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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건설사, 내부거래로 혁신은 뒷전
2018-08-12 13:19:19 2018-08-12 13:19:19
경쟁이 없는 곳엔 혁신이 없다. 이는 시장 경제 하에서 자명한 법칙이다. 이 법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곳 중 하나가 국내 건설 시장이다. 국내 건설 산업은 매년 하락세를 걷는다. 올해 건설 수주는 전년 대비 14.7% 감소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청년들의 건설업 기피가 커져 신규 인력 수혈이 점점 줄고 있다. 건설업의 성장판이 거의 닫힐 위기다.
 
국내 건설업의 쇠퇴는 '불공정한 구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감 몰아주기다. 국내 대형 건설사들은 내부거래로 혁신 경쟁이 설 자리를 잃게 만든다. 계열사로부터 수의 계약으로 일감을 받아 실적을 쌓는 식이다. 대기업 건설사들은 영업 실적이 안 좋을수록 수익회복을 위해 내부거래를 늘린다. SK건설 31%, 현대엔지니어링 21%, 삼성물산 18% 등 지난해 대기업들의 내부거래는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문제는 일감 몰아주기 확대가 건설 산업의 장기적인 발전을 저해한다는 점이다. 수의계약으로 점철된 내부거래는 혁신에 대한 의욕을 떨어뜨리고 새로운 기업들의 성장을 억누른다. 그 결과 우리나라 건설산업 경쟁력은 해마다 떨어진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표한 지난해 '국내 건설산업 글로벌 경쟁력 순위'에서 시공경쟁력은 4위에서 7위, 설계경쟁력은 8위에서 13위로 떨어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내부거래의 폐해를 개선하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특별위원회가 내놓은 권고안에 따르면 총수 지분 기준 요건을 낮춰 규제 대상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는 과거 실효성 없던 규제를 되풀이 하는 식이다. 지난 2013년 개편에 따라 총수들은 과거 직접 지분을 30% 기준 이하인 29.9%로 줄이고, 재단 설립을 통해 간접 지분을 높여 법망을 피해갔다. 구체적인 개정안이 나오기도 전에 '솜방망이 규제'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실효성 있는 규제를 위해선 이번만큼은 총수 일가의 간접 지분 역시 규제에 포함시켜야 한다. 동시에 내부 거래로 벌어들인 이익보다 낮은 과징금으로 지적되는 만큼 징벌적 과징금제 도입도 고려해볼 만하다. 자유시장의 표본인 미국도 부당 내부거래는 엄격히 대한다. 과거 독과점 폐해를 이유로 통신사 AT&T를 7개 회사로 분할하기도 했다. 그 결과 미국에선 우버나 에어비엔비 등 혁신 기업이 꾸준히 창출된다. 이제라도 실효성이 있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통해 건설업계에서도 우버 같은 혁신 기업이 나올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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