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문명으로 읽는 기업)⑩한화, 윤리경영의 토대를 마련하라
입력 : 2018-06-11 07:00:00 수정 : 2018-06-11 07:00:00
16세기가 대항해 시대라면 21세기는 '대융합(Grand Convergence) 시대'다. 문명사적 의미에서 500년 만에 문명적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 문명과 동아시아 문명의 충돌 속에서 문명 융합의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1492년에 서구문명에 의한 신대륙 발견으로 세계화 시대가 개막했다. 이 시기를 문명사에서는 대항해 시대라고 한다. 16세기에 본격화된 대항해 시대에서는 서구 문명이 전지구적으로 전파됐다. 하지만 이는 대규모 폭력을 동반했다. 인류는 차별과 폭력에 의한 서구 중심의 세계화를 500년 동안 겪었다. 더구나 동아시아는 대항해 시대의 끝머리인 1592년에 임진왜란이라는 국제전쟁으로 세계화를 맞이했다.
 
거대제국 원나라의 동·서문명 통합시도…세계경영 위한 정체성 확립
 
21세기는 동아시아 문명과 서구 문명의 충돌이 본격화되고 있다. 서구 문명의 일방적 패권주의는 더 이상 지속되지 않는다. 영국 경제경영연구소(CEBR)는 2032년이 되면 남한은 세계 경제규모 8위 국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과 미국, 인도, 일본, 독일, 브라질, 영국, 한국, 프랑스, 인도네시아 순서로 경제규모 순위가 정립될 것으로 전망했다. 흥미로운 것은 10개 국가 중 5개 나라가 아시아 국가다. 21세기는 경제에 관한 한 아시아 국가들이 주도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그리고 한국, 중국, 일본이 세계 경제의 중심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말 그대로 21세기는 동아시아의 시대다.
 
문명사 학자들은 거대한 문명의 전환기에는 문명 간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쇠퇴하는 패권국가와 새롭게 부상하는 문명 사이에는 갈등과 충돌이 생기고, 심각한 경우 격렬한 전쟁을 겪을 수도 있다. 이를 '투키디데스 함정(Thucydides Trap)'이라고 한다. 고대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패권경쟁이 문명사에서 계속 반복됐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역시 예고된 전쟁이다. 그러나 동시에 인류는 다른 선택도 할 수 있다. 문명의 갈등이 아닌 문명의 융합, 새로운 문명으로 진화할 가능성이다. 이슬람 문명사학자 이븐 할둔은 <역사서설>에서 새로운 문명은 제국이 아니라 그 변방에서 생성된다고 주장했다. 지금 미국과 중국의 충돌 속에서는 남한과 북한, 일본, 대만,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이 새로운 문명으로 출현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은 미국과 중국과 같은 하드파워형 패권국가를 지향하는 게 아니라, 소프트파워 중심으로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 냄으로써 새로운 문명사를 모색할 것이다.
 
중국이 아시아의 패권국가로 여러 갈등을 일으키는 와중에 문명의 갈등보다 융합을 모색하는 국가와 기업들은 동아시아 문명 속에서 통합의 모델을 찾게 될 것이다. 동아시아 문명사에서 인류 보편성을 가진 것은 원나라에서 채택된 경연(經筵) 제도와 동아시아 문명이 지향한 천하국가(天下國家)론이다. 세계제국이었던 원나라의 쿠빌라이는 동양과 서양 문명을 통합하는 모델을 모색했고 그 해답으로 <대학> <대학연의>를 국정모델로 채택했다. 남송의 주희가 집대성한 성리학은 정작 남송에서는 채택되지 못하고, 오히려 원나라에서 문명 통합의 원칙과 방법론으로 쓰였다. 그 핵심적 가치는 수기치인(修己治人)을 통한 평천하(平天下)다. 그리고 이를 학습하고 토론할 공론장으로 경연을 만들었다. 경연은 이후 명나라와 청나라를 거쳐 조선에서 가장 화려하게 꽃피었다.
 
사진/뉴스토마토
 
원나라가 세계경영을 위해 채택한 <대학연의>와 경연 제도의 중심에는 요순 이래 동아시아 문명의 사유와 평천하라는 천하국가론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 고유한 세계정부의 국정운영 원리가 21세기 문명의 충돌 속에서 문명 통합의 소프트파워를 고민하는 국가와 기업들에게 새로운 화두가 됐다.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도 서구 기업과는 다른 글로벌 경영철학과 전략을 새롭게 모색할 시기이다.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 테슬라 등 21세기형 서구 기업과 다른 가치와 철학에 기반해 경쟁해야 한다. 한국 글로벌 기업이 새로운 가치와 철학을 제시할 수 있을 때만 새로운 기업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14세기 원나라가 동양과 서양의 문명을 통합함으로써 고유한 정체성을 세우고 세계제국의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했다면, 지금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도 새 가치를 재발견해 정체성을 확립하는 게 절실하다.
 
