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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털 시장 커지는데…삼성·LG 접근법 '온도차'
렌털 사업 10년 LG, 공기청정기 등 6종 라인업…삼성은 제휴만
2018-08-15 13:40:56 2018-08-15 15:08:53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경기 불황 장기화와 1인가구 증가 등으로 소비의 개념이 소유에서 경험으로 변화하고 있다. 큰 돈을 들여 제품을 구매하기 보다는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겠다는 합리적 지출이 늘고 있는 것. 이 같은 트렌드에 발맞춰 국내 렌털 시장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중소기업 중심으로 형성됐던 경쟁 구도 역시 대기업들의 가세로 달라지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국내 양대 가전업체 삼성과 LG의 시선에는 온도차가 느껴진다. 올해로 렌털 사업 10년차를 맞은 LG전자는 지속적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간다는 방침인 반면, 삼성전자는 직접 진입은 계획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15일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06년 3조원에 불과했던 국내 렌털 시장은 2016년 25조9000억원으로 10년간 약 8.6배 증가했다. 2020년에는 40조원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렌털 시장의 성장 동력은 웰빙, 헬스, 생활가전 등의 개인·가정용품이다. 절대 규모는 여전히 차량 렌털이 월등히 앞서지만 성장 기여도는 가정용품이 더 뛰어나다. 지난 2011년 3조7000억원에 그쳤던 가정용품 렌털은 2020년 10조7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같은 기간 차량 렌털은 8조5000억원에서 17조6000억원으로, 산업기계·장비 렌털은 7조3000억원에서 11조8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LG전자는 일찍이 시장 기회를 포착하고 지난 2009년 가전렌털 사업을 시작했다. 정수기로 한정했던 렌털 범위는 지난해 공기청정기, 스타일러, 안마의자 등으로 넓혔다. 현대렌탈케어, SK매직 등 대기업 계열사가 렌털 시장에 발을 넓히는 추세를 감안했다. 올 상반기에는 전기레인지와 의류건조기도 포함해 총 6개 제품군의 렌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별도의 방문판매 조직은 없지만 1500여명 규모의 자회사 하이엠솔루텍을 통해 주기적인 점검, 부속품 교체 등의 관리를 진행한다. LG전자는 렌털 계정 수를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5~6% 정도의 점유율을 점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LG전자가 내세우는 렌털의 장점은 고가의 생활 가전을 초기 비용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리미엄 가전이 주류로 부상한 상황에서 매달 몇 만원의 지출 만으로 구매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소비자의 접근성을 강화했다. 동시에 제품에 대한 지속적 관리도 가능하다. LG전자가 렌털 대상을 주기적인 청소와 점검 등이 필요한 건강·위생 관련 제품으로 구성된 것도 이 때문이다. 정수기의 직수관, 공기청정기의 필터, 스타일러의 배수통 등을 정기적으로 교체해줘 고객들의 관리 어려움을 덜었다.
 
반면 삼성전자는 렌털 시장 직접 진입에는 회의적이다. 지난 2월 공기청정기 '삼성 큐브' 제품발표회에서 김현중 삼성전자 한국총괄 그룹장은 "일반 소비 시장에서 공기청정기 렌털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B2B 시장에서는 검토 가능성이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대신에 삼성전자는 렌털 업체들과의 제휴를 통해 간접적으로는 시장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지난 6월 말 교원웰스, 지난달 초 현대렌탈케어와 각각 제휴를 맺고 건조기, 세탁기 등의 렌털 판매를 시작했다. 렌털 업체의 방문 판매 조직과 사후관리 서비스를 통해 자사 제품에 대한 렌털 수요에 대응하려는 것이다. 렌털 업체들의 입장에서도 자신들의 상품 라인업과 중복이 되지 않는 선에서 제품 품질과 브랜드 파워가 보장된 삼성전자와 협업을 한다면 매출 신장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교원웰스는 향후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등을 삼성전자 디지털플라자에 공급할 계획도 있다. 삼성전자와 렌털 업체 모두가 이득을 볼 수 있는 구조다. 이에 삼성전자 관계자는 "협업 요청을 한 렌털 업체에 제품을 납품하는 것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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