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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김아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 "독일 '아동청'처럼 통합적인 컨트롤타워 있어야"
행정법 전공한 법학박사로 현장에서 아동학대 근절방안에 대해 집중 연구
"부모참여 활성화, 교사 처우개선 등 다각적인 노력 필요"
2018-08-07 08:00:00 2018-08-07 08:00:00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지난달 서울 강서구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의 이른바 '이불학대'로 생후 11개월 된 아기가 숨지면서 국민적 우려와 함께 아동학대 근절 방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정부가 이런 목소리를 반영해 지난달 24일 다섯 번째 아동학대 근절대책을 발표했지만 현장에서는 기존 대책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실효성이 낮은 대책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아름 육아정책연구소 유아교육·보육정책연구팀 부연구위원은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서는 우선 복잡한 도식처럼 얽혀있는 아동학대 관련 법 체계부터 정비하고, 여러 관계기관에 분산돼 있는 권한과 책임을 단순화해 통합된 대응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행정법을 전공한 법학박사이기도 한 그는 무엇보다 아동권리, 즉 '아동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김 부연구위원을 지난달 31일 육아정책연구소에서 만났다. 
 
김아름 육아정책연구소 유·보정책연구팀 부연구위원이 지난달 31일 육아정책연구소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육아정책연구소
 
아동학대 적발 건수가 해마다 늘고 있다. 
안타깝게도 꾸준히 증가세다. 지난해 대한민국 정부 제5·6차 UN아동권리협약 국가보고서 등에 따르면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지난 2011년 1만146건에서 해마다 지속적으로 늘어 2017년 3만4221건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아동학대 판정건수도 6058건에서 2만1524건으로 늘었다.
 
아동학대에 대한 규정이나 범위가 모호하다. 어디까지 학대로 봐야 하나.
아동복지법 제3조 제7호에 따르면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법에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만 여전히 그 범위와 성격, 해석에 관해서는 다툼이 있다. 사회적 관점에서는 이보다 더 광범위하게 아동학대를 인식하고 있어 그 개념과 범위를 명확화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아동학대 행위 판단에 대한 이런 어려움이 현장에서 실무적인 어려움으로 이어지는 게 문제다. 때문에 아동학대에 대한 지침이나 사례에 대한 세부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입법적 조치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아동과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통합적인 가이드라인 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법원에서도 학대 여부를 판단할 때 도움이 될 것이다.
 
아동학대와 관련한 국내 법체계는.
1961년 제정된 아동복지법이 아동의 권리나 보호를 위한 기본적인 사항을 담고 있어 아동에 관한 기본법이라 부를 수 있다. 지난 2000년에 개정을 통해 아동학대의 개념규정과 예방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아동복지법 개정으로는 증가하는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충분한 예방이 되지 못해 2014년 1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이 새로 제정됐다. 현재는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이 아동학대 문제에 관해 우리나라 법체계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경우 처리절차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수차례 법이 개정되는 과정에서 법적·제도적 발전은 이뤘지만 여전히 아동학대 사건이 증가하고 있고, 관계기관 간의 원활하지 못한 협력관계 등 이전에 제기된 문제점들 또한 그대로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점이 나타나는 배경에는 기본적으로 관련법에서 아동학대 행위의 예방과 사건처리, 사후관리 등 여러 단계에서 그 법적 책임을 명확히 한 곳에 두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책의 시행과 운용에 있어서도 여러 기관에 권한과 책임이 분산돼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법적 문제는 곧 대응체계의 문제점이라는 현실의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아동학대 대응체계는 어떠한가.
지난 2000년 전면개정된 아동복지법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인 아동보호체계를 갖추게 됐다. 다만, 국가가 아동보호체계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기보다는 그 기능과 주된 역할을 민간인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발전돼 왔다. 2014년 아동학대처벌법 제정으로 아동학대 사건에서 검찰과 경찰의 사법공조체제가 수립됐고, 형사사법체제 내에서 사건처리가 본격화됐다. 이처럼 아동학대 행위자의 처벌과 피해아동의 조치 등에 관해 국가적 노력은 계속되고 있지만, 아동학대에 대한 사전적인 예방과 사후관리 등 공공서비스는 여전히 많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우선 정비되지 않은 법체계에 문제가 있다. 아동의 권리는 아직 헌법상 실체가 불분명한 기본권이며, 각 정부부처와 기관들에 권한과 임무를 부여하고 있는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은 수차례 개정과정을 거치면서 본래의 입법취지와 목적에 대한 고려없이 필요에 의해 법체계와 제도상 어색한 모습을 갖추게 됐다. 또 한정된 예산과 인력, 수요를 충분히 따라가기에는 버거운 인프라 부족 등은 아동학대의 예방이라는 문제해결에 다가서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현행 아동학대 대응체계는 그 책임소재를 특정 기관에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는 한계를 갖고 있는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도식처럼 얽혀있는 지금의 체계를 단순화해 권한과 기능을 집중하고, 필요한 예산 마련과 인력 확충이 수반돼야 한다.
 
김아름 육아정책연구소 유·보정책연구팀 부연구위원. 사진/육아정책연구소
 
해외 아동학대 대응체계는 어떤가. 롤모델이 될 만한 국가가 있을까.
미국의 경우 아동학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성이 있는 아동전문기관인 아동보호국에서 1차적인 조사업무를 수행하고, 아동전문기관과 가정법원의 협력체계가 구축돼 필요한 강제조치를 적시에 한다. 때문에 아동학대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기 전에 예방하고, 더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독일은 행정관청인 아동청이 가정법원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면서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아동학대 혹은 의심사례에 있어서 아동에 대한 가장 최선의 국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아동학대 대응체계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를 시작으로 수사단계에서 경찰·검찰·법원을 거치는 동안,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발견 및 신고단계부터 사후단계까지 전반적으로 그 역할에 관여하고 있어 그 도식이 매우 복잡하다. 이에 우리나라도 독일과 같이 아동학대 대응체계를 단순화하고, 특정기관이 중심이 돼 사례를 관리하는 방안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지난달 24일 정부가 다섯 번째 아동학대 근절대책을 내놨지만 현장에서는 정책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그 동안 정부는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해당 가해자에 대한 제재 규정이나 처벌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책을 내놨다. 이에 대해 현장에서는 정부가 매번 아동학대의 책임을 본인들에게 돌리기만 할 뿐, 아동학대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고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즉, 어린이집 내 아동학대 원인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함에도 정부는 원인 분석없이 아동학대 근절대책으로 CCTV 의무화, 규제 및 처벌강화 등 규제 정책으로만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부모참여의 활성화, 교사 처우개선 및 양성과정 개편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보육교사 처우는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보조교사 및 대체교사 지원 방안은 지난 2015년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나왔던 방안인데, 현장에서는 보조교사 및 대체교사 지원을 받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번 아동학대 근절대책에서는 대체교사를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해 총 4800명까지 확대한다고 했는데, 현재 전국에 보육교직원 수가 약 33만명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확보해 배치할 것인지 방안이 필요하다. 이것이 해결되어야만 교사들의 연차휴가와 휴게시간이 보장되고, 보육의 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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