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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출금리 산정체계, 내역서로 투명하게 확인한다
금감원, 모범규준 개정 추진…가산금리와 조정금리 구분해 비교공시…당국·은행권 공동 TF 구성
2018-06-21 17:25:52 2018-06-21 17:37:08
[뉴스토마토 정초원 기자] 은행들이 이자 수익 확대를 위해 금융소비자들의 대출금리를 조작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금융당국이 은행 대출금리 산정체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소비자가 은행의 금리산정 내역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대출금리 산정내역서를 제공하고, 체계적인 금리 산정을 위해 모범규준을 개정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21일 국내은행의 대출금리 산정체계 점검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같은 내용을 담은 감독 방향을 밝혔다.
 
오승원 금감원 부원장보는 "은행의 대출금리는 시장원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돼야 하지만, 대출금리 산정체계는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며 "불공정 영업행위로 금융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감독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우선 금리 관련 정보 제공을 강화할 방침이다. 소비자가 금리산정 내역을 정확히 알 수 있도록 대출금리 산정내역서를 제공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대출 약정을 할 때 은행이 기준금리와 가산금리(합계)만을 소비자에게 알려줬지만, 앞으로는 부수거래 우대금리까지 함께 명시한 '대출금리 산정내역서'를 제공한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가 자신이 받는 우대금리가 어느정도인지 알 수 있고, 은행이 대출원가와 마진으로 얼마를 챙기는지도 파악하기 쉽다. 
 
은행권이 '영업 기밀'이라는 이유로 공개를 꺼려왔던 가산금리에 대해서는 세부 항목을 공개하지 않되, 우대금리를 항목별로 공개해 은행끼리 비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권창우 일반은행검사국장은 "고객들이 가산금리 세부 항목을 비교해 유불리를 따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며 "최종금리와 함께 우대금리가 어떻게 적용되는지 알려주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연합회의 대출금리 비교공시도 강화한다. 기존에는 기준금리와 가산금리, 신용평가(CB)사 등급으로 나눠 공시했다. 앞으로는 가산금리와 가·감 조정금리를 별도로 구분해, 어느정도 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알 수 있도록 개선할 방침이다. 현재 은행연합회가 비교공시하는 금리는 우대금리가 적용된 이후의 수치라, 은행 영업점에서 고시하는 내용과는 차이가 있다.
 
가산금리가 체계적으로 산정되도록 모범규준도 개정한다. 예를 들어 리스크 관리비용의 일종인 신용프리미엄 산정 주기가 현재는 정해져 있지 않지만, 최소 연 1회 이상 재평가해 변경토록 하는 등 보다 구체화된 내용을 담을 방침이다.
 
운용내역이 불투명한 우대금리에 대해서는 고객에게 상세명세서를 제공해 충분한 사유를 설명토록 할 예정이다. 특히 은행별 특성과 자율성이 함께 보장될 수 있도록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금융연구원, 은행권과의 공동 테스크포스(TF)를 열어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은행별 주요 여신상품의 가산금리 변동 현황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금리상승기에 취약가계나 영세기업의 신용위험이 과도하게 평가돼 불공정하게 차별받는 사례가 포착될 경우에는 현장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은행의 주먹구구식 대출금리 산정을 적극적으로 막을만한 금융당국의 제재 수단이 없다는 것은 문제점으로 남는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리산정 과정에서의 불공정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아, 이를 어느정도 제재할 수 있는 근거에 대해서도 금융위원회와 함께 논의하고 있다"며 "우선 대출금리 산정체계 운용이 불합리하거나 내규와 다르게 운용하는 은행의 경우 업무개선을 지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대출금리 모범규준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21일 밝혔다. 사진/뉴시스
 
정초원 기자 chowon61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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