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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혁 가온힐 대표 "무명 기업, 카카오 홍보효과 톡톡"
"카카오 메이커스 조언 맞춰 제품 재구성"
미국·일본·중국 등 해외 판매처 확대
2018-07-23 15:40:16 2018-07-23 15:40:16
[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무명의 기업이 판매 활로를 찾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카카오 메이커스를 통해 판매된 제품을 써본 상품기획자(MD)들이 먼저 연락 와 제품 출시를 제안하고 있죠. 카카오라는 대형 플랫폼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습니다."
 
23일 경기도 안산시 가온힐 공장에서 만난 이상혁(51) 가온힐 대표는 회사 설립 후 지난 3년간의 고생이 떠오른 듯 표정에서 만감이 교차했다. 수많은 중소기업 박람회, 정부 지원 사업 등을 두드리며 오프라인 판매처 활로를 찾던 그는 카카오 메이커스와 연결된 이후 카카오 메이커스 누적 매출 1위 사업가가 됐다.
 
이 대표가 카카오 메이커스와 만난 때는 지난해 3월 '서울 국제소싱페어'에서였다. 차선화 카카오 메이커스 MD가 그에게 신규 제품이 나오면 연락 달라는 말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이 대표는 "처음 제품을 들고 카카오를 찾아갔을 땐 거절당했다. 카카오에서 '우리는 세상에 없는 제품을 찾는데 이 제품은 이미 나와 있지 않냐. 변화를 줘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가 처음 카카오에 제안한 제품은 베개 두 개를 지퍼와 단추로 연결한 기능성 제품이었다. 당시 설정한 가격은 6만~7만원대였다. 차 MD는 지퍼와 단추를 빼고 색상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가온힐에 조언했다. 이 대표가 개발한 통째로 세탁하는 베개는 지난 2015년 9월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섬유융합 사업화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금상을 받은 제품이었다. 하지만 세탁하는 베개라는 개념은 신선했지만 상품화로는 무리가 있었다는 판단이었다.
 
그는 카카오의 조언을 받아들여 베개 2개를 연결하지 않고 하나로만 내놓았다. 색상도 5개로 다양화했다. 가격대는 3만원대로 낮춰 대중성을 갖췄다. 그렇게 4개월 동안 카카오와 함께 제품에 변화를 줬다. 통째로 세탁하는 기능성 솜베개 '코튼샤워'는 카카오 메이커스에 지난해 7월23일 출시됐다. 이 제품은 지난해부터 올 7월까지 1년 동안 진행된 24회 판매에서 누적 판매량 약 4만개, 누적 판매액 약 12억원을 기록했다. 그는 "카카오쪽에서 첫 물량 2000개를 준비해야 한다고 했을 때 의아했다. 1000개도 안 팔릴 거라 예상했다"며 "이름도 안 알려진 회사에서 판매하는 무명의 제품을 누가 알아주기나 할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제품은 판매 시작 3일 만에 준비 물량 2000개가 모두 판매됐다. 지금도 판매가 진행될 때마다 재판매 요구가 들어오며 판매가 늘고 있다.
 
카카오 메이커스는 판매자들이 제품을 올리면 소비자 수요를 반영해 제품을 생산하는 플랫폼이다. 판매자들은 최소 생산 수량부터 최대 생산 수량을 설정해 재고 수량을 최소화한다. 최소 생산량만 맞추면 생산에 들어가 판매할 수 있다. 소비자 의견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제품 생산에 반영하기도 한다. 이 대표는 "제품 후기를 보면 크기가 소비자와 맞지 않는다는 말을 종종 볼 수 있었다"며 "베개도 사람 체형에 맞게 다양한 크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가온힐은 현재 사람 키와 체중에 맞는 제품 6종을 생산 중이다. 아동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각자에게 맞는 베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소비자 의견으로부터 끌어냈다.
 
카카오 메이커스에 올라온 가온힐의 코튼샤워 제품(왼쪽)과 카카오 메이커스 페이스북 페이지의 코튼샤워 소개 영상. 사진/카카오메이커스,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가온힐이 카카오 메이커스 입점만 고집한 것은 아니었다. 중소기업청 박람회 등 제품 판매 박람회를 두드렸지만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했다. 온라인 오픈마켓 등에도 제품을 올렸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이 대표는 그 원인이 소비자가 제품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거북목 방지 기능성 베개는 이미 시장에 나와 있지만 통째로 세탁하는 베개는 우리가 처음"이라며 "소비자들이 우리 제품을 인식하지 못해 다른 판매처에서도 성적을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카카오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가온힐은 올 초 신세계인터네셔날 자주와 협업한 코튼샤워 제품을 출시했다. 카카오 메이커스를 통해 제품을 구매한 자주 MD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네이버 스토어팜에서는 베개 부분 인기상품에 올라있다.
 
카카오를 통해 전파된 코튼샤워 우수성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도 퍼졌다. 일본크라우드 펀딩 업체 '마쿠아케'에서는 카카오 메이커스를 통해 이 제품을 발견해 입점 제안을 먼저 했다. 지난 22일 대만 크라우드 펀딩 업체에서도 가온힐에 입점을 제안해 검토에 들어갔다. 이 대표는 "오프라인 박람회에 나가 제품을 판매하면 최대 300개 정도 팔고 끝나는 정도였다"며 "지금은 미국, 일본, 중국, 대만 등 해외 판로를 찾아 나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가온힐은 사업 확장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올 3월 공장을 안산으로 이전하며 공장 부지를 약 3배 넓은 100평대로 넓혔다. 지난 2015년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직원이라곤 이 대표뿐이던 직원 규모 역시 한해 한해 시간이 지날수록 그 숫자를 2명, 7명, 13명으로 늘어났다. 매해 직원 수를 100% 이상 늘린 것이다. 올 상반기 매출은 15억원이다. 지난 2015년 창업 당시 매출은 1520만원대였다. 이 대표는 "올해 말까지 미국·중국 진출이 1차 목표"라며 "올해 직원을 20명까지 늘릴 예정이다. 생산량은 현재 월 2만개에서 월 6만개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상혁 가온힐 대표. 사진/김동현 기자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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