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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지방선거 이후 지자체 사회보고 실행해야
인천시·안산시·강동구, GRI 기준 ‘지속가능보고서’ 발간
지자체의 사회보고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의 기반
2018-06-11 08:00:10 2018-06-11 08:00:10
8~9일 사전투표가 끝나고, 6·13 지방선거의 본 선거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각 정당과 후보자들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마지막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달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각 정당의 지방선거 10대 공약에 따르면, 여야 모두 청년 문제 해결, 경제 성장, 미세먼지 저감 등 최근 사회문제로 대두된 사안들에 대한 타개책을 제시했다. 각 지역의 후보자들은 지역발전 및 현안 해결을 위한 각자의 세부 공약들을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문제는 시민들의 삶과 밀접히 연관된 지방정부를 꾸리는 선거임에도, 공약 측면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지속가능성 및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내용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이자 첫 걸음으로, 지방선거 후에 최우선적으로 지자체가 기업과 마찬가지로 사회보고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속가능보고서를 통한 기업 및 기관의 사회보고
2014년 4월, EU 의회는 대기업(종업원 500명 이상)의 환경, 인권, 반부패 등에 관한 ‘비재무 정보 공개’를 의무화한 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역내 기업의 사회보고를 의무화했다. 비재무 정보란 전통적인 재무정보 중심의 보고에서는 다루지 않는 환경, 사회, 인권, 반부패 등의 사회적 가치 창출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말한다.
 
네덜란드,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등 일부 국가 역시 기업의 비재무 정보가 담긴 보고서 발간을 의무화했고, 영국은 이미 정부표준을 발표하여 부처별로 보고서를 작성하게 함으로써 정부가 사회보고를 선도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사회 보고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실천하고 있는 분위기다.
 
지속가능보고서는 기업 및 기관들의 대표적 사회보고 방법으로, 조직의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비재무적 성과 및 영향 등의 정보를 담은 보고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및 투명성에 대한 여러 이해관계자의 정보 공개 요구가 증가하면서, 기업의 경영을 경제적(지배구조), 사회적, 환경적 부문으로 구분하여 이에 대한 정보를 이해관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환경 부문은 환경보존 및 환경영향 개선을 위한 기관의 목표, 노력, 업적으로 내용이 구성되고, 사회 부문은 기관이 속한 지역사회 및 공동체의 발전을 위한 기관의 사회적 책임으로 구성된다. 경제적(지배구조) 부문은 기관의 지배구조, 의사결정 과정 및 추진 사업, 예산 운영에 대한 내용이 담긴다. 보고서에는 이해관계자가 참여해야 하며, 조직의 내·외부 여건을 고려해야 하고, 이해관계자가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중요한 이슈에 대한 충분한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 또한 긍정적 내용과 함께 부정적 내용도 명시해야 하고, 비교 가능하여야 하며,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적시에 발행되어야 한다.
 
지속가능보고서의 세계적 기준, GRI 가이드라인
현재 지속가능보고서에 사용되고 있는 기준은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 가이드라인이다. GRI는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가장 권위 있는 지속가능성보고서 가이드라인인 GRI 가이드라인을 제정 운영하는 기관이다. 현재는 기업 및 기관들이 GRI가 2013년에 제시한 네 번째 가이드라인인 GRI G4를 적용하고 있지만, 올해 7월 1일부터는 GRI 표준으로 변경될 예정이다.
 
GRI 표준은 GRI G4와 달리, 보고서 전체를 바꾸지 않고 특정 주제에 대해서만 새로운 정보를 업데이트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이에 따라 이전보다 사회 변동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게 됐다. GRI 표준은 공통 표준과 특정주제 표준을 합쳐 총 36개의 표준으로 이루어졌다. 36개의 표준은 모든 조직에 적용되는 기초, 일반공시, 경영접근의 3개의 공통 표준과 경제, 사회, 환경에 걸친 33개의 특정 주제 표준으로 구분된다. 조직은 경제, 사회, 환경 중 해당하는 주제를 선택해 보고하면 된다.
 
지자체로 확산되는 사회보고
국내에서도 지난 2013년 8월 비재무적 정보 공시 의무화 법안이 최초 발의된 이후 지속가능경영 활동 및 보고를 위한 법제화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으며,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는 기업 및 기관들의 수도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표준협회 대한민국 지속가능성 지수(KSI)와 산업정책연구원(IPS)이 운영하는 CVS 플랫폼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한 국내 조직은 2017년 기준으로 110곳으로, 2003년 3곳에 비해서는 크게 늘어났지만 절대수치로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최근 들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사회적 가치 실현 요구가 늘어남에 따라 지자체들도 사회적 가치 실현의 주체로서의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작년부터 서울, 경기도, 제주도를 비롯한 많은 지방정부에서 활발히 CSR 조례를 제정하고 있는데, 특히 경기도의 CSR 조례는 사회적 책임을 준수하는 기업을 먼저 고려해 공공조달의 계약에 있어 CSR 기업을 우대하기로 했다. 지속가능한 발전 주체로서 지방정부가 행한 실질적이고 적극적이라는 조치라는 평을 받았다.
 
이뿐만 아니라, 일부 지자체 및 기초자치단체들은 ‘연차보고서’ 또는 ‘사회공헌백서’ 등의 이름으로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며 자체적으로 사회보고를 하고 있다.
 
