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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여성의 장르 영화 ‘트랜드’
2018-06-19 11:30:59 2018-06-19 11:30:59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영화 콘텐츠의 성평등 불균형은 오랫동안 지적돼 온 문제점이다. 이미 충무로 영화 현장에서 여성이 주체가 되는 상업 영화는 사라진 지 오래다. 이른바 ‘팔리지 않는 콘텐츠’로 인식이 굳어졌다. 지난 4월 영진위가 발표한 ‘소수자 영화정책 연구’에 따르면 지난 몇 년 간 한국영화에서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은 사라졌다. 새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여배우들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들이 부족한 것이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올해 6월은 분위기가 다르다. 최근 불거졌던 ‘미투 운동’ 분위기 속에 변화되는 색다른 분위기다.
 
 
 
♦ ‘젠더 스와프’ 트렌드
 
남자 배우들이 독식해 온 장르 영화 속 캐릭터가 여성으로 교체되는 이른바 ‘젠더 스와프’가 트렌드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먼저 할리우드에서 이 같은 분위기가 시작됐다. 이달 개봉한 ‘오션스8’은 할리우드 대표 케이퍼 무비 ‘오션스’ 시리즈의 ‘스핀오프’다. 굳이 이 개념을 들이댈 필요는 없지만 남성 전유물의 대명사이자 마초 시리즈로 인식돼 온 이 영화가 여성 캐릭터들로 가득 채워진 채 관객들에게 전달됐다. 2016년 국내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도 대표적인 ‘젠더 스와프’ 케이스다.
 
500만 관객을 눈앞에 둔 ‘독전’ 속에서도 ‘젠더 스와프’는 시도가 됐다. 모든 사건의 시작이자 키 포인트를 쥐고 있던 오연옥 회장(김성령 분) 캐릭터는 사실 시나리오상에서 남자였다. 시나리오를 쓴 이해영 감독도 당초 남자 배우로 이 배역을 채울 예정이었단다. 하지만 극의 흐름과 배우 김성령의 존재감 및 카리스마가 영화 전체의 톤 앤 매너에 더 어울릴 것이란 판단 하에 성별 교체를 단행했다. 결국 이름도 기존 ‘오연학’에서 ‘오연옥’으로 바뀌게 됐다.
 
안성기-박중훈 주연의 레전드 코믹 형사물 ‘투캅스’를 기억하는 영화 팬이라면 라미란 이성경 주연의 ‘걸캅스’도 반가운 ‘젠더 스와프’ 콘텐츠다. 기본 범죄물이 여성을 피해자로 놓고 악랄한 범죄를 저지르는 남성 악인을 응징하는 스토리를 담아왔다. ‘걸캅스’는 여성이 여성 피해자들을 위해 나선다는 색다른 콘셉트로 주목을 받을 예정이다.
 
 
 
♦ 주체적 여성 캐릭터 ‘주목’
 
기존 상업 영화에서 여성 캐릭터는 대부분 ‘수동적’이 장치에 불과했다. 사건의 발단, 혹은 핵심 키워드 남성 캐릭터의 보조 역할로서만 존재해 왔다. 하지만 ‘강한 여자’ ‘주체적인 캐릭터’ ‘극 자체를 이끌어 가는 동력’으로서 여성 캐릭터의 존재감이 주목을 받고 있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허스토리’는 실제 있었던 ‘관부 재판’을 스크린에 옮긴 영화다. 등장 인물 모두가 실존 인물을 베이스로 한다. 극중 ‘문사장’ 역을 맡은 김희애는 “여성이 모든 것을 이끌어 가는 주체적인 스토리가 너무 오랜만에 등장한 것 같다. 다른 여러 이유도 있지만 출연 결정에 가장 큰 이유는 여성이 전면에 등장한 점이다”면서 “실제 할머니들이 재판을 진행하는 과정에서의 올곧음이 너무 멋지게 다가왔다”고 전한 바 있다.
 
지난 해 개봉한 ‘악녀’ 그리고 오는 27일 개봉하는 ‘마녀’도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 장르 영화다. 남성 전유물의 액션 장르에서 여성만이 담아내고 표현할 수 있는 극한의 수위를 그려냈단 점에서 색다른 재미를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후반 작업이 진행 중인 ‘국가 부도의 날’도 여성 캐릭터가 모든 사건을 주도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손예진의 복귀작으로 주목 받는 ‘협상’도 강렬한 남성주의 범죄 장르를 주도하는 여성 캐릭터의 활약상을 그릴 예정이다.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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