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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남북러 3각협력 대비 한러 철도·전기·가스 공동연구 추진"
한러, 신북방정책·극동개발 연계 나선다…서비스·투자 FTA MOU 등 19건 서명
2018-06-22 22:30:00 2018-06-22 22:30:34
[뉴스토마토 차현정 기자] 한국과 러시아 유관기관 간 철도와 전력망, 가스관 연결의 경제·기술적 사항에 대한 공동연구가 추진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한반도에서 진행되고 있는 긍정적인 상황 변화가 남북러 3각협력 사업 추진 여건 조성에 우호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관련 사업 추진방안에 대한 논의에 나섰다.
 
대한민국 정상으로는 19년 만에 러시아를 국빈 방문한 문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과 크레믈린 대궁전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한러 간 실질협력 증진 방안과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협력 방안 등에 대해 폭넓은 논의를 가졌다.
 
양 정상은 특히 한반도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에 따른 국제적 여건이 조성될 경우 남북러 3각 협력사업 추진이 본격화할 것으로 판단하고 준비작업으로 우선 철도·전기·가스 세 분야에서 협력키로 했다.
 
문 대통령은 한러 정상회담에서 “한러 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를 보다 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첫 모스크바 방문을 환영하고 한국의 신북방정책과 러시아의 극동시베리아 개발 정책 간 연계를 바탕으로 양국 관계가 더욱 긴밀해지길 기대했다.
 
양 정상은 앞서 2014년부터 이듬해까지 3차례에 걸쳐 시범사업을 진행한 나진-하산 물류사업의 재개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하고, 여건 조성을 보아가며 향후 사업 추진 방향에 대해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두 정상은 아울러 2020년까지 교역액 300억불, 인적교류 100만불 목표 달성을 위해 ▲혁신플랫폼 구축, 첨단과학기술 및 ICT 분야 협력 등을 통한 미래 성장동력 확충 ▲9개 다리 사업(나인브릿지)를 중심으로 한 유라시아·극동 개발 협력 ▲보건·의료 협력 등을 통한 국민복지 증진 및 문화·체육 분야 교류기반 강화 등 구체적인 협력성과를 도출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양 정상은 러시아를 포함한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회원국과 경제 협력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우선 한러 간 서비스·투자 분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에 앞선 국내 절차에 착수하기로 했다. 또 내달 9~12일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열릴 아시아 최대 산업박람회인 ‘이노프롬’에 한국이 파트너 국가로 참여함으로써 양국 산업·투자 및 혁신기술 분야의 협력이 보다 활성화되기를 기대했다.
 
EAEU는 러시아가 유럽연합과 대항하기 위해 2015년 카자흐스탄과 벨라루스, 키르기즈스탄, 아르메니아 등 4개국과 함께 결성한 것으로 총 인구 약 1억8000만명, 국내총생산 2조1000억달러를 보유한 대규모 시장이다.
 
양 정상은 수교 30주년이 되는 2020년을 ‘한러 문화교류의 해’로 지정하고, 양 국민 간 상호 이해 제고 및 교류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기념행사들을 준비하도록 ‘2020 수교 30주년 기념준비위원회’를 공동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아울러 두 정상은 2020년 개최되는 제9회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문화포럼에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여하는데 합의했다.
 
양 정상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등 최근 한반도에서의 긍정적인 상황 변화에 대해 평가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 나아가 유라시아 공동번영을 위한 양국 간 협력 방안에 대해 심도있게 협의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한반도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정치·외교적 노력들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러시아 정부의 건설적 역할을 요청했다.
 
푸틴 대통령은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 등 한반도 상황 변화를 이끌어 낸 우리 정부의 주도적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러시아로서도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및 동북아 지역의 항구적 평화·안정을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정상회담 종료 후에는 두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19건의 기관 간 약정(MOU) 서명식이 있었다. 우선 양국은 한러 서비스·투자 분야 FTA 협상 개시를 위한 양국 국내절차 추진 등을 합의한 데 따라 한러 FTA 관련 공동선언문에 사인했다. 기술 플랫폼 마련을 골자로 한 한러 혁신 플랫폼 구축 MOU를 비롯해 한러 지방협력포럼 설립 MOU(지방협력 포럼 설립), 한러 전력 분야 협력 정부간 MOU(전력계통 연계 협력 강화), 2020 한러 문화교류의 해 MOU(수교 30주년 기념 문화교류의 해 지정) 등이다.
 
이밖에 양국은 ICT 협력 MOU와 체육교류 협력 MOU, 사회복지 협력 MOU, 분당서울대병원 모스크바 국제의료특구사업 협력 MOU, 코레일과 러시아 철도공사 간 협력 MOU, 가스공사와 노바텍 간 북극 LNG 협력 MOU, 세브란스병원 모스크바 건강검진센터 설립 협력 MOU도 맺었다. 한러 특허청장 간 특허협력 MOU 등 과학기술과 특허, 투자·기업 협력 강화를 위한 7건의 MOU도 별도로 체결됐다.
 
서명식에 앞서 푸틴 대통령은 문 대통령을 오는 9월11일부터 사흘간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 초청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참석해주면 대단히 반갑겠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한국에 돌아가 하반기의 전체 외교일정을 살펴본 뒤 빠른시간 내에 답을 주겠다”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레믈린 대궁전에서 열린 한-러 소규모 정상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있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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