인천광역시는 2012년 광역지자체 최초로 GRI 가이드라인을 적용한 지속가능보고서를 GRI에 등재했다. 보고서는 조직·경제·환경·공공정책·사회정책 부문으로 구분됐고, 내·외부 이해관계자의 설문조사를 통해 도출한 18개 정책이슈가 포함됐다. 그간 발간됐던 일반적 성과보고서와는 달리 경제성장, 사회안정 및 통합, 환경보전 등의 지속가능성을 기초로 한 주제들이 주를 이루었다. 인천시는 가이드라인에 맞추어 전문가와 시민으로 대표되는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협력 거버넌스를 구축했다. 이슈 선정부터 진행 전 과정에 있어 세 차례의 의견 수렴을 하며 소통 과정을 거쳤다. 인천시는 지난 2월, ‘4기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꾸려 ‘제3차 지속가능성 보고서’ 발간을 준비하고 있다.
 
안산시 또한 지난해 6월, 지속가능한 ‘숲의 도시, 안산’이라는 비전으로, 경제, 환경, 사회, 안전 분야를 목표로 하는 지속가능발전 15개 전략과 2014년, 2015년에 걸쳐 2개년간의 성과를 평가한 지속가능보고서를 발표했다. 안산시 역시 GRI G4 가이드라인에 맞춰 보고서를 작성했지만, 기업의 지속가능보고서 틀을 변형해 지방자치단체의 독자적인 틀을 제시했으며, 지난 해 9월 UN에서 만장일치로 채택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연계된 전략을 수립했다. 안산시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그해 한국표준협회가 주관한 ‘대한민국 지속가능성 대회’에서 지자체 부문 우수 보고서로 뽑혔다.
 
기초자치단체 중에서는 서울 강동구가 2010년 최초로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했다. 기초자치단체 중에서 4차례에 걸쳐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한 곳은 강동구가 유일하다. 가장 최근 발간된 ‘2013-2014 지속가능보고서’도 마찬가지로 GRI G4 가이드라인에 따라 작성되었다.
 
보고서는 크게 강동 구정의 사회·복지, 경제, 교육·문화, 생태·에너지 등 6개 분야로 나뉘며, 총 14가지 이슈가 수록됐다. 강동구는 보고서를 통해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정책을 평가했을 뿐 아니라 2020년까지의 구정계획도 함께 제시했다. 인천시 및 안산시와 마찬가지로, 강동구의 보고서 제작과정에도 지역주민의 참여가 있었다. 중요성 평가의 경우 강동구민과 내부 임직원 등 내·외부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반영하였으며, 보고서의 도입부에는 지역주민의 인터뷰를 수록하면서 주민의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강동구의 모습을 담았다.
 
지자체의 사회보고, 지방자치 고도화
이렇듯 몇몇 지자체들이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사회보고에 대한 지자체들 관심이 점차 증가하고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사회보고가 단발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지난 5년 동안 민간기업의 보고서 발간 수가 증가한 데 비해 지자체와 공공기간의 발간 수의 변화는 크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CVS 플랫폼이 발표한 ‘국내 지속가능보고서 발간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지자체의 지속가능보고서 발간 수는 8개에 불과하다. 이는 아직 사회보고가 기업 경영의 차원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지자체의 사회보고의 필요성은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시점부터 함께 제기됐다. 1992년 6월,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환경과 개발에 관한 유엔 지구정상회의(UNCED: United Nations Conference 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본격적으로 거론하면서 이를 모든 지역과 조직이 추구해야 할 가치라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각국의 지방정부는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 발전을 위한 행동계획을 담은 지방의제 21을 지역주민과의 합의 하에 작성할 것을 권고 받았다.
 
또한 의제21에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지방정부가 경제, 사회, 환경의 조직을 구성·운영·유지하고 지역 환경 정책과 규제방안을 수립하며, 광역적 환경정책의 수행을 돕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주민들을 교육하고 동원하며 책임을 지우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적시됐다. 이는 기업뿐만 아니라 각국 지방정부 역시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현하기 위한 하나의 주체임을 명시한 것이다.
 
전문가들 역시 기업들의 사회보고만큼 지방정부의 사회보고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안치용 한국CSR연구소장은 “기업이나 지자체나 모두 사회적 조직이어서 두 조직 모두 사회적 소통이 경영의 기본이며 사회보고는 소통을 체계화한 수단”이라며 “특히 지자체는 사회적 소통을 일상적으로 시행하며 그 결과물을 다중이 공유할 수 있는 형태로 제시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거의 매년 지방자체단체의 지속지수를 발표하고 있는 안 소장은 “이번 지방선거로 새로 출범하는 지자체들은 조직을 정비하면서 사회보고 실행 로드맵을 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자체의 지속가능성은 지역의 기업 및 시민들과 직접 연결되어있다. 그렇기에 지자체의 사회보고는 지역 내의 기업과 및 기관들의 지속가능경영실천을 이끌어내는 하나의 원동력이 될 수 있으며, 지속가능보고서를 통한 사회보고의 준비와 수립 과정에서 다양한 지역 이해관계자들의 참여 및 논의 등의 소통을 거친다는 점에서 풀뿌리 민주주의, 즉 지방 자치의 실현을 가능케 한다. 지방 선거 이후,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한 지자체들의 움직임이 보다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여망이 크다. 그 핵심은 사회보고이다.
 
지방선거 이후 지방자치단체들에 대해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사회보고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10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종합상황실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CCTV를 통해 사전투표함 보관장소를 감시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소록 KSRN기자
편집 KSRN집행위원회(www.ksr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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