대융합의 시대와 윤리경영…"한화, 윤집궐중해야"
 
문명 전환과 대융합은 역사로서의 문명뿐만 아니라 환경과 에너지영역에서도 새로운 시대적 전환을 요구한다. 21세기의 기술과 환경에서의 거대한 문명적 과제는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에너지산업의 재편이다. 국내에서 이런 문명사적 전환을 대비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 가진 곳은 한화다. 한화는 한화케미칼이 2010년 한화솔라원(전 솔라펀 파워홀딩스)을 인수해서 본격적으로 태양광 사업을 시작했다. 2012년 셀 생산 기술을 보유한 독일 큐셀을 인수, 한화큐셀로 새로 출범했고 2015년에는 한화솔라원이 한화큐셀의 지분을 모두 인수해 한화큐셀 합병을 마무리했다. 2016년에는 말레이시아와 중국 등에 연간 4.15GW의 셀을 생산, 업계 최고 수준의 위상을 가지게 됐다. 한화큐셀에는 독일에 연구개발(R&D) 센터까지 갖췄다.
 
1959년 이승만 대통령이 한화그룹 전신인 한국화약 인천공장을 방문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한화의 기업리더십은 <주역>의 '임(臨)괘'에 해당한다. 임괘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는 시기다. 못 위에 땅이 있으면서 물과 땅이 부딪히는 것을 암시한다. 하지만 기업의 전성기에 이르러서는 흉함이 생길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한화는 에너지 전환기를 대비할 가장 적합한 토대를 갖추고 있지만 문명의 대융합 시대에 부응하려면 윤리경영이 필수다. 원나라 쿠빌라이가 세계제국을 경영하기 위한 모델로 삼았던 것도 동아시아 문명의 정수인 인심도심(人心道心)의 윤리경영이었다. 순임금이 우임금에게 선양할 때 국정운영 원리로 "인심(人心)은 위태롭고 도심(道心)은 은미하니 정밀하게 살피고 한결같이 지켜야 진실로 중도를 잡을 수 있다(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闕中)"는 16자의 심법(心法)을 전수했다. 주희는 "요순 이래로 학문에 대한 논의가 있기 이전에 이미 이 말씀이 있었으니, 성인의 심법이 이를 바꿀 수 없다"며 "배운다는 것은 다만 이 이치를 배우는 것이요, 맹자 이후에 전해 내려옴을 잃었다는 것도 다만 이것을 읽은 것일 뿐이다"라고 말하며 이 16자가 동아시아 문명의 정수임을 강조했다.
 
장차 동아시아 국가들의 국정운영 원리나 동아시아 글로벌 기업이 지향해야 할 철학적 가치도 이 정수를 대융합의 리더십으로 재해석해 내는 일이 될 것이다. 동시에 한화의 기업리더십 역시 이 동아시아 문명의 가치를 견지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유념해야 할 말이다. 크게 성장할 기회를 맞았을 때는 이를 견인해 낼 수 있는 기업 윤리를 점검하는 게 최우선 과제이다.
 
한화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승(升)괘'다. 이는 땅속에서 나무가 움이 터서 점차 땅 위로 올라오는 기상을 가리킨다. 일을 할 때 굳세고 거칠면 일이 이뤄지지 않지만 겸손하고 순하면 무슨 일이든지 잘 성취할 수 있게 됨을 뜻한다. <주역>에서는 크게 애를 쓰지 않아도 거기에는 올라올 만한 이치가 있고, 올라올 만한 도가 있고 올라올 만한 덕이 있으므로 무엇을 더 하려고 하지도 않고 그대로만 해도 자연히 크게 형통하게 된다고 풀이했다.
 
