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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VR기술로 수술 연습…김일 서지컬마인드 대표 "의료 패러다임 바꿀 것"
백내장수술 숙련도 향상 기대…연세대 안과 교수진과 협업
"이비인후과·성형외과 시뮬레이터도 개발…아시아·유럽 진출 목표"
2018-06-07 06:00:00 2018-06-07 06:00:00
[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서지컬마인드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기술 기반의 수술 시뮬레이터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2017년 6월 설립된 스타트업 벤처기업이지만, 혁신적인 기술력이 벌써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서지컬마인드의 의료 VR 트레이닝을 이용하면 각종 수술법을 연습하고 훈련할 수 있다. 단순 체험이 아니라 가상현실에서 느끼는 시각, 청각, 촉각이 수술 환경과 초정밀하게 부합해 의료계에서도 의료 VR 트레이닝에 대한 수요와 기대가 높다. 국내 최고 수준의 의료 교수진들이 나서 서지컬마인드를 지원한다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서지컬마인드를 이끌고 있는 김일 대표이사는 수술 시뮬레이터 기술로 의료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VR트레이닝업체 서지컬마인드, VR게임업체 매니아마인드, 한국VR산업협회 이사. 김일 대표이사의 명함은 3개다. 20년 동안 게임업계 종사하며 히트작 제조기로 불렸던 김 대표는 VR에 도전하겠다며 안정적인 회사를 박차고 나와 매니아마인드를 2013년 창업했다. 불모지였던 VR산업을 주도하며 한국VR산업협회 창립도 이끌었다. 1세대 VR전문가로 정평이 난 그는 우연한 기회에 헬스케어 산업을 주목하게 됐고, 이젠 서지컬마인드에 인생을 걸었다고 말한다.
 
 
"게임업계 동료가 의료 쪽으로 이직을 하게 되면서, 중독 치료 관련 컨텐츠를 VR로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그 후 자연스럽게 의료 관련 VR에 대해서 관심이 생겼다. 전문가들을 만나면서 의료 VR 트레이닝 수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사업에 뛰어들게 됐다."
 
숙련된 외과의사가 되기 위해선 1.5만~2만 시간의 수술 수련이 필요하다고 알려진다. 하지만 현재 의료교육 환경에선 수련의들이 충분한 외과 수술 경험을 쌓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수련의 주당 근무시간은 유럽이 48시간, 미국이 80시간, 우리나라도 80시간이다. 이런 법정 근무시간으로는 충분한 숙련을 마치기 어렵다는 의미다. 김 대표는 의료 VR 트레이닝 구현을 위해 백내장 질환에 주목했다.
 
"수술 숙련도 문제는 한국에서 시술 횟수가 가장 많은 백내장 질환에서 더욱 부각되고 있다. 백내장은 노화, 외상 등의 이유로 안구의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질병이다. 국내에서만 연간 40만회 수술이 진행된다. 60대의 50%, 70대의 80%가 수술 대상으로 백내상 수술이 흔하지만, 수술 경험 없이 전공의 과정을 마치는 경우도 발생한다. 섬세하고 민감한 수술인 만큼 환자들이 레지던트 수술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회사가 개발 중인 수술 시뮬레이터는 실제 사람 눈의 구성 요소와 움직임을 완벽하게 구현한 프로그램이다. 1㎜ 이하의 정밀도를 갖춘 시뮬레이션 도구를 이용해 실제 백내장 환자를 수술하듯이 연습하는 방식이다. 백내장 시술 시에 현미경 기능을 VR로 구현했고, 시뮬레이션 도구를 통해서 손의 모션캡처 기술을 도입했다. 실리콘 재질로 눈의 물성과 촉감의 재현 효과를 냈다.
 
효과 검증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안과 교수진과 협업으로 진행된다.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수술 숙련도가 효과가 있는지 검증에 나설 예정이다. 교수진은 관련 논문을 작성해 안과협회에서 발표할 계획이다. 올해 안에 제품 출시가 목표다. 기술 고도화를 거듭해 계속 버전을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백내장 수술 교육에 VR 시뮬레이션을 도입하면 수술 실력을 빠르고 안정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인명사고의 위험 요소 제거할 수 있다는 장점이다. 전문 교육자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데다가 수치화된 객관적인 평가와 레벨 조정이 가능하다. 가격 경쟁력도 장점이다."
 
김 대표는 대표적인 백내장 수술 시뮬레이터인 '아이시 서지컬(Eyesi Surgical)'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세계에서 누적 300대 이상이 팔린 아이시 서지컬은 백내장 수술 시뮬레이터의 선도주자이다. 국내에선 2대 판매에 그쳤다. 효과는 우수하지만 가격이 4억원에 달해 좀처럼 구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높은 유지보수 비용도 단점이다. 하드웨어 기기 중심이어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제한된다. 이런 이유로 전공의들이 돼지눈이나 토마토껍질로 연습을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경쟁제품의 장점은 흡수하고 부족한 부분은 개선한 것이 서지컬마인드 VR 트레이닝의 장점이다. 광학카메라, 수술모형, 매스기구, 머리장착디스플레이 등 간단한 VR 솔루션 구성으로 판매가격을 기존 제품 대비 10분의1 수준으로 줄였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노트북과 기본 장비만 있어도 연습이 가능하다. 온라인에 기반한 실시간 제품 업데이트가 가능하고, 유지보수 비용이 저렴하다."
 
김 대표는 백내장뿐 아니라 성형외과, 이비인후과, 신경외과, 심장·뇌 수술 등으로 트레이닝 솔루션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비인후과의 경우 귀, 후두부 현미경 수술, 성형외과의 경우 전신성형 수술, 신경외과의 경우 뇌·척추 수술 등을 타깃으로 국내 유수의 의과대학 의료진과 개발 논의 단계다.
 
"기존 제품은 특정 시술에만 활용이 제한돼 시장이 파편화된다. 하지만 VR를 이용하면 백내장 시뮬레이터의 기술이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미세수술(매우 좁은 인체 범위 대상으로 현미경을 이용한 수술) 분야 전반으로 사업 확장이 가능하다. 하드웨어 중심의 시뮬레이터와 달리 VR솔루션은 질환에 따라 세트를 바꾸는 데 100만원 정도밖에 들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그는 글로벌 최고의 수술 트레이닝 시뮬레이터 전문 개발사로 회사를 성장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의과대학교와 병의원에 공급만 머무르지 않고 더 많은 의료진들이 혜택을 받도록 범용적인 트레이닝센터를 건립하는 게 목표다. 소수 이용자만 이용할 수 있는 값비싼 하드웨어 중심의 수술 시뮬레이터 시장을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저렴한 소프트웨어 시장으로 바꿔나가겠다. 한국에서 나아가 아시아와 유럽 시장에 진출하는 게 최종 목표다."
  
서지컬마인드의 '의료 VR 트레이닝 시뮬레이터' 연구 모습. 김일 대표는 연세대 안과와 협업을 통해 시뮬레이터 효과를 검증하고 올해 제품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서지컬마인드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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