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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돈 침대 보상대책 없다"…특별법 제정 필요성 제기
기업 배상여력 없으면 징벌적 손해배상·집단소송 무의미…"정책적 접근 필요" 목소리 커져
2018-06-11 16:22:08 2018-06-11 16:22:08
[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라돈 침대' 사건이 불거진지 한 달이 지나도록 피해 구제안이 나오지 않는 가운데 소비자 보호장치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소비자 보호 확대를 위한 방안으로는 징벌적 손해배상 강화와 집단소송법 제정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이번 사안처럼 기업이 피해보상을 감당할 수 없는 경우 이마저도 실질적 구제수단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법적 의무를 떠나 정책 차원에서 특별법을 비롯한 대책이 논의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 라돈 침대 사용자들이 피해보상을 받을 근거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법안은 제조물책임법(PL법)이다. PL법은 제조물 결함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제조사 등의 손해배상 책임을 규정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지난 2002년부터 시행됐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계기로 손해배상 규모가 피해액의 3배까지 늘었다. 대진침대는 DB손해보험의 PL보험에 가입돼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해당 보험을 통한 라돈 침대 피해자 구제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보험 청구 상한액이 1억원에 불과한 데다 약관에서 방사선 피해는 예외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최재홍 법무법인 자연 변호사는 "대진침대가 가입한 보험은 대다수 피해보장을 위한 보험이라기보다 특정한 개별 피해에 대해서만 담보해주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의 불법행위 근절을 위해 국회에서 논의 중인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와 집단소송제 역시 라돈 침대 피해자 구제수단이 되기는 힘들 전망이다. 대진침대는 매출이 2009년 190억원에서 지난해 63억원으로 크게 줄어들었고, 영업이익 역시 2015년부터 3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있어 손해배상 판결이 나더라도 원고측에 배상할 여력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생방법)'상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책임을 물어 국가배상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법적으로 생활방사선 원료물질 관리 책임 의무가 있는 원안위에 관리 부실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영희 변호사는 "모나자이트 제조·유통 과정에 문제가 발생한 만큼 지난 정부에 책임이 있지만 법적으로는 지금 정부에 잘못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원안위가 현재 매트리스 수거 등 피해자 대책을 제대로 내놓지 않고 있어 과거 잘못을 바로잡지 않는 점 또한 문제로 지적했다. 변웅재 변호사는 "생방법 15조에서 '가공제품에 포함된 방사능 농도와 수량이 원안위가 정해 고시하는 기준을 초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기준자체가 없다"며 "법적 책임을 물어 국가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해배상 등을 통한 피해 구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정책적으로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필요할 경우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같이 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영희 변호사는 "원인 제공자가 파산상태여서 피해 구제의 길이 없을 때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식으로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며 "법적인 해결방안을 만들고 손해배상 규모를 측정하는 일은 어렵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서 침대 사용자 등록을 받고 장기적인 건강관리 등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만 "특별법의 경우 유사 사례마다 매번 법제정을 할 것인가의 문제는 있다"고 덧붙였다.
 
11일 충남 천안시 대진친대 본사 앞마당에서 관계자들이 방사성 물질 '라돈'이 검출돼 수거된 침대 매트리스 해체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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