한화라는 그룹에서 제조와 건설 부문은 태양광과 항공우주기계, 2차전지 등 미래형 첨단산업 부문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며 '글로벌 한화'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태양광 사업은 한화가 지구와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응하는 중장기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2010년 이후 한화가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미래 성장사업이다. 태양광 분야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류의 가장 중요한 미래 과제로 꼽힌다. 한화의 기업리더십은 태양광에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데는 애쓰지 않아도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우호적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
 
한화그룹이 2000년부터 매년 가을 서울 여의도 한강변에서 열고 있는 세계 불꽃축제 전경. 사진/한화그룹
 
그룹 시너치 창출방안 강구 중인 한화…"소과하면 상한다"
 
한화의 계열사들은 가능성을 믿고 정상적인 것보다 조금 지나치게 일을 하는 것을 의미하는 '소과(小過)괘'다. 소과는 어느 때 약간 지나치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도 체내에 있는 혈액이 정상적으로 순환을 하다가 어느 때에는 조급하게 움직일 때가 있다. 우주도 원리대로 순환하다가 어느 때에는 약간 지나쳐서 우레가 칠 때가 있다. 조금 지나치게 하는 것은 본래 성정이 지나치게 하려고 해서가 아니라 궤도에 맞게 하려는 과정에서 선을 넘어버린 것이다.
 
금융은 최근 그룹의 성장을 선도하고 있는 부문이다. 한화생명과 한화투자증권, 한화손해보험을 중심으로 한 한화금융네트워크를 통해 사업부문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금융 관련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려고 계열사들이 노력하고 있다. 계열사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고, 이때는 다소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경영을 해서 '지나치게' 해야 할 필요도 있다. 본래 움직임에서 벗어나 소과하게 되는 과정이 이런 식이다. 하지만 적당히 소과해야 한다. 너무 지나치면 직원들의 심신이 상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직원들을 바르게 만들 수가 없다. 어긋나게 된다. 한화의 기업리더십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과정에서 소과의 원리를 늘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도 되지만,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한화의 협력사들은 서로 어긋난 것을 의미하는 '규(日+癸)괘'다. 규괘의 상괘는 위로 솟아오르려고 하는 불의 성품이고, 하괘는 아래로 흐르려는 물의 성품이다. 불과 물은 서로 상극이니 잘 부합되지 않는다. 또 물이 불을 만나면 물이 마르고 불은 소멸하기 때문에 좋지 않다. 그런데 규괘는 본래 합해져 있었던 것이 틀어지되, 다시 합해질 여지도 남겨두고 있다. 또 틀어진 것 속에서 같은 것이 있고 같은 것 속에서 틀어진 것이 있다. 
 
한화는 협력사와 관계에서 상생경영과 동반성장을 의미하는 '함께 멀리'라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는 규괘의 원리를 늘 걱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화의 기업리더십은 2010년 인천의 한 협력업체를 방문한 자리에서 "빨리 가려면 혼자 가도 되지만,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격언을 인용하고 "한화의 협력업체는 단순히 하도급업체가 아니라 가족이고 동반자이므로 서로 도와 상생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큰일을 해서 이루지는 못할지라도, 소소한 것과 작은 일은 규합되어 나간다.
 
2월1일 문재인 대통령이 한화큐셀 진천공장에서 '일자리나누기 선언식'을 열었다. 사진/한화큐셀
 
한화의 직원들은 겸손을 의미하는 '겸(謙)괘'다. 높은 덕과 높은 지혜와 높은 지위가 있다고 하더라도 있는 체 하지 않는 것이 겸손이다. 아예 아무것도 없으면 없는 것이고, 있으면서도 있는 체 하지 않고 감추는 것이 겸손이다. 겸손은 애를 써서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더 큰 덕을 쌓으려고 하면 자연히 늘 부족하게 여겨지므로 자연히 겸손하게 되는 것이다. 언론보도를 보면 한화는 최근 '승진 안식월'을 도입했다. 승진한 과장이나 차장, 부장, 상무보들에게 한 달 동안 휴식 시간을 주는 제도다. 승진 안식월은 한화 내부에서는 물론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된 제도다. 덕을 쌓고 지혜를 넓히면 자연히 겸손해져서 형통하다고 할 수 있다. 있으면서도 언제나 부족감을 느껴서 보다 더 많이 해가려고 하기 때문에 나타내고 자랑할 겨를이 없으므로 겸손은 형통해지는 길이다.
 
임채원 경희대학교 교수

 
* 필자 소개 : 필자 임채원은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다. 서울대 종교학과 졸업 후 동대학원 행정학 석·박사를 수료하고 동대학 한국행정연구소와 국가리더십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경희대에서는 세계화와 사회정책 등 글로벌 어젠다와 동아시아 문명의 국정운영을 연구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 등 20여개 중앙·주정부의 정책 어젠다를 공동 연구하는 '비교어젠다 프로젝트'에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참여 중이다. 이번 기획은 필자가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연구와 실천을 토대로 동아시아 문명의 가능성과 미래에 관해 <뉴스토마토>에 격주로 총 12회로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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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병호

최병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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