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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산분리, 새롭게 접근해야"…재벌 사금고화 방지가 관건
문 대통령 "인터넷은행에 IT기업 투자 확대"…대기업 진입·대주주 신용공여 금지 논의
2018-08-07 17:57:01 2018-08-07 17:57:01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정부가 핀테크 등 금융혁신을 촉진하고 금융소비자 혜택을 늘리기 위해 인터넷은행 활성화에 나섰다. 인터넷은행의 발목을 잡고 있는 대표적인 규제인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 제한) 규제 완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재벌의 은행 사(私)금고화 등 산업자본과 은행자본의 유착을 막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관건으로 남아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서 "은산분리는 우리 금융의 기본원칙이지만 지금의 제도가 신산업의 성장을 억제한다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며 은산분리 완화에 대한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인터넷은행에 한정해 혁신 IT기업이 자본과 기술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며 "대주주의 사금고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주주의 자격을 제한하고 대주주와의 거래를 금지하는 등의 보완장치가 함께 강구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인터넷은행에 국한된 조치라면서 대주주 사금고화 방지를 언급한 것은 은산분리 완화에 대한 반대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9대 국회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당론과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도 은행의 사금고화를 우려해 은산분리 원칙은 지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부가 금융혁신의 해법으로 은산분리 완화에 전향적으로 나선 가운데 규제 완화에 따른 우려를 불식시킬 장치를 어느 수준까지 마련하느냐가 관건으로 남았다. 현재 국회에 상정된 인터넷은행 법안을 살펴보면 지분율 확대에 따른 대기업의 은행 소유 가능성은 진입규제로 차단하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개인 총수가 있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은행 소유를 금지하는 방식이다. 32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경우는 26개로 삼성, LG, SK, 현대차, 한화 등 대부분의 대기업이 해당된다. 총수가 없는 경우는 KT, 포스코, KT&G 등 6개다.
 
대주주와의 거래제한을 강화하는 규제도 논의되고 있다.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는 아예 금지하거나 자기자본의 10%까지만 허용하는 안이 나와 있다. 대주주가 발행한 증권 취득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다만 담보권 실행 등 권리 행사에 필요한 경우 등에 한해 시행령으로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존 은행법보다 강력히 규제하면 기업의 사금고화 우려를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은행의 사금고화 우려는 기업이 자금이 모자라던 시절의 옛날 이야기로, 시대가 변한 만큼 정책 잣대도 바뀌어야 한다"며 "대주주 사금고화의 우려는 신용공여를 원천 금지하는 등으로 법과 규제로 풀면된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은산분리 완화를 위해 은행법 개정안과 인터넷은행 특례법 등 5개의 관련 법안이 제출돼 있다. 이 법안들은 산업자본의 은행 보유 주식 한도를 현재 4%(의결권 있는 주식 기준)에서 34~50%까지 확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정부와 여당은 특례법 제정을 통한 은산분리 완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은산분리 취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인터넷은행에만 예외를 인정하자는 취지에 더 부합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도 은산분리 원칙에 대해선 강조하기 때문에 은행법 개정으로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서울 중구 서울시 시민청 활짝라운지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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