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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군림 결제시장 지각변동오나)②신용카드 활성화 정책 20년…핀테크 시대엔 걸림돌로
외환위기 이후 세수확보 목표로 카드 대중화…국민 1인당 3.6장 보유, 카드 결제비율 70% 넘어
2018-08-06 08:00:00 2018-08-06 08:00:00
[뉴스토마토 김형석 기자] 지난 20여년간 정부의 카드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신용카드업은 급성장했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 1명이 카드 3장 이상을 갖고 있고,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비중도 70%가 넘는다. 그러나 신용카드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를 잡은 탓에 핀테크 기반의 간편 결제 서비스 확산은 더딜 수 밖에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드와 현금 결제를 제외한 5% 안팎의 결제 시장을 놓고 수십여개 플랫폼이 경쟁하는 수준이다보니, 간편 결제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신용카드 장려정책 지속…1천원 이하 소액도 카드로 결제
 
우리나라 신용카드산업은 1978년 외환은행(현 KEB하나은행)이 카드 영업을 개시하면서 시작됐다. 신용카드가 어딜 가나 흔히 볼 수 있는 결제수단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은 2000년대 이후의 일이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정부는 내수 진작과 세수 확보를 위해 신용카드 장려정책을 펴왔다.
 
김대중 정부는 1999년 2월 총 여신액의 40%이상으로 정해놨던 카드사 신용판매 취급비중을 폐지한 데 이어 ▲같은 해 5월 월 70만원이던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이용한도를 폐지하고 ▲8월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 도입(이후 2001년 8월 공제폭 10%에서 20%로 확대) 등을 추진했다.
 
이어 2000년는 카드영수증을 추첨해 상금을 주는 신용카드영수증 복권제 도입, 2001년 카드사업 허가제의 등록제 전환 등도 잇따라 추진하면서 카드 산업은 본격 성장했다. 2003년 카드사태를 겪는 등 부침이 있었지만 성장세는 꺾이지 않았다.
 
1인당 신용카드 발급수도 늘었다. 만 15세 이상의 생산가능 연령 인구 중에서 구직활동이 가능한 경제활동인구당 신용카드 소지 개수는 지난 1999년 1.8개에 불과했지만 2002년 4.6개, 2011년 4.8개까지 증가했다. 이후 체크카드 이용자가 늘면서 지난해 경제활동인구당 신용카드 소지 개수는 3.6개를 기록했다. 체크카드 발급수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통계자료 수집 첫해인 2007년 4041만3000장이 발급된 이후 지난 2014년(1억77만개) 처음으로 체크카드 수가 1억장을 돌파했다. 지난해 체크카드 수는 1억1045만8000장에 달했다.
 
연간 신용카드 이용금액도 2004년 이후 14년간 한 번도 꺾이지 않고 증가해왔다. 지난 2004년 357조468억원에 불과하던 신용카드 승인액은 지난 2007년(401조9440억원) 400조원을 돌파한데 이어 2011년 500조원, 2016년에는 600조원을 돌파했다. 올해는 2분기 누적 395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처음으로 7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직불카드(체크카드 포함)와 신용카드 등 카드 결제 비율 역시 우리나라가 타 국가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카드 결제 비중은 71%였다. 이는 독일(33%)보다 2배 이상 높은 비중이다. 이밖에 네덜란드(65%)와 호주(53%)보다도 높았다.
 
특히, 우리나라는 카드 중 신용카드 이용비중이 크게 높았다. 한은에 따르면 이 기간 우리나라의 전체 결제 중 신용카드 이용 비중은 55%에 달한다. 이는 호주(31%), 캐나다(46%), 독일(4%), 네덜란드(3%대)보다 높은 수준이다.
 
신카드 산업 성장했지만 모바일 등 간편결제 비중 1%대 그쳐
 
정부의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 등에 힘입어 신용카드 산업은 크게 발전했지만, 핀테크 시대의 간편결제 시장 확대에는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용카드가 주는 편의성과 혜택이 워낙 크기 때문에 스마트폰 등장 이후 모바일 간편 결제수단들이 등장했지만 눈에 띄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정부는 지난 2015년 박근혜정부때 이른바 '천송이 코트' 사건을 계기로 간편결제 서비스가 확산될 수 있도록 공인인증서 사용의무 폐지, 액티브X 제거 등을 추진하고 실물카드 없는 모바일카드 단독 발급도 허용했다. 핀테크 창업과 사업 진출의 벽을 낮추기 위해 선불업, 전자지급결제대행(PG) 등에 대해 '소규모 전자금융업' 등록단위를 신설해 완화된 등록요건 적용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도 마련했다.
 
그러나 3년여가 지난 지금 국내 결제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 모바일 간편결제 업체는 손에 꼽힌다. 삼성페이와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페이코 등 4곳 정도로, 대기업이 운영하는 결제수단이다. 이밖에 30여개의 업체가 간편결제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지만, 소비자 결제 보편성을 끌어내지 못하면서 시장 안착에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결제시장 중 QR코드와 근거리무선통신(NFC) 등 간편결제 비중은 1.7%에 불과하다. 국내 결제시장에서 간편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5년 0.3%대, 2016년 1%대로 매년 확대되고 있지만 1%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결제시장과 대비된다. 중국 컨설팅업체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간편결제 비중은 78.5%에 달한다. 신용카드나 현금을 이용한 일반 결제는 21.5%에 불과하다.
 
여신금융연구소 관계자는 "중국 등 해외의 경우 신용카드 가맹점이 우리나라보다 많지 않아 현금 사용 비중이 높았던 만큼, 간편결제가 이를 대체하기 수월한 구조였다"면서도 "우리나라의 경우 카드 결제를 확대하는 정책을 펴면서 핀테크를 기반으로 한 간편결제 시장이 확대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소비자들 역시 현금보다 간편한 카드 결제를 선호하면서 소상공인 등도 카드 결제를 거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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