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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VID·CVIG 빠졌어도 사실상 합의"
전문가들 "미국이 인식하는 비핵화가 중요" "신뢰의 시작점" 평가
2018-06-12 18:31:37 2018-06-12 18:31:37
[뉴스토마토 한고은 기자] 전문가들은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 결과에 대해 당초 기대했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같은 구체성 있는 조치가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비핵화에 대한 북미 양국의 신뢰가 확인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CVID 직접 합의서에 명기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하는 CVID가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흔들림이 없다'고 말했다"며 비핵화에 대한 양국 간 실질적 협상이 이뤄진 것으로 평가했다. 양 교수는 "다만 구체적인 이행의 시간표나 초기단계에 양측이 각각 해야 할 조치들이 빠져있다. 이는 고위급 실무회담에서 좀 더 구체화하겠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고, 김정은 위원장이 귀국 후에 비핵화를 위한 선제적이고 가시적 조치가 또 이뤄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특히 양 교수는 양측이 '공동서명' 형식의 합의문을 도출한 데 대해서도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선언, 성명, 합의서, 공동서명 등 합의 형식 중 행정부가 할 수 있는 최상의 약속 형태인 공동서명 형식의 합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회담 시작을 위해 만나 악수하고, 그 배경에 미국의 성조기와 북한의 인공기가 함께 세워져있던 순간을 꼽았다. 북한에 대한 체제존중이 한 화면에 담겼다는 설명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미 간에 오랜 기간 불신이 내재화돼있다는 것을 보여준 회담이다. 수차례 실무회담을 했음에도 (이 같은 합의 결과를 도출한 것은) 양측의 불신이 그만큼 컸다는 것을 느끼게 한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김 교수는 "그럼에도 합의문에 서명하고, 정상회담을 했다는 것은 서로가 강하게 (원하는 것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신뢰의 시작점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이해했다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북미 양국이 향후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겠다는 것을 보면 양국의 미래도 담았다고 생각한다. 전쟁이 있었던 나라에서 전쟁포로 송환이나 유해발굴 같은 인도적 문제부터 제기한 것은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하자는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이번 합의문은 북미 관계의 과거, 현재, 미래가 담긴 합의문이라는 데서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12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북미정상회담 합의문 서명식을 갖고 있다. 사진/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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