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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 10.9% 인상에 노사 모두 '실망'
2년 연속 두 자리 수 인상…경영인은 경영이, 노동자는 월급이 아쉬워
2018-07-15 14:13:19 2018-07-15 14:13:19
[뉴스토마토 구태우·왕해나 기자]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에 이어 두 자리 수 인상을 이어가면서 경영계와 노동계는 엇갈린 반응을 나타냈다.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10.9% 오른 8350원이다. 경영계는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하는 방안이 무산된 상황에서 최저임금마저 올라 우려를 나타냈다. 노동계는 인상폭이 예상보다 낮아 불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15일 노동계와 경영계에 따르면 경제단체는 14일 논평을 내고 내년 최저임금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10.9%의 인상률은 기업의 경영환경을 고려치 않은 것이라며,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경제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내년 최저임금이 두 자릿 수로 인상돼 아쉬움 크다"며 "정부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저소득층 일자리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이 14일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어려운 경제 여건으로 고용이 부진한 상황에서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우리나라 최저임금의 상대적 수준은 세계 최상위권인데, (계속 오르는) 현실을 고려하면 더욱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경총은 업종에 따라 최저임금을 구분하는 제도가 도입되지 않은 것에 비판했다. 숙식업, 택시운송업 등은 법정 최저임금보다 낮게 적용해 사용자의 부담을 낮추는 제도다. 
 
경총은 "이 제도는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안"이라며 "내년에도 모든 업종에서 최저임금이 동일하게 적용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한계 상황에 내몰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별도의 논평을 내지 않았다. 전경련 관계자는 "이번 10.9% 인상은 취약계층 일자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늘리고,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하는 제도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은 당장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협력업체 부담이 느는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전자 대기업 관계자는 “이미 대부분의 직원들이 최저임금 이상을 받고 있는 대기업들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협력사의 인건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협력펀드, 실적 공유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주요 기업들은 협력업체의 인건비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도입했다. 삼성전자는 협력업체와 성과를 공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중 130여개 협력사에 200억원 규모의 생산성 격려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반도체 호황이 장기화되면서 협력업체 임직원 1만여명과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서다.  
 
현대자동차는 올해부터 15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2·3차 협력사 5000곳을 지원하고 있다. 현대차는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500억원 규모의 상생협력기금을 출연했다. SK는 협력사와 상생 협력을 2·3차 협력업체까지 확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원청 임직원의 임금인상분의 일부를 협력업체와 공유한다. LG는 협력사의 경영 안정을 위해 8500억원 규모의 상생협력 기금을 조성한다. 
 
노동계는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낮다고 비판했다. 내년 최저임금 협상에서 노동자위원은 15.3% 인상률을 마지노선으로 정했다. 공익위원은 이보다 4.4% 낮은 10.9%로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했다.
 
한국노총은 "저임금 노동자에게 희망적 결과를 안겨주지 못해 무척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올해 하반기 최저임금 제도를 개선하고, 더불어민주당과 정책 협약을 이행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내년도 두 자리 수의 인상률을 이어간 만큼 한국노총의 비판 수위는 높지 않았다.
 
앞서 한국노총은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통상임금 산입범위를 논의하기로 했다. 취업규칙 불이익하게 변경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 노사갈등을 줄이기로 했다. 현재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데, 이를 내년부터 개선하는 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내년 인상률은 작게는 2.74%, 많게는 7.7% 삭감될 것"이라며 "실제 인상수준은 5~6%에 불과해 최악의 인상률"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산입범위 확대로 무너지고, 이번 10.9% 인상률로 사실상 공약이 폐기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내년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174만5150원이다. 올해보다 17만1380원 올랐다. 노동자가 받는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수당이 각각 43만6287원과 12만2160원보다 높을 경우 차액을 최저임금에 산입할 수 있다.
 
구태우·왕해나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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