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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단체 중심 '뉴스 전문 포털' 출범해야…포털은 '일반 검색' 기능만"
온신협, 언론·포털 종속관계 탈피 방안 토론회…"언론사 디지털 혁신 필요" 자성 목소리도
2018-05-28 17:21:22 2018-05-28 17:21:22
[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뉴스 소비만을 위한 '뉴스 전문 포털'이 출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언론과 포털의 종속 관계 탈피를 위해 포털은 본연의 기능인 '일반 검색'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28일 서울시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온라인신문협회 주최로 열린 '언론과 포털, 동반자인가 적대자인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포털 중심의 뉴스 소비 시장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언론과 포털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자리에선 포털 중심의 뉴스 소비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안으로 뉴스 전문 포털 도입이 제시됐다. 이완수 동서대 영상매스컴학부 교수는 "한국인의 포털 뉴스 소비 비율이 77%를 기록했다"며 "이미 고착화한 포털 중심의 뉴스 소비 구조를 바꿀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대안으로 주장한 뉴스 전문 포털이란 모든 언론사가 포털에서 완전히 탈퇴해 독자적인 뉴스 포털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방송편집인협회 등 언론 유관 단체들이 협의해 객관적인 뉴스 편집·배열 등을 정하고 저널리즘 신뢰도를 끌어올리는 방안이다. 이를 통해 네이버, 카카오 등 기존 포털사는 일반 검색 기능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이 교수는 뉴스 전문 포털을 만드는 과정에서 특별 예산 등 정부 역할과 법제화 등 국회 역할도 함께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네이버가 지난 9일 내놓은 뉴스 댓글 서비스 개선안이 미흡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선호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네이버가 뉴스판을 만들어 뉴스 배열에 개입하지 않고 아웃링크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근시안적 대책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미 네이버 등 포털 뉴스 소비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언론사가 포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플랫폼에서 벗어나는 게 근본적인 사업 구조 변화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네이버가 언론사에 아웃링크 도입 여부를 맡긴 것은 뉴스를 팔아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 모델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자세"라고 말했다.
 
박현갑 한국온라인신문협회장 역시 "언론사는 공공성을 기반으로 한 가치지향적 조직"이라며 "언론의 공공성을 이익 추구 기업인 포털사에 맡기면 안 된다"고 말했다.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역시 "포털은 의제설정과 여론형성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저널리즘 기능을 수행한다는 관점이 있다"며 "포털 사업자는 '공개성', '투명성'과 더불어 이 과정에서 정부의 '적절한 역할 개입'도 필요하다"고 말해 박 협회장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언론사에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저널리즘의 본질이 훼손된 상황에서 포털에만 모든 문제를 뒤집어씌우면 안된다는 주장이다. 임종섭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지난해 로이터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언론 이용자의 뉴스신뢰도는 36개국 가운데 꼴찌"라며 "(국내 뉴스) 흡입력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나연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언론사들이 웹·모바일·앱 혁신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의문"이라며 "디지털미디어 시대에 맞는 언론사 플랫폼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언론과 포털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는 "네이버는 2008년 '뉴스캐스트' 등을 놓고 언론사와 갈등을 겪었다"며 "이후 드루킹 사건과 같은 정치적 사건이 연계되면서 포털의 과도한 영향력에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지난 2009년 첫 화면 뉴스 섹션을 언론사가 직접 편집하는 뉴스캐스트를 도입한 데 이어 2013년에는 뉴스스탠드 서비스를 제공하며 네이버 첫 화면에 신문 가판대를 만들었다. 그러나 언론사 홈페이지 유입이 줄고 네이버의 자체 편집 뉴스가 더 많이 읽히는 등 부작용이 발생해 비난을 받았다. 송 교수는 올 하반기 중에 학계, 포털, 언론사, 시민단체 등이 함께 ▲아웃링크 실효성 ▲수익배분 원칙 ▲인터넷 상호감시체계 등을 조사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이같은 언론과 포털의 갈등 문제는 결국 시민의 알권리와 편의성 중심으로 공론장의 활성화 관점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온라인신문협회는 28일 서울시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언론과 포털, 동반자인가 적대자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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