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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재무통’ 권영수 신임 COO로…승계 작업 가속도
권영수 부회장, 계열 분리와 상속 문제 조정자 역할 맡을 듯
2018-07-16 16:50:23 2018-07-16 16:50:23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취임 후 첫 인사를 단행했다. 16일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을 ㈜LG COO(최고운영책임자)로 선임하며 곁으로 불러들인 한편, 하현회 ㈜LG 부회장은 LG유플러스 대표이사로 내정해 자리를 맞바꿨다. 그룹 내 재무통으로 통하는 권 부회장의 지주회사 이동은 상속문제, 계열분리 등 승계 작업을 조속히 마무리 짓고 ‘구광모 체제’를 안착시키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LG는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을 ㈜LG 신임 COO 부회장으로 선임했다. 오는 8월29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권 부회장의 ㈜LG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통과되면 LG그룹은 다시 이사회를 열어 권 부회장을 ㈜LG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LG는 구광모 회장과 하현회 부회장의 각자대표 체제에서 구광모 회장·권영수 부회장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하게 된다.
 
권 부회장은 LG그룹 핵심 계열사를 두루 거친 재무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79년 LG전자 입사 후 CFO(최고재무책임자) 사장,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 사장,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 등 전자·화학·통신 등 LG의 전 사업영역에서 주력 계열사 최고경영자를 역임했다.
 
 
 
재계에서는 구 회장이 권 부회장을 LG 대표이사로 불러들인 데는 몇 가지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은 승계 작업 가속화다. 통상 재벌의 경영승계 과정에서는 풍부한 경험을 가진 재무 전문가가 등용되곤 한다. 권 부회장은 지주사 지분 상속 문제를 원만히 해결해야할 과제를 안고 있다. 구 회장이 구본무 전 회장 지분을 모두 상속받으면 상속세는 최대 1조원에 달한다.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LG그룹 비상장 물류 계열사 판토스 지분(7.50%)을 활용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구 회장이 구본무 전 회장 지분의 일부만 상속받고 나머지는 다른 친인척이 나눠 받거나, 상속세를 나눠 내는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몇 년에 걸쳐 상속세를 납부하는 방법도 거론되고 있다. 권 부회장은 상속에 드는 자금 마련 과정에서 구 회장의 조언자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 부회장 기용의 또 다른 이유는 계열분리다. 그룹 경영에서 물러난 구본준 ㈜LG 부회장은 연말 임원인사를 통해 공식 퇴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현재 범 LG가는 3~4개 계열분리 안을 놓고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본준 부회장이 전자와 화학, 반도체, 필립스LCD 등 전자 계열사와 인연이 깊었던 만큼 전자부품 계열사를 분리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승계 과정에서 금융, 전선, 제련 등을 떼어낸 과거 사례들을 볼 때 현재 LG와 연관이 크지 않은 사업을 분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LG이노텍, LG상사, LG유플러스 등이 물망에 오른다.
 
권 부회장이 그룹 내 부진한 계열사에 대한 과감한 실적 개선 조치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은 13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하반기에도 흑자전환은 쉽지 않다. 중국 업체와의 경쟁으로 고전중인 LG디스플레이는 1분기 1000억원 가까운 적자를 내고 2분기 적자폭이 더 늘었다. 재계 관계자는 “권 부회장이 승계 작업에서 구 회장의 상속 문제와 계열 분리의 조정자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부진한 사업에 대한 개선작업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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