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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고문된 유커)②'유커는 돌아오지 않는다'…유통생태계 '대리구매'로 고착화
중국인 해외여행지 인기순위서도 한국 10위권 밖 밀려
보따리상·웨이상으로 전문화…중 정부도 해외직구 유도
2018-07-11 06:00:00 2018-07-11 06:00:00
[뉴스토마토 김보선 기자]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 조치 해제 선언 후 4개월이 흘렀지만 중국인 관광객(유커) 회복은 요원하다. 유커 방문이 사드사태로 급감한 지 1년 만인 지난 3월 40만명을 넘기며 회복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국내 면세·뷰티업계는 사드 이전의 호황기로 돌아가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거나 회복이 어렵다는 회의적인 전망이 대세다.
 
분위기 반전의 조짐이 보였던 3월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양제츠 중국 정치국 위원의 면담에서 단체관광, 롯데마트 매각, 선양 롯데월드 프로젝트,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등 사드 관련 4대 보복조치를 전면 철회키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당시 월간 기준 중국인 입국자가 40만명을 넘긴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이었다. 하지만 '유커 호황'을 누렸던 업계 현장에서는 사드 사태 이전에 비해선 여전히 수요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한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수 역시 중국과 중국이 아닌 국가사이에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중국인 빼고…한국 찾는 외국인 증가세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올해 1~5월까지 중국인을 제외하고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414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2% 늘었다. 문체부는 중국을 제외한 외래객 수가 올해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라며 고무됐다. 하지만 이 기간 중국인 방문객 수는 179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4% 줄었다. 한한령 조치가 있기 전인 2016년 1~5월에 비해선 41.4%나 감소했다.
 
중국의 여행국 인기순위에서도 한국은 밀려나 있다. 중국 국가여유국 산하 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의 최대 명절인 춘제(음력설) 연휴기간 인기 해외여행지는 태국, 일본,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 순이었다. 2017년 2월 춘제 때만 해도 전체 3위였던 한국은 10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지금으로서는 한국을 방문해 쇼핑하는 중국인 대다수가 따이공(보따리상)인 실정이다. 사드 이슈 1년이 지나면서 일부 여행사에 한국 단체관광 상품 판매가 재개되기도 했지만 이들을 찾아보기란 힘들다. 박유정 롯데면세점 명동본점 지배인은 "단체비자로 방문하는 이들이 아직 제한적이다 보니 개인, 가족여행객이나 지인에게 부탁받아 구매대행을 하는 고객이 주를 이룬다"며 "크루즈 단체가 유입될 때는 (중국인)단체 관광객이 하루 8000명에 달하기도 했던 사드 이전에 비하면 변화를 체감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여행도 트렌드…시기 놓치면 회복 어려워"
 
업계의 유커 회복에 대한 전망도 회의적이다. 유커의 한국 방문은 지금과 같이 완만한 속도로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대다수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사드 악재가 완전히 풀린다고 해도 과연 유커들이 예전만큼 돌아올지는 의문"이라며 "여행도 트렌드이기 때문에 빠른 시간내에 상황이 회복되지 않을 경우 그 사이 새롭게 관심을 갖는 여행국에 대한 상품개발이나 입소문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례가 있다. 중국은 2010년 일본 센카쿠열도 분쟁, 2014년 홍콩 우산혁명 등의 외교적 갈등을 겪었다. 당시에도 일본과 홍콩의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했는데 회복되는 데 장시간이 걸렸다. 더욱이 현재는 따이공들의 활발한 활동이 중국인들의 쇼핑 욕구를 해소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유커가 빠른 수준으로 돌아오기는 어려워 보인다. 따이공은 거래 신뢰도를 제고하는 등 보다 전문화된 대리구매 채널인 웨이상(중국의 모바일 메신저인 웨이신(위챗)과 웨이보를 이용해 상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사업 또는 사업자)으로 진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해외직구 제도를 정비하며 해외 원정소비를 억제하고 있는 것도 관광소비 생태계를 변화시킨다. 
 
이를 피부로 체감하는 업계는 대체시장 찾기에 사활을 건다. 롯데면세점, 신세계면세점, 갤러리아면세점 등 면세 업계는 일본과 동남아 등지 관광객 유치에 힘을 쏟고 아모레퍼시픽 등 화장품 업계는 유럽 진출을 확대하며 글로벌 다각화 승부수를 던졌다. 시장 전문가는 "중국인 단체관광객 회복이 더디지만 따이공, 웨이상 중심의 매출만으로도 면세점 실적은 회복세를 보인다"며 "시장 다각화를 지속 꾀하는 한편 대리구매, 온라인 해외직구 등 상품유통 채널이 다변화되는 시장 생태계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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