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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 ‘호텔 아르테미스’, 투박하지만 충분히 색다른 공간
범죄자 전용 비밀 호텔, 그곳으로 흘러 들어온 인물들
각자의 목적, 목적을 위한 행동…’폐쇄된 공간’ 속 충돌
2018-07-12 17:53:35 2018-07-12 17:53:35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킬러가 등장한다. 범죄 조직이 나온다. 법치의 외곽에 존재하는 인물들만을 위한 공간이 존재한다. 폐쇄된 이 공간에서 어떤 사건이 벌어진다. 이 간단한 조건만 들여다 봐도 ‘호텔 아르테미스’는 너무도 매력적인 얘기다. 더욱이 출연 배우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보다 압도적이다. 조디 포스터, 제프 골드블럼, 소피아 부텔라, 데이브 바티스타. 스털링 K. 브라운, 재커리 퀸토. 할리우드의 신구 레전드가 모두 모였다. 촬영은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아가씨’ 등 박찬욱 사단 출신으로 감각적이고 독보적인 비주얼을 잡아내는 정정훈 촬영 감독이 맡았다. 단순하게 이 점 만으로도 이 영화의 비상함과 비범함은 예측 불가능한 수준이다.
 
 
 
영화는 기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시간적 배경은 2028년 LA다. 물을 독점한 회사의 수질 공급 중단으로 시민 폭동이 일어났다. 폭동의 불안함과 달리 ‘호텔 아르테미스’는 평온하다. 외부와 격리된 공간이다. ‘간호사’란 호칭으로 불리는 진 토마스(조디 포스터)는 거대한 근육질의 남자 ‘에베레스트’(데이브 바티스타)와 22년째 이 호텔을 운영 중이다. 이 곳은 일반적은 개념의 호텔이 아니다. 멤버십으로 운용이 된다. 회원 가입은 오직 범죄자들만 가능하다. 그들에게 숙박과 함께 치료를 겸하는 병원인 셈이다. 일종의 범죄자 전용 비밀 병원이다.
 
폭동이 일어난 외부의 혼란을 틈타 은행 강도 ‘와이키키’(스털링 K. 브라운)는 친동생과 함께 은행을 턴다. 하지만 경찰과의 총격전에 부상을 입고 ‘호텔 아르테미스’로 들어오게 된다. 그는 은행에서 범상치 않은 작은 물건 하나를 손에 넣게 됐다. 하지만 이 물건의 주인은 LA 밤을 지배하는 거대 조직의 수장 ‘울프킹’(제프 골드블럼)의 물건이다. 공교롭게도 ‘호텔 아르테미스’가 입주한 건물의 건물주가 바로 ‘울프킹’이다.
 
한편 ‘호텔 아르테미스’에는 베테랑 킬러 ‘니스’(소피아 부텔라)와 진상 고객 무기상 아카풀코(찰리 데이)도 투숙해 있다. 와이키키와 니스는 서로 아는 사이다. 니스는 귀신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의 빼어난 킬러다. 아카풀코는 니스의 정체를 모른 채 그에게 치근덕거린다. 물론 니스는 목적이 있다. 커피잔 조차 무기로 사용해 사람을 죽일 정도의 실력자인 니스는 전 세계 범죄 조직의 청부를 받아 움직이는 살인청부업자다. 니스와 아카풀코 그리고 와이키키 모두 폭동 때문에 부상을 입고 ‘아르테미스’에 들어와 몸을 피하고 있다. 하지만 각자의 목적이 다르다. 도대체 그 목적이 무엇 일까.
 
영화 '호텔 아르테미스' 스틸. 사진/판씨네마
 
그때 우연찮게 부상을 당한 울프킹이 ‘아르테미스’에 들어오게 된다. 그리고 때마침 진 토마스와 인연이 있던 여자 경찰까지 부상을 당해 이 곳에 들어오게 된다. 진 토마스는 22년 동안 ‘호텔 아르테미스’를 운영하며 세운 규칙이 있다. ▲호텔 내부 살인 금지 ▲호텔 내부 무기 소지 금지 ▲호텔 직원에게 욕설 금지 ▲범죄자만 이용 등이다. 그런데 경찰이 들어오게 됐다. 진 토마스는 이 경찰을 통해 그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비밀의 실체를 알게 된다. 그리고 ‘호텔 아르테미스’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진 토마스와 에베레스트 그리고 와이키키, 니스, 아카풀코, 울프킹 그리고 울프킹의 아들 크로스비(재커리 퀸토)까지. 이들은 각자의 목적을 위해 각자의 규칙을 깨고 마지막을 위한 격돌을 준비한다.
 
‘호텔 아르테미스’는 최근 할리우드에서 제작돼 전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한 뒤 3편이 제작 중인 ‘존 윅’의 설정과 비슷한 지점이 있다. ‘존 윅’에서 등장한 킬러 전용 호텔 ‘컨티넨탈’의 공간을 차용한 듯한 느낌이다. ‘컨티넨탈 호텔’은 킬러들의 커뮤니티로 ‘호텔 내 살인 금지’란 엄격한 규칙이 존재한다. 반면 ‘호텔 아르테미스’는 컨티넨탈 호텔’에 비해 좀 더 모성적인 측면이 강하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범죄자라면 누구라도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 아르테미스는 그리스 신화 중 여성의 출산과 어린 아이를 돌보는 여신이다. ‘호텔 아르테미스’의 주인 진 토마스는 아들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범죄자들에 대한 보호와 치료에 집중한다. 물론 자신이 세워 둔 엄격한 규칙 안에서다. 그 규칙은 ‘아르테미스’가 입주한 건물의 주인이자 LA 암흑가의 보스 ‘울프킹’도 예외는 아니다.
 
영화 '호텔 아르테미스' 스틸. 사진/판씨네마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들의 얘기는 사실 큰 긴장감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또한 가까운 근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SF적인 요소보단 LA란 도시의 이미지를 많이 차용했다. 실제 LA는 첨단과 퇴보가 공존하는 도시로 여러 영화에서 묘사하고 있다. 구식 철제 잠금 장치와 녹슨 엘리베이터와 달리 환자를 치료하는 첨단 장치는 미래 지향적 요소로서 이 영화의 색다른 볼거리이자 이질감을 선사한다. 캐릭터들의 이름이 전 세계 유명 지역의 명칭인 점도 이채롭다. 캐릭터와 이름 그리고 지역의 특색을 떠올리면 해당 캐릭터의 이미지와 극중 연기가 매치되는 재미도 있다.
 
인물간의 목적과 긴장감을 이용하는 사건의 활용 및 마지막 하이라이트 장면에서의 액션 시퀀스가 매끄럽게 이어지는 느낌은 아니다. 그럼에도 한 작품에서 이 정도의 존재감 강한 인물들이 모두 출연하고 그들의 앙상블을 볼 수 있단 것만으로도 매력적인 요소는 충분하다. 18일 개봉, 94분
 
영화 '호텔 아르테미스' 스틸. 사진/판씨네마
 
P.S ‘울프킹’으로 출연한 제프 골드블럼이 마취 상태에서 읆조리는 대사가 인상적이다. 아마도 그의 출세작 ‘플라이’에 대한 대사적 오마주이거나 혹은 애드리브 아닐까.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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