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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지속가능발전목표, 기업의 미래를 제시하다
UNGC 한국협회, 간담회 통해 산업별 SDGs 이행가이드 제시
2018-07-23 08:00:10 2018-07-23 13:07:26
세계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빈곤 퇴치, 다양성 보장 등 전 세계적이고 범인류적인 목표를 기업 비전에 접목시켜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글로벌 무역 질서와 기후 변화와 같은 외부 환경에 대한 리스크를 줄여 안전성을 높이고, 포용적이고 선도적인 기업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오너 리스크 심화, 생산성 제고의 한계, 기업의 도덕적 책임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 확대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한 우리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발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세계적 기업 로얄DSM(Royal DSM)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성공적으로 이행하고 있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세계 인구의 절반이 쌀을 주식으로 하지만 쌀에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거의 포함되지 않아 영양불균형이 초래될 수 있다. 이에 로얄DSM은 혁신적인 고온 압출 기술을 통해 쌀에 캡슐로 된 미량의 영양소를 첨가해 ‘뉴트리라이스(NutriRice)’를 개발했다. 인도 방갈로르 빈곤 지역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뉴트리라이스를 6개월 동안 섭취한 아이들의 비타민 상태, 신체적인 능력과 지구력이 향상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로얄DSM의 혁신은 자사의 성장을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의 식량 안보, 영양개선을 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받는다.
 
한국은 최근 독일 베텔스만 재단과 유엔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 Sustainable Development Solutions Network)가 발간한 ‘2018 SDG 지수 및 대시보드 보고서(SDG Index and Dashboards Report)’에서 19위를 차지했다. 전체 대상이 193개 유엔 회원국인 것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받은 셈이다, 그러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기업의 인식 변화와 국가적 정책 수립이 전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해쳐나가야 할 난관이 적지 않다.
 
SDGs, 혁신 성장 동력 제시하는 ‘투자’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는 전 세계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 발전을 실현하기 위해 2015년 9월 유엔에서 채택됐다. SDGs는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유엔과 국제사회가 달성해야 할 목표와 이를 위한 행동 지침들의 우선순위를 제시한다. 2015년까지 적용됐던 새천년개발목표(MDGs)의 후속 의제로 볼 수 있다. MDGs가 국가 간의 의제였다면 SDGs는 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경제성장과 관련된 이슈를 포괄했다.
 
SDGs는 총 17개 목표와 169개 세부목표로 이뤄져있다. 사회적 포용, 경제 성장, 지속가능한 환경의 3대 분야를 아우른다. 구체적으로 ▲모든 형태의 빈곤을 모든 지역에서 종식시킨다(목표1) ▲지속적, 포괄적,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촉진하며, 완전하고 생산적인 고용 및 모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증진한다(목표8) ▲국가 내, 국가 간 불평등을 완화한다(목표10) 등이 있다. 17개의 목표에는 기업이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세부목표가 제시돼있다.
 
기업의 궁극적 목적을 이윤 추구라고 전제했을 때 SDGs가 제시하는 방향성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긴 쉽지 않다. 기업이 다루기에 빈곤이나 불평등 등의 문제는 거시적이고 복잡한 해법을 필요로 한다. 무엇보다 ‘왜 기업이 이러한 책임을 져야 하나’에 의문이 남는다. 이는 SDGs를 당위적이고 도덕적인 차원에서 접근했을 때 발생하는 문제다. SDGs는 ‘리세스 오블리주’가 아니다. 성장 동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기업에게도 충분히 전략적이며 효과적인 ‘투자’가 될 수 있다.
 
SDGs는 제조, 운송 과정에서의 혁신을 주도한다. 안치용 한국CSR연구소장은 “해당 국가 및 지역과 조응하며 친환경적인 생산, 유통 방식을 검토함으로써 미개발 시장에 대한 개척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며 “동시에 차별화 전략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미래 비즈니스 파악에 용이하다”고 SDGs의 의의를 설명했다. 대외적으론 기업의 거시적 비전을 강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내적으로 조직 내의 체질 개선을 함으로써 구성원의 사기 진작도 가능하다. 기업 가치의 증진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이해관계자와의 관계 강화, 정책 변화와의 속도 유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고무적이다. 소비자, 직원 등의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어 신뢰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단기적인 이윤추구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법, 체제, 평판 등의 변화로 인한 리스크가 감소된다. 향후 새로운 법률로 인해 부과될 비용이나 요구될 조건에 대한 회복력이 단기 이윤추구 방식에 비해 뛰어나다. 선제적인 투자로서 기능하는 것이다.
 
산업별 SDGs 이행가이드 통해 구체성 더해
우리나라는 한국형 지속가능반전목표(K-SDGs)를 제정 중에 있다. 관계부처와 시민사회 전문가들이 함께 세부목표와 지표를 구성하고 있으며, 각계각층에서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했다. 일자리, 노동, 인권, 환경, 취약계층보호, 사회통합, 상생 및 협력과 윤리경영 등 현재 우리 사회가 마주한 문제를 균형 있게 담아낼 예정이다.
 
