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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은 어떻게 ‘신과 함께2’를 넘어섰을까?
2018-08-14 09:36:19 2018-08-14 09:36:19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어느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올 여름 극장가 최강자는 ‘신과 함께-인과 연’이었다. 개봉 2주가 채 안된 13일 기준 누적 관객 수 963만을 기록했다. 일일 관객 동원력을 예상하면 이날 오후나 14일 오전 영진위 통합전산망 집계 기준으로 1000만 돌파가 확실했다. 전작 ‘신과 함께-죄와 벌’이 1441만 관객을 동원하며 국내 개봉 영화 사상 흥행 2위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전무후무한 시리즈 쌍천만 예약 타이틀이 눈 앞에 왔었다. 하지만 영화 ‘공작’이 ‘신과 함께’의 전무후무 타이틀 획득 시기를 일단 저지했다. 올 여름 극장가 일대 사건이다.
 
 
 
♦ 강력한 여름 흥행 공식 결정체
 
13일만의 1위가 바뀌었다. 지난 1일 개봉한 ‘신과 함께-인과 연’은 국내 개봉 영화 사상 최고 오프닝 스코어(123만)를 기록하는 등 13일까지 상상초월의 화력으로 박스오피스를 초토화시켰다. 이날까지의 누적 관객 수 대비 1000만 돌파까지 단 37만을 남겨 둔 시점이었다.
 
하지만 14일 오전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 기준에서 사건이 터졌다. ‘신과 함께-인과 연’ 개봉 이후 일주일 뒤 극장가에 걸린 ‘공작’이 순위를 뒤집었다. 이날 오전 기준 ‘공작’은 25만 6286명을 동원하며 누적 관객 수 232만 2674명을 기록했다. ‘신과 함께-인과 연’을 밀어 내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전통적으로 여름 극장가는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볼거리가 풍부한 ‘비주얼 버스터’가 강세다. 특급 스타와 함께 할리우드를 능가하는 CG기술의 집약체인 ‘신과 함께’는 전편에 이에 더욱 업그레이드된 후편으로 극장가 흥행 시장을 선점한 상태였다. 더욱이 원작 자체가 워낙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베스트셀러였고, 동양권 정서를 지배하는 사후 세계의 시각화는 ‘신과 함께’ 흥행의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연출을 맡은 김용화 감독 특유의 감성 코드까지 결합돼 ‘신파적’이란 비난에도 불구하고 흥행세는 강력했다.
 
정지욱 영화 평론가는 “’신과 함께’를 연출한 김용화 감독은 관객의 시선을 잡아 끄는 리듬감을 확실히 알고 있다”면서 “이는 모든 연령대 관객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 여름 흥행 공식 파괴되나
 
이 같은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신과 함께-인과 연’의 흥행은 누구라도 예상한 과정이었다. 하지만 윤종빈 감독이 연출한 ‘공작’은 이 같은 여름 흥행 영화의 공식과는 정반대의 지점에서 자리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놀랍고 주목되고 있다.
 
지난 8일 개봉한 ‘공작’은 우선 실제 했던 사건이 기반이다. 1990년대 중반 ‘흑금성’이란 암호명으로 북핵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대북공작원 박모씨의 실화다. 기존 스파이 혹은 간첩 관련 내용은 북한에서 남한으로 침투한 스토리가 거의 100%에 달했다. 충무로 상업 영화에서도 흔히 등장하던 코드다. 하지만 ‘공작’은 정반대다. 대한민국 요원이 북한으로 침투하는 얘기다. 전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의 실상과 실체가 드러나는 과정이 담겨 있다. 남북 화해 무드가 이어지고 북한의 실체가 뉴스와 여러 매스미디어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현실에서 큰 화제성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일반적인 개념을 뒤집은 접근법이었다.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여름 블록 버스터의 흥행 코드를 채우는 전략도 주목되는 지점이다.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 등 충무로 신구 연기神(신)들의 조합은 ‘공작’의 최고 셀링 포인트 중 하나다. 배우가 아닌 배역을 드러내는 이들 4인 방의 연기력은 자타공인 충무로 최강이다.
 
무엇보다 ‘액션이 없는 액션 스릴러’란 독특한 콘셉트가 주효했다. ‘공작’을 연출한 윤종빈 감독은 기획단계에서부터 이 영화에 기존의 동적인 액션을 전부 배제하기로 했다. 스파이 장르 자체가 ‘숨김’에 있다고 믿었던 윤 감독은 ‘드러나는’ 동적인 액션은 불필요하단 확신을 했다고. 결과적으로 ‘공작’은 극중 캐릭터들이 주고 받는 대사 자체가 역동성을 가지며 흡사 액션의 밀도감과 긴장감을 유발하는 장치로 대체됐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공작’은 충무로 상업 영화 시장에 색다른 관점을 제시한 영화가 됐다”면서 “웰메이드는 당연하고 장르를 풀어내는 기존의 정형화된 방식에서 벗어나는 계기를 마련한 작품이 됐다”고 평가했다.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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