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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부회장에 김용근 자동차산업협회장 선임…내홍 수습, 혁신 과제
내부 갈등 야기한 송영중 부회장 후임으로
김 부회장, 산업과 노사관계 식견 높아…경총 갈등 수습할 리더십 필요
2018-07-12 14:42:04 2018-07-12 14:42:05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사무국 내홍 사태를 일으킨 송영중 전 상임부회장 후임으로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을 선임했다. 김 부회장이 어떻게 경총의 내부 갈등을 수습하고, 혁신을 이어갈지 관심이 쏠린다. 
 
경총은 12일 오전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전형위원회를 열고 김 부회장을 선임했다. 경총은 "노사관계를 넘어 경제·사회 이슈 전반에 대한 경제계 목소리를 충실히 대변해야 할 시점"이라며 "김 부회장이 조직의 대외 이미지 제고 등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신임 부회장을 선임한 전형위는 손경식 경총 회장, 윤영철 현대자동차 부회장, 조규옥 전방 회장, 조기행 SK건설 부회장, 백우석 OCI 부회장, 김학권 인천경총 회장, 박복규 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장 등 7명이 참여했다. 
 
김용근 경총 신임 상임부회장. 사진/경총
1956년 전라남도 고흥에서 태어난 김 부회장은 순천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동대학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학위, 전주대학교 경영학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 23회로 2003년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지역산업균형발전기획관(국장), 2007년 산업정책본부장(차관보)을 역임했다. 이후 2009년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원장을 거쳐 2013년부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을 맡아 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 경총은 김 부회장이 정부와 기업 간 조정자 역할을 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 분야의 전문성을 통해 재계 입장을 대변할 것으로 경총은 판단했다. 
 
김 부회장은 경총의 전문 분야인 노사 문제에 대한 전문성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부회장은 2013년부터 6년 동안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으로 지내면서 국내외 자동차 산업의 노사관계를 들여다 봤다. 자동차업종은 전 산업 중 노조 활동이 가장 활발한 산업이다. 완성차를 비롯해 부품사까지 유노조 사업장인 곳이 대부분이다. 자동차산업의 노사관계를 들여다 본 경험을 통해 경총에서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은 2015년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주요 선진국 완성차업체의 노사관계를 분석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듬해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노동개혁 사례를 연구했다. 국내 자동차산업은 수출 침체, 노사 갈등, 낮은 생산성 등을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김 부회장은 자동차산업의 노사문제에 대한 높은 식견을 갖췄다는 평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서 현대차의 영향력이 강했는데, 김 부회장 체제를 거치면서 이 같은 분위기가 누그러졌다고 평가했다. 이는 경총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경총은 김영배 전 부회장 체제를 거치면서 특정 기업에 편향적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김 부회장이 회원사를 두루 챙길 지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신임 부회장을 보는 재계 안팎의 기대에도 김 부회장이 경총 혁신의 적임자일지는 의문이다. 경총은 송 전 부회장을 선임하면서 심각한 내부 갈등을 겪었다. 송 전 부회장은 지난 4월 취임 후 내부 혁신을 추진했다. 일과 가정의 균형을 도모하기 위해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자신이 직접 재택근무를 하면서까지 유연근무제를 추진했다. 하지만 송 부회장의 욕심은 오히려 조직 내부의 반발을 불렀다.
 
송 부회장은 경총의 회계 부실을 지적했다. 총회에 보고하지 않고 임직원의 특별상여금이 현금으로 지급된 사실이 드러났다. 경총 사무국은 임직원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상여금을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회계 처리가 부실한 점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회원사의 신뢰를 잃었다. 송 부회장은 경총 내부에 임원을 둘러싼 계파가 있다고 주장했다. 경총의 내부 갈등은 언론을 통해 생중계됐다. 
 
송 부회장은 경총 혁신과 함께 내부 갈등을 우선적으로 수습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김 부회장이 협회에서 의욕적으로 업무를 추진했지만 마무리가 잘 안 된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이 꼼꼼하게 경총 내부의 문제를 바꿔나가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최근 경총은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를 발표했다. 임직원 특별상여금도 급여 통장에 지급하고 회원사의 노사관계를 지원해 발생한 수익은 총회 때 보고하기로 했다. 경총의 이번 조치를 챙기는 것도 김 부회장의 몫이다. 경총 부회장은 회장을 보좌하고, 경총 안팎의 살림을 챙겨야 한다. 300여개가 넘는 회원사를 챙기는 것도 부회장의 역할 중 하나다. 최근 손 회장은 경총을 노사문제를 전문으로 하는 단체에서 경제·사회를 두루 챙기는 단체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경총의 외연을 넓히고, 위상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런 점에서 김 부회장은 임기 동안 막중한 과제를 떠안은 셈이다. 
 
김 부회장은 "어려운 자리인 줄 알지만 우리 경제를 위해 해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립적 노사관계를 협력적 노사관계로 전환하고, 노동계와 협력하고 존중하면서 일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총은 이날 전형위에서 김명우 두산중공업 대표를 비상근 부회장으로 임명했다. 정지택 두산중공업 고문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비상근 부회장에서 퇴임했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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