨디션 조절도 하면서 지내요. ‘독전’ 촬영이 끝났지만 영화 ‘뺑반’도 아직 촬영 중이고. ‘뺑반’에서 인물 성격이 좀 바뀌는 지점이 있어서 살을 좀 뺐어요. 전 찌우는 것보단 빼는 게 훨씬 편해서. 하하하. 지금 한 63KG 정도 되는 것 같아요.”
 
평소 때의 류준열은 정말 활기 넘치고 에너지 강한 또래의 남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스스로에 대한 스타의식도 전혀 없다. 지금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주말마다 동네 축구 모임에 나가 경기를 뛰며 지인들과 살을 부대낀다고. 이날 역시 감추는 것 없이 격이 없게 웃고 떠는 모습으로 일관했다. 사실 배우로서 조금의 포장과 꾸밈도 필요해 보일 듯 할 텐데 말이다.
 
배우 류준열. 사진/NEW
 
“하하하. 그게 뭐라구요(웃음). 그냥 전 연기하는 게 직업인 사람인데. 에이 그냥 제 일을 사랑하는 직업인일 뿐입니다. 그런 건 태생적으로 잘 안되요. 아니 못해요. 지금도 경기에 오랜만에 나가면 같이 축구하는 멤버 형들이 ‘요즘 한가한가봐’라며 놀린다니까요. 그냥 주변에선 절 배우나 연예인이 아닌 류준열로 봐주세요. 저도 그게 편하고. 같이 경기하다 골 못 넣으면 막 욕먹고 욕도 하고 그래요. 하하하.”
 
축구 동료들의 그런 농담 때문일까. 아니면 시간이 만들어 낸 류준열의 내공 때문일까. 요즘 충무로에서 가장 잘 팔리는 배우가 바로 류준열이다. 감독들이 가장 사랑하는 배우 중 한 명이 됐다. 그만큼 연기력 그리고 자기 관리에서 류준열은 가장 믿고 쓸 수 있는 배우 중 한 명이다. 평소 술 담배도 안하고 운동으로 모든 스트레스를 풀 정도의 축구광이다. 영국 축구장 깜짝 등장은 이제 유명한 에피소드다.
 
“너무 과찬이세요. 그저 잘한다고 칭찬해 주시니. 그런 게 있잖아요. ‘잘한다 잘한다’ 그러면 뭔가 더 신이 나서 하게 되는. 제가 그런 타입 같아요. 하하하. 요즘 많이 신나서 몸이 힘든지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열심히 하는 거죠. ‘독전’도 그런 시기에 들어왔는데, 제가 시나리오를 한 번에 보는 타입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이건 한 번에 쫙 읽었어요. 처음이에요. 원작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나중에 있단 걸 들었죠. 사실 진짜 놀라운 건 이해영 감독님이 연출이란 점이었어요.”
 
배우 류준열. 사진/NEW
 
평소 이해영 감독의 팬임을 스스럼없이 밝혀온 그다. 이번 ‘독전’은 시나리오만 먼저 읽었다. 그런데 이해영 감독이 연출작이란 점에서 두 가지가 놀라웠다고. 전작과 전혀 다른 결의 작품이란 점에서 놀라웠고, 막연히 떠올린 이해영 감독과의 작업 희망이 뜻하지 않게 이뤄진 점에서 두 번째로 놀랐다. 현장에서 그렇게 만난 이해영 감독은 류준열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락’이란 인물은 아무것도 알려진 게 없어요. 심지어 대사도 별로 없어요. 어떻게 보면 ‘날로 먹겠다’는 생각도 있었죠. 그런데 대사가 없으면 쉬울 것 같으시죠? 정말 죽는 줄 알았어요. ‘락’의 생각과 의도가 전혀 파악이 안되는 거에요. 감독님께 ‘락을 이해할 수 있는 레퍼런스를 달라’고 말씀 드렸죠. 그랬더니 ‘네가 레퍼런스인데’라고 하시는 거에요. 하하하. 저의 느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주셨어요. 그래서 지금도 영화를 보면 노르웨이 촬영 분이 제일 마음에 들었던 이유이기도 한 것 같아요.”
 
