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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욕설 규제 피한 혐오댓글…"자율규제, 새 기준 필요"
사회적 논의 필요성 커져…KISO "강한 규제는 반대 " 입장
2018-07-27 14:54:46 2018-07-27 14:54:46
[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최근 논란인 포털 기사 혐오 댓글을 막기 위해 포털 사업자의 자율규제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포털 사업자들은 음란·욕설·반복 댓글을 규제 중이지만 혐오 댓글은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활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업자가 새로운 이슈에 맞는 새로운 자율규제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27일 '다자녀 가족', '고 노회찬 의원' 관련 기사의 댓글을 보면 해당 인물을 능욕하는 댓글을 찾아볼 수 있다. 댓글을 단 이들은 다자녀 가족, 노 의원을 특정 생물에 비유하며 비하했다. 난민, 성소수자를 다룬 기사가 올라오면 이들을 우롱하는 댓글이 달린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 인터넷 사업자 단체가 혐오 댓글 규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는 "혐오의 기준이 사회 흐름과 조건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못 박아 규정할 수 없다"며 "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가 나서서 최근 논란이 된 성소수자, 난민, 여성 문제 등 기준을 새로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 사업자들이 모여 자율규제 정책을 펴는 KISO에서 최근 이슈를 반영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이번 일을 계기로 혐오 표현 규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명준 건국대 교수는 "한국 사회는 댓글 규제 기준을 이제 막 세워가는 과정"이라며 "포털 사업자가 먼저 자율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송 교수 역시 "자율규제와 함께 혐오 표현에 대한 사회 공론화가 선행돼야 한다"며 "법 제도화를 통한 규제는 다음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주장이 나오는 이유는 혐오 댓글이 네이버·카카오 등 포털 사업자의 규제를 피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포털 사업자들은 이미 음란·욕설 댓글을 스팸·블라인드 처리해 규제하고 있다. 아울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게시물을 금지하는 규정을 약관에 명문화했다. 그러나 혐오 댓글은 이 규제망을 피해 확대·재생산된다. 신고 기반으로 운영되는 포털 정책상 신고가 들어오지 않으면 혐오 댓글을 단 사람들은 규제를 피해갈 수 있다. 맞춤법 등을 명확히 하지 않는 등의 방식도 규제망을 피해 가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KISO는 혐오 댓글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을 이미 펴고 있다는 입장이다. KISO는 정책규정 5장 '차별적 표현 완화를 위한 정책'을 통해 혐오 댓글을 규제하고 있다. 지난 5월 설립한 KISO 가짜뉴스 신고센터를 통해서도 혐오 댓글 신고를 받는다. KISO 관계자는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혐오 댓글을 강하게 규제하는 것은 반대한다"며 "이미 마련해놓은 가이드라인 요건에 맞춰 엄격히 제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5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최근 논란이 된 '다자녀 가족' 혐오 댓글 문제가 지적됐다. 노웅래 국회 과방위 위원장은 "최근 방송에 출연한 다자녀 가정 부모에게 미개하다는 등 입에 담기 어려울 댓글이 있었다"며 "방송통신위원회가 혐오 댓글 대책 문제에 관심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지난 24일 서울경찰청에서 열린 '다자녀가정 혐오댓글 엄정수사 촉구' 기자회견. 사진/정치하는엄마들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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