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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건설수주, 질적개선 나타나
건당 수주규모 커져…"어닝쇼크 교훈, 선별수주 노력"
2018-05-31 15:45:04 2018-05-31 16:03:20
[뉴스토마토 임효정 기자] 건설사들의 해외수주가 질적으로 개선된 모습이다. 전보다 고가수주가 늘어나는 추세다. 그동안 양적 팽창에 치우치며 지적됐던 저가수주 문제점을 줄이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해외시장 진출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힘을 보태고 있다. 다만 해외 건설현장에도 근로시간 단축이 적용될 경우 비용 증가, 공사기간 지연 등으로 경쟁력이 위축되는 것 아니냔 우려도 제기된다.
 
31일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국내건설사의 올해 해외수주액은 이날까지 135억6539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34억4380만달러)과 비슷한 수준이다. 같은기간 수주건수는 262건으로 전년 대비 10% 감소했다. 수주액은 비슷하지만 건수가 줄면서 건당 수주규모가 늘어난 것이다.
 
 
국내건설사들의 해외사업 수주가 양적 확대보다 질적 향상 기조로 전환되는 모습이 뚜렷해졌다. 공격적인 해외수주로 인한 부작용이 어닝쇼크로 드러난 영향이 주효했다. 그러면서 건설사들은 질적 성장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국내 건설사의 해외건설 수주는 지난 2010년 716억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중동을 중심으로 저가 출혈 수주를 펼쳐온 결과다. 하지만 이는 해외사업부실로 되돌아왔고 국제유가 하락과 맞물리면서 지난 2016년 282억달러로 수주실적이 곤두박질쳤다.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건설사들이 과거와 달리 선별수주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당시 교훈이 컸기 때문에 무리하게 하지 않겠다는 기조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적 확대의 주 무대가 됐던 중동 지역의 의존도도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해(1월~5월) 중동 지역 수주액은 89억4433만달러로, 전체 해외수주액 가운데 67%가 중동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올해 5월까지 중동지역 수주액은 38억8539만달러에 그쳤으며 비중도 30%에 못 미쳤다. 가장 많은 해외 지역은 아시아(79억5777만달러)로, 전체 수주액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태평양·북미, 유럽, 아프리카, 중남미 모두 전년 대비 수주액이 증가했다. 지역에 따라 많게는 3~4배까지도 늘었다. 
 
최근 유가 상승이 이어지고 해외시장 진출 여건도 나아가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신중을 기하는 모습도 보인다. 김 연구위원은 "아직까지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대부분 어닝쇼크 손실을 털어 냈고, 유가 상승 등 여건도 좋아 하반기부터는 움직임이 일 것으로 보인다"며 "다음달 해외수주를 지원하는 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가 출범하며 여건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복병도 있다. 7월부터 시행될 근로시간 단축이 해외건설현장에 적용될 경우 원가상승, 공사기간 지연 등 문제가 뒤따를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정부는 해외 건설현장에서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내달 중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시장에서 한국기업의 장점은 공기를 잘 맞추는 부분"이라며 "해외건설현장에도 근로시간단축이 적용될 경우 국내 건설사의 경쟁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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