쉽게 말하는 듯 하지만 사실 ‘락’은 ‘독전’에서 가장 복잡한 내면을 소유한 캐릭터다. 모든 인물들의 설명 자체가 거의 생략된 스토리 가운데에서도 ‘락’은 그냥 불쑥 튀어나온 듯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감정을 표현하는 장면도 거의 없다. 속내를 드러낼 법도 하다가 이내 뭉뚱그린다. 단 한 번 딱 한 번 원호(조진웅)와의 노르웨이 만남에서 감정과 속내를 드러낸다.
 
배우 류준열. 사진/NEW
 
“제가 생각했던 그리고 느꼈던 ‘락’은 참 외로운 작은 사람이었어요. 자신에 대해 찾고 싶은 욕망이 컸을 듯 해요. 자기 스스로도 자신을 모르는 것 같으니. 그래서 노르웨이에서 원호를 만나면서 쏟아낸 대사가 너무 이해가 됐어요. 자신보다 자신을 더 잘아는 사람이 그 먼 곳까지 찾아왔으니. 고맙죠. 사랑? 그것보단 어떤 만족감이나 설명이 안 되는 그런 감정 같아요. 이 영화 자체가 어떤 반전에 핵심을 둔 게 아니라 존재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것이라고 생각했죠. 외로움에 대한 얘기? 감독님도 동의를 해주셨고.”
 
스토리 자체의 무게감과 어둠도 짙은 작품이지만 출연한 배우들의 무게감도 역대급이다. 현재 국내 영화계에서 ‘연기’로만 따져도 내로라하는 스타급들이 총출동했다. 그 중심에 류준열이 섰다. 데뷔한 지 얼마 안된 초짜(스스로 이 단어로 자신을 표현함)가 이런 기라성 같은 배우들과 함께 한단 것만으로도 그는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이었단다.
 
“하~앞으로 제가 이런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요?(웃음). 첫 리딩 때 사실 배우들은 어느 정도 어떻게 연기를 할 것인지를 그리고 참여를 해요. 상대 배우들이나 동료들도 예상을 하구요. 근데 ‘독전’에선 다들 굉장히 드라이한 느낌으로 하셨어요. 그래서 더 상상이 안됐어요. ‘이 선배님들이 대체 뭘 어떻게 하실려고 이러시지’라고. 그리고 현장에서 본 느낌은 하하하. 정말 엄청났어요. 특히나 고 김주혁 선배는 엄청난 긴장감이 느껴질 정도로 살벌했어요. 그 말수도 없고 편안한 분이 어떻게 저렇게 돌변하는지 너무 놀라웠었죠. 해준 선배도 촬영만 들어가면 미친 사람이 됐어요. ‘진하림’의 오른팔이자 연인인 ‘보령’을 연기한 진서연의 연기에선 다들 넋을 놓고 봤어요. 전 완전 비교도 안됐어요. 하하하.”
 
배우 류준열. 사진/NEW
 
충무로에서 어느덧 가장 잘 팔리는 배우가 됐다. 사실 다작이다. 스스로에 대한 조바심이 들 수도 있는 듯한 분위기다. 너무 달리는 느낌도 든다. 어느 순간 모든 것을 소비한 채 껍데기만 남기도 모든 것이 사라질 수도 있다. 류준열은 그런 것을 두려워하는 모습은 없다. 배우라면 그런 지점을 조심해야 하는 것도 분명하다. 소비와 쓰임의 법칙에서 배우들은 스스로의 무게점을 잘 찾아야 한다. 그는 어느 쪽 일까.
 
“음~뭐랄까. 그런 조바심은 우선 없어요. 감사하게도 쉼 없이 작품이 들어오고 그렇게 달리다 보면 어떤 지점에 도달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한 적도 있구요. 사실 이렇게 달리다 보면 ‘나 스스로 무슨 조바심을 느끼나’란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단 걱정을 해보기도 했어요. 하지만 전 아직도 배울 게 너무도 많은 초짜인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구요. 촬영 전 조진웅 선배와 이해영 감독 그리고 저 3명이 미팅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진웅 선배님은 막 의자에서 일어나서 소리도 치고 액션도 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전하시더라구요. ‘진짜 즐기는 구나’ ‘진짜 열정으로 대하는 구나’란 게 느껴졌죠. 그래야 한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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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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