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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대한민국 금융산업 지속지수)안치용 CSR연구소장 "총수리스크·채용비리 등 사회 이슈가 순위 갈라"
은행·보험업권 1위사 변동 주목…"비재무적 요소가 경쟁력 결정 요인"
2018-08-13 08:00:00 2018-08-13 08: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기자] 안치용 한국CSR연구소장은 '2018 대한민국 금융산업 지속지수'에서 은행과 보험업권의 상위권 순위가 바뀐 것에 대해 작년 채용비리 사태나 최순실 국정농단사태로부터 이어진 재벌그룹의 지배구조 이슈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금융사의 본업인 여·수신과 같이 재무적인 부문 이외에도 사회, 환경, 노동 등 비재무적인 부분에서 금융사의 경쟁력이 좌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치용 한국CSR연구소 소장이 지속가능한 금융회사 요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안치용 소장은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2018 대한민국 금융 지속지수' 가운데 가장 고려한 부분은 이해관계자와 사회 영향 등 비재무적 부문이라고 밝혔다. 
 
안 소장은 "배점으로만 보면 재무와 비재무가 6대 4 정도의 비율로 설계됐지만, 비재무적인 부문이 재무에 걸쳐져 있기도 하다"면서 "재무는 금융회사가 기본적으로 잘해야 하고, 비재무적인 부문이야말로 금융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가 된다"고 진단했다. 금융소비자가 은행이나 보험회사 등을 선택할 때 당기 순이익과 같은 실적보다 평판이나 명성(브랜드가치) 등을 보고 결정하는 성향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특히 “은행권의 경우 작년부터 채용 비리 등의 문제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며 “이로 인해 사회 영향이나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안 소장은 “대구은행의 경우 3년 전 지방은행으로선 이례적으로 3위를 차지했다가 9위로 하락했는데 여기에는 경영진의 비자금 조성이나 채용 비리 문제 등이 반영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최하위를 기록한 SC제일은행에 대해선 “경제평가도 나빴지만, 시장에서는 외국계 은행이 언제 철수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며 “외국계 은행은 국내 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영업 효율성도 높여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국민은행이 신한은행으로부터 1위 자리를 탈환한 것에 대해선 "수익성도 좋았지만, 브랜드 관리와 마케팅도 잘한 것으로 보인다"며 "소비자의 신뢰도(명성)가 높아졌고, 재무적인 부문에서도 신한은행을 압도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지속지수는 작년 말까지를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채용 비리의 경우 우리은행이 특히 많이 반영됐고, 지주사의 이슈나 올해 제기된 문제들은 담기지 않았다”며 “매 3년간 평가를 하기 때문에 다음번 평가에서는 이런 문제들이 담길 수 있다”고 언급했다.
 
생명보험회사 2위로 물러난 삼성생명과 관련해선 "삼성 사태의 중심역할을 하다 보니 지분 구조 등이 많이 노출됐다"며 "(삼성생명은) 최근 몇 년간 사회적 이슈로 거론되며 비재무적인 분야에서 점수를 많이 잃고, 교보생명에 밀렸다"고 부연했다. 안 소장은 "메리츠화재의 경우 경제 부문에서 점수가 좋았는데 그만큼 수익성이나 계약유지율 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보험업권에 대해서는 "올해 제기된 즉시연금 미지급분 이슈 등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법규 준수나 지급여력비율(RBC), 불완전판매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로선 환경 부문만 따로 놓고 보기에 민감도가 크고 자료가 부족하지만, 앞으로 환경 부문도 중점적으로 반영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안 소장은 "국방의 의무, 납세의 의무와 같이 시민들에게만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니라 기업 역시 각기 책무가 있다"며 "사회적 책무를 잘 이행하는 금융회사만이 장기적으로 생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간지에서 20여 년간 기자 생활을 하다 2008년 본격적으로 지표 개발을 시작한 안 소장은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지표를 마련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사회적 책임을 이끌어보자는 의미에서 (CSR 연구를) 진행했다"고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안 소장은 "지속가능성은 오래갈 수 있는 기업의 장기 생존 가능성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금융회사가 가치를 가지고 의미 있게 성장하는 것"이라며 "지속 가능한 발전의 3대 축인 트리플 바텀 라인(TBL, Triple Bottom Line) 또한 경제적 가치 창조, 환경에 대한 배려, 사회적 책임을 고려해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기업이 그렇지만 특히 금융기관의 지속가능성은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할 수 있을 때만 성립한다"면서 "금융의 경우 소비자의 이익을 장기에 걸쳐 관리하기 때문에 감독 당국 또한 이러한 부분이 잘 반영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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