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피플)권영근 소장 "국방부 문민화, 장기적으로 우리 군이 가야할 건전한 방향"
육군중심 구조 여전…과거 국방개혁 할 때마다 더 심해져
"3군 균형발전 위해 해·공군도 노력해야…전략 고민하는 사람이 진급 바람직"
2018-07-13 06:00:00 2018-07-13 06:00:00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당초 올해 3월에는 최종안이 나올 것으로 알려졌던 국방개혁 2.0 수립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 연이은 남북·북미 정상회담 개최로 한반도 정세가 급격하게 바뀌면서 일부 계획의 수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국방개혁 2.0의 핵심 중 하나로 꼽혔던 ‘3축 체계’(한국형 대량응징보복·미사일방어·타격순환체계)의 조정 가능성도 거론된다.
 
무기체계 만의 문제가 아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11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국방개혁 의지를 다지며 “문민통제 확립과 3군 균형발전이 우리 군이 앞으로 가야할 지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중 문민통제 확립을 두고 권영근 한국국방개혁연구소 소장(예비역 공군 대령)은 지난 10일 기자를 만나 “이번 정부 들어 민간인을 국방부에 많이 포진시킨 것은 장기적으로도 가야할 방향”이라며 “국방장관까지 민간인으로 임명하는 방안도 장기적으로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3군 균형발전에 대해서도 현재 육군 중심인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해·공군의 자체적인 역량강화 노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권 소장은 공군사관학교(공사) 26기로 임관 후 공사 교수, 국방대학교 합동교리실장 등을 지내며 32년 간 군에 몸담았다. 전역 후에도 국방개혁 관련 각종 제언을 내놓으며 후배들에게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중이다.
 
박정희·노태우정부 때 오히려 3군 균형발전 노력 강해
 
학계에서 통용되는 이론 중 ‘경로의존성’이라는 말이 있다. 한 번 일정한 경로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나중에 그 경로가 비효율적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성을 뜻한다. 권영근 한국국방개혁연구소 소장은 “1954년 미국이 한국군을 육군 중심으로 만들어놓은 것을 바꾸기가 힘든 것이 그 사례”라며 “우리 군 내부에서도 70년 넘게 이를 벗어나려는 노력이 딱히 없었다”고 지적했다.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은 3군 균형발전을 위해 육·해·공군의 대령급(과장) 이상 장교가 순환 보직하는 ‘공통직위’의 편성비율을 2:1:1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비율이 5:1:1 또는 그 이상이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권 소장은 “국방정책을 결정하는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합참) 주요 인사가 육군 중심으로 되어있다보니 국방개혁을 할 때마다 한국군이 더욱 육군 중심의 조직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영삼정부 출범 이후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 권 소장의 주장이다. “박정희정부 시절인 1971년 미 7사단이 철수하고, 노태우정부 시절인 1987년에도 주한미군 철수 분위기가 생기면서 자주국방 노력이 이어졌다. 특히 두 대통령은 공군 전력을 증강했다. 미국이 한국군을 육군 중심으로 만들어놨기 때문에 자주국방을 위해 공군을 증강시켜야 했다. 1970년에 공군 전투기가 200대 수준이었는데 박 대통령이 400대로 늘렸고, 비행단도 원래 3개에서 5개를 더 만들었다. 노 대통령은 육군 소속이었던 방공포사령부(현 방공유도탄사령부)를 공군으로 전군시켰고, F-16 전투기를 120대 도입했다. 이에따라 비행단도 10개로 늘었다.” 오히려 군 출신 대통령이었기에 이같은 노력이 가능했다고 권 소장은 설명했다. 그러던 것이 김영삼정부 출범 후부터는 국방 행위자가 대통령에서 국방부로 바뀌면서 육군 중심의 전력증강이 가속화됐다는 것이다.
 
군 교육기관의 커리큘럼도 육군 중심이다. 권 소장은 “국방대 합동참모대학 교리발전부에 있을 때, 같이 근무하던 모 육군 장군이 ‘합동참모대학 커리큘럼이 육군대학의 그것과 거의 다르지 않다’고 말하더라”며 “진정한 의미에서 합동계획을 수립하려면 합동참모대학 같은 곳은 커리큘럼을 바꾸고 군 별로 들어오는 학생 수, 교수 비율도 같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같은 상황은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권영근 소장은 미래전에 대비한 전략을 고민하는 사람이 군 내에서 진급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뉴스토마토
 
다만 문재인정부 들어 일부 개선의 단초가 마련되는 중이다. 국방부는 지난해 11월 신임 국방정책실장에 여석주 예비역 해병대 중령을 임명했다. 12월에는 전력자원관리실장에 민간공무원인 박재민 당시 군사시설기획관을 승진 임용했다. 정책실장과 전력자원관리실장은 각각 국방정책 기획·무기체계 소요를 다루는 국방부 내 핵심 보직이다. 지난 10년 간 한 명을 제외하고 전원 육군 출신이 맡아왔다. 권 소장은 “어쩌면 그 분들의 전문성이 국방부 핵심부서에 계속 근무했던 사람들보다 떨어질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 군이 가야할 건전한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3군 균형발전을 설명하던 권 소장은 해·공군 내부의 노력도 수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군의 경우, 공중에서의 항공력 운용개념에 대해 올바른 지식을 갖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고민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해군은 항해, 공군은 조종에 특화된 사람들이 참모총장이 되는 시스템을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이제는 전략을 고민하는 사람이 진급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권영근 소장은 현재 육군 중심인 군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해·공군의 자체적인 역량강화 노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지난 6월19일 서울 공군회관에서 열린 항공우주력 국제학술회의에서 참가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공군
 
주한미군 철수 우려는 기우, 미국은 늘 한국의 중요한 위치 강조
 
권 소장은 주한미군 감축·철수 문제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는 듯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장기적으로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권 소장은 “미국 사람들이 쓴 많은 글을 읽지만 주한미군 철수 필요성을 언급하는 내용은 1000개 중 하나 있을까말까 하는 수준”이라며 “중국은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을 내보내려 하고, 미국은 못나가겠다고 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단언했다. “미국은 2017년 12월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 보고서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수정주의자’로 규정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안전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 과정에서 한미동맹을 언급하고 한국이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런 상황에서 주한미군 철수는 상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는 “(주한미군이) 나갈 것처럼 겁을 준 다음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시 한국 안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권 소장은 “주한미군이 우리 땅을 나가지 않을 것이 분명한 점에 비춰볼 때 큰 문제가 없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위협은 크게 보면 핵과 재래식무기 위협 두 종류다. 이중 북한이 핵을 사용할 경우 지금보다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그 순간 북한은 지구상에서 사라진다. 항공기·함정·전차 등 재래식 전력은 이미 1980년대 중반부터 올스톱됐다. 여기에 미군이 한반도를 떠날 생각이 없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전작권 환수에 속도를 내도 큰 문제가 없다.”
 
다만 권 소장은 이 과정에서 우리 군의 역량이 강화왜 한다는 접을 재차 강조했다. “지금까지는 미군이 한반도 전쟁을 주도하고 우리가 지원하는 형태였다. 이제는 우리가 한반도 전쟁을 주도하면서 미군의 지원을 받아야하는 것이다. 우리가 미군들을 따라오게 만들려면 전쟁이론·교리가 확립되어야 하는데 지난 70년 간 우리 군 장교들 중에는 이를 고민한 사람이 별로 없었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된다.” 국방개혁 2.0 완성 과정에서 권 소장의 고민이 어디까지 현실화될지 주목해볼 일이다.
 
권영근 소장이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