이에 발 맞춰 기업들도 SDGs를 기업 가치와 비전에 반영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생산성 정체 문제 해소, 해외 진출 가능성 등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기업들의 불법, 탈법적 행태가 연일 보도됨에 따라 기업의 도덕성, 사회적 책임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가 커지고 있는 것도 기업들이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에 관심을 보이게 된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상당수의 기업들은 SDGs 취지에 동감하면서도 실제 기업에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한다. 낯선 개념일 뿐만 아니라, 세부 목표가 설정됐다하더라도 현실에서 적용하기에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고 기업의 적극적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유엔글로벌콤팩트(UNGC)와 글로벌 컨설팅 전문사인 KPMG인터내셔널(KPMG)이 공동 주관하여 산업별 SDGs 이행가이드를 제시했다. 산업은 ▲식음료 및 소비재 ▲제조업 ▲헬스케어 및 생명과학 ▲금융 ▲에너지 및 천연자원 ▲교통의 6개로 분류된다. 각 분야에 해당하는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소개하고 포용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한다. SDGs의 이행에 실질적인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지난 19일 UNGC 한국협회 사무처에서 'SDGs 산업별 이행가이드 '헬스케어 및 생명과학' 간담회'가 진행됐다. 간담회는 헬스케어 및 생명과학 산업군 기업 실무자 및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지난 5월, 6월에 진행된 식음료 및 소비재, 제조업 간담회에 이어 세 번째다. SDGs 전반에 관한 이해를 돕고 국제 기업들의 모범사례들을 통해 다양한 적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간담회에는 10여개의 기업 관련자가 참석해 기업의 SDGs 이행 상황을 공유하고, 구체적으로 SDGs를 어떻게 적용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나눴다.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 관계자는 “대외적으로 여러 가지 활동을 시도하고 있지만, 로컬(지역)에서는 SDGs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다보니 지역민과 협업하는 데 온도차가 있는 편”이라고 고충을 털어놓으며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는 데 조직 내 피로도가 굉장히 높은 편이다”고 현실적인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의료 분야 스타트업 관계자는 “작은 규모에서부터 회사의 미션과 SDGs를 연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사내외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개발도상국에 의료장비의 접근성 높이기 위해 힘쓰고 있고, 회사 운영에서도 아르바이트생에게도 생활임금을 지급하는 등 조직 내 노동인권 개선에도 지속가능성을 고려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간담회를 진행한 UNGC 한국협회의 이은경 책임연구원은 “SDGs와 관련해 제약이나 헬스케어 분야에선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개발도상국과 같은 저소득 국가에 어떻게 접근(access)할 것인가의 문제 ▲만연한 질병의 저항성을 극복하고 어떻게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높일 것인가의 문제 ▲어떻게 친환경적인 가치사슬을 구축해내느냐의 문제를 제시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헬스케어 업체가 어떤 방식의 솔루션을 낼 수 있을지가 중요한 상황에서 산업별로 SDGs의 이행 방향이나 고충을 공유하는 기회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간담회가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생산·유통 방식 개선해 ‘환경 문제 해결기업이익 창출’ 선순환
UNGC 한국협회는 SDGs를 기업 비전 전반에 반영하여 이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존슨앤존슨을 소개했다. 2016년 9월 유엔 총회와 공동으로 개최한 ‘인류 건강의 진전을 위한 로드맵’ 행사에서 존슨앤존슨은 SDGs에 대한 지지 선언과 함께 SDGs 달성을 위한 상세 공약을 발표했다. 공약은 5년 간 5개의 부문에 걸쳐 이행된다.
 
구체적으로 ▲세계 질병문제(의료 솔루션을 기반으로 약 1억7500만명의 질병 예방, 통제 및 퇴치 노력) ▲의료인력(65만명에게 의료 교육 제공을 통한 질 높은 의료서비스 제공) ▲필수적 수술(5000만명에게 안전하고 필수적인 수술 제공) ▲여성 및 아동 건강(6000만명의 여성과 아동들의 건강한 미래를 지원) ▲환경 보건(환경 및 공기 청결 활동을 통해 전 세계 30개 도시, 10억명 인구의 건강 향상 노력)이 제시됐다. 목표의 이행 정도와 자체적인 평가는 홈페이지의 대시보드를 통해 주기적으로 공개된다.
 
‘건강한 삶을 보장하고 모든 세대의 복지를 증진한다(SDGs 목표3)’를 이행하기 위해 존슨앤존슨은 얀센GPH(Janssen Global Public Health)를 설립했다. 얀센GPH는 130개 이상의 저소득 국가 환자들이 보다 쉽게 결핵치료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파트너십을 맺었으며, 관련 연구와 지원을 통해 협력하고 있다. 또한 HIV(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 AIDS의 원인균) 치료약의 상업화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며, HIV 치료제인 ‘프레지스타’의 비용을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지역 등에서 약 20% 저렴하게 공급한다.
 
존슨앤존슨은 2009년부터 자사의 모든 제품을 주기적으로 평가해 우수 제품에 ‘어스워드(Earthwards)’라는 자체 인증을 부여한다. 어스워드는 원료, 포장재, 에너지, 쓰레기, 수자원, 사회, 혁신 등 7가지 핵심 분야의 개선을 목표로 제품의 사회적 및 환경적 영향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제품 지속가능성 향상을 파악하고 구현하기 위해 제품의 생애주기를 고려한 것이다. 이는 SDGs의 ‘지속가능한 소비 및 생산 양식을 보장한다(목표12)’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밴드에이드(Band-Aid)는 ‘어스워드’ 인증을 받은 제품 중 하나다, 초기 제품에 비해 원료와 포장 사용을 각각 29%, 58% 절감했고 폐기물의 59%를 감소시켰으며 운송 효율성은 60% 증가시켰다. 제품 개발과정에서 지속가능한 포장과 포장재의 활용을 고민한 결과다. SDGs의 실천을 통해 환경 문제 해소에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혁신적이고 포용적인 이미지를 구축함으로써 기업 마케팅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성과를 거뒀다. 최근 ‘재활용 쓰레기 대란’으로 일회용품 및 포장재의 감축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 역시 존슨앤존슨의 시도들을 눈여겨볼 만하다.
19일 서울 중구 UNGC 한국협회 사무처에서 진행된 'SDGs 산업별 이행가이드 '헬스케어 및 생명과학' 간담회' 장면.
송은하 KSRN 기자
편집 KSRN집행위원회(www.ksr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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