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지방선거가 끝나고 난 뒤
사회부 박용준 기자
입력 : 2018-06-21 08:41:57 수정 : 2018-06-21 08:41:57
일주일 전쯤, 선거날이라는 소리에 부랴부랴 집으로 배달된 선거공보물을 열었다. 이 사람들은 큰 일한다는 사람들이 뭘 하고 다닌건지. 한두 명도 알기 어려운데 죄다 그 얘기가 그 얘기다. 마치 어려운 수학문제를 마주한 수험생마냥 혼란에 빠졌다. 투표 한 번하다 오히려 정치혐오라도 생길 판이다. 그나마 덜 싫은 정당, 뭐 하나라도 인상깊은 인물을 찾아 어렵게 투표를 마쳤다. 이거 자주하라면 못할 짓이다.
 
선거가 끝나고 난 뒤 당연하게도 우리는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 바쁜 하루를 보낸다. 어쩌면 불과 며칠 전 누굴 뽑았는지, 광역단체장 정도나 기억할까 동네 구의원이나 시의원은 내가 뽑은 사람이 당선됐는지 떨어졌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니 TV에서도 다뤄주지 않는 우리동네 구의원보다 A가 B를 초반엔 이기다가 결국엔 B가 역전하더라, C는 7전8기 끝에 당선됐더라 같은 얘기에 더 눈길이 간다.
 
하지만, 유권자가 정치인에게 무관심해지는 순간, 정치인은 단어 뜻부터 어마무시한 혈세를 이제부터 손에 쥔다. 규정을 크게 어긋나거나 범법행위를 하지 않는 이상, 아니 일부는 그러기도 하는 현실이다. 그렇게 4년 지내다 4년 후에 가서 다시 허리를 굽히고 두어달 고생하고, 적당한 실적과 연출용 사진들로 공보물을 채우면 될 일이다.
 
서울시와 교육청의 한 해 살림은 40조원 가량으로 100명을 웃도는 시의원들이 1년에 1인당 40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심의한다. 구의회로 기준을 달리해도 서울 자치구별 연간 예산이 5000억원을 넘나드는 것을 감안하면 구의원 1인당 연간 적게 잡아도 300억원을 좌우하는 셈이다. 물론 공짜는 없다. 의정비는 당연한 댓가로 주어진다.
 
정작 당신의 삶을 피부에 와닿도록 바꿔주는 것은 지방자치다. 지방자치는 전쟁을 막아주거나 남북정상회담을 하진 못한다. 대신 집 앞에 어린이집을 늘려주거나, 통학로에 횡단보도를 새로 설치하고, 낡은 건물을 매입해 공동공간으로 바꿔준다든지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또 신혼부부에게는 임대주택을, 여성에겐 안심택배를, 은퇴세대에게는 교육훈련을, 홀몸어르신에게는 방문상담서비스를 하는 곳은 바로 지방자치다.
 
내가 선출한, 아니 뽑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지역 일꾼들이 과연 약속한대로 정책과 공약을 잘 이행해야 하는지,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문제제기하며 보완 요청해야 한다. 정당이나 시민단체 가입, 주민조례 제정, 주민감사 청구 등 주민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창구는 결코 적지 않다. 틈틈이 온라인에 공개되는 업무추진비나 회의록을 살펴보거나, 원하는 정보는 간단한 클릭 몇 번으로 정보공개 청구하면 된다.
 
최근에는 보다 직접적인 방법도 많이 있다. 주민참여예산제에 참여하면 별도의 정치인의 손을 빌리지 않아도 지역주민들이 원하는 사업을 실현할 수 있다. 또 직접민주주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온라인이나 마을조직 등을 통해 주민의 살아있는 목소리를 전할 수 있는 통로도 늘고 있다. 아직 쑥쓰럽다면 관심사, 취미활동, 성향, 취향, 이념, 연령, 성별, 직업 등 접근하기 쉬운 지역모임부터 참여하는 것도 방법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진리는 정치에도 적용된다. 우리가 관심갖고 참여하는 만큼 얘기는 더 풍부해지고 다채로워 진다. 최소한 정치인들이 딴 짓하지 못하고 우리가 원하는 사업들을 우선순위로 처리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이미 선거는 끝났다. 그리고 우리가 뽑은 정치인들의 임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사회부 박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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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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