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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시리즈 영화, 그 가능성은 이미 열렸다
‘신과 함께’ 대박 흥행, ‘탐정’ ‘마녀’ 시리즈 기획 등
2018-07-10 17:44:15 2018-07-10 17:44:23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1990년대 초부터 200년대 초까지 충무로 시리즈 영화는 붐이었다. 시리즈의 아류작들도 숱하게 쏟아졌다. 형사물 조폭물이 주류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졌다. 시리즈물 장점인 캐릭터는 뚜렷했지만 그것을 이어갈 스토리가 바닥이 났다. 그것을 덮을 억지 설정의 한계도 드러났다.영화적 기술(CG) 부족으로 표현력의 한계도 명확해졌다. 그렇게 사라진 시리즈물이 다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2011년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부터다. 올해 3편까지 등장했다. 그리고 ‘탐정: 더 비기닝’ 후속편 ‘탐정: 리턴즈’가 300만 돌파 흥행을 일궈냈다. 웹툰 원작 ‘신과 함께-죄와 벌’은 1440만 관객을 끌어 모으며 2편 ‘신과 함께-인과 연’이 개봉 대기 중이다. 제작사 측은 3편과 4편까지 기획 중이다. ‘마녀’의 예상 밖 흥행도 눈길을 끈다. 연출을 맡은 박훈정 감독은 이 영화를 시리즈물로 처음부터 기획했다.
 
 
 
♦ 한국형 시리즈 해답…동시 제작?
 
마블과 DC로 대표되는 할리우드의 프랜차이즈 시리즈물에 비교될 바는 아니다. 하지만 한국영화에서도 그 동안 속편 제작은 이뤄져 왔다. CG기술이 발달하면서 최근 들어서는 할리우드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판타지와 SF장르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신과 함께’다.
 
‘신과 함께’는 죽음 이후 지옥을 배경으로 망자의 재판 과정을 그린다. 영화 전체의 90% 이상이 CG가 필요하다. 누구도 본 적 없는 지옥의 비주얼을 그려내야 한다. ‘신과 함께’는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1편과 2편을 동시 제작했다. 먼저 개봉한 1편이 무려 1440만 관객을 끌어 모았다. 이제 2편이 다음 달 초 개봉을 한다. 투자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 측은 내심 1편의 성적을 넘어설 것을 기대한다.
 
2편은 저승의 삼차사가 1000년 전 죽음 이전의 기억을 떠올리고 그들의 과거를 기억하는 성주신과 이승과 저승 과거를 넘나드는 스토리다. 롯데 엔터 측 관계자는 “1편의 비주얼과 스토리를 압도할 것이다”고 전했다.
 
‘신과 함께’는 1편과 2편 동시 제작이란 사상 첫 실험을 통해 두 가지를 얻게 됐다. 스토리의 무난한 연속성이 첫 번째다. 제작진과 배우들 입장에선 고충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영화를 소비해야 하는 관객 입장에선 두 편의 개봉 간격이 단축되면서 관심과 관람 욕구를 끌고 갈 수 있게 됐다. 제작진 입장에서도 연속성이란 측면에서 두 편의 간극을 좁힐 수 있게 됐다.
 
두 번 째는 스토리의 확장을 꾀할 수 있게 됐다. 기존 1990년부터 2000년대 초 충무로에 쏟어진 시리즈물은 캐릭터를 끌고 가면서 새로운 스토리를 구성해 집어 넣는 방식이었다. 결과적으로 인물 위주가 아닌 사건 위주로 돌아가면서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완성도가 빈약해지는 약점을 노출했다. 동시 제작을 통한 ‘신과 함께’는 원작이 있지만 전편과 후편을 하나의 거대한 틀로 구성해 스토리의 전개를 배분하는 이점을 안게 됐다.
 
 
 
♦ 캐릭터 위에 스토리
 
‘탐정’ 시리즈의 성공과 ‘마녀’의 예상 밖 흥행을 보고 있으면 떠 오르는 지점도 있다. 바로 뚜렷한 캐릭터를 바탕으로 한 서사 구성 방식이다. 예전 시리즈물은 단발성 스토리로 이어졌다. 쉽게 말해 흥행 여부에 따라 시리즈를 이어가는 제작 시스템이었다.
 
2010년 이후 충무로에 등장한 시리즈물은 처음부터 시리즈물로 기획된 작품들이다. 캐릭터 자체가 명확하고 그에 따른 이야기의 뼈대가 완성돼 있는 상태다. 감독 및 제작자들 역시 이를 바탕으로 기획과 연출의 포인트를 잡아가고 있다.
 
최근 개봉해 극장가에서 흥행 중인 ‘마녀’는 박훈정 감독이 감독 데뷔 초기부터 시리즈물로 기획을 해온 작품이다. 최근 개봉한 ‘마녀’는 1편에 해당한다. 영화 전체의 흐름도 프롤로그 형식으로 흘러간다. 영화 전체의 흐름과 전개가 다소 지루하단 평도 있었다. 하지만 영화 속 주연 ‘닥터 백’을 연기한 조민수는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시리즈물이라고 생각하면 이번에 개봉한 ‘마녀’의 흐름이 맞다. 박 감독의 선택이 옳다고 믿는다”고 힘을 실어 줬다. 박 감독의 흥행작 또 다른 ‘신세계’ 역시 꾸준히 속편 제작이 거론되고 있는 영화다.
 
한 영화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1990년대 초반 충무로에 득세했던 시리즈물과 최근 트랜드인 시리즈물의 차이라면 초반 기획부터 달랐다는 점이다”면서 “애초에 시리즈물로 출발을 했는지 아닌지로 완성도가 달라질 수 있다. 또한 마블이 트랜드가 되면서 영화 속 스토리 세계관 확장 개념이 기획 및 제작 현장에도 퍼지고 있다. 그 점도 무시할 수 없다”고 전했다.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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