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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유가에 세계 해운업계 '곡소리'
세계 10위권 컨테이너서 선사 줄줄이 적자…"운임 하락·유류비 부담에 발목"
2018-08-16 16:05:26 2018-08-16 16:05:26
[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해운업계가 또다시 실적악화 공포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 2분기 국제유가가 들썩이면서 세계 10위권 내 컨테이너선사들이 줄줄이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국적제1선사인 현대상선도 13분기째 적자를 기록하는 등 세계 해운업계가 유류비 인상에 따른 영업채산성 악화로 신음하고 있다.
 
1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세계 5위 컨테이너선사인 독일 하파그로이드는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2500만유로(322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58%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8억1000만유로(3조6138억원)로 15% 늘었으나 6700만유로(862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세계 6위 컨테이너선사인 일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는 지난 달 말 1분기보고서를 통해 1억2000만달러(135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4월에 회계연도를 시작해 1분기(4~6월)가 1월 회계연도를 주로 시작하는 한국의 2분기와 시기적으로 겹친다. ONE은 일본 3대 해운사가 하나로 뭉쳐 올 4월부터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통합 초기 업무혼선 등으로 수익성이 부진했다는 게 ONE의 설명이다.
 
현대상선과 대만 국적선사인 양밍도 실적 악화를 피해가지는 못했다. 세계 8위 컨테이너선사인 양밍 역시 1억2400만달러(140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1% 늘었지만 손실규모는 10배가량 확대됐다. 한진해운 파산 이후 지난해 11위로 올라선 현대상선은 2분기 1998억원으로 13분기째 적자를 이어갔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2427억원으로 전년동기(1281억원)보다 손실폭이 늘었다.
 
현대상선의 컨테이너선이 운항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상선
 
국내외 컨테이너선사들이 너나할것 없이 적자를 기록한 것은 유류비 상승을 운임 인상으로 연결시키지 못한 결과로 분석된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 상승으로 선박용 벙커C유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급등했다. 해운업은 유류비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 안팎이다. 해운처럼 유류비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항공업의 경우 유류할증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대응이 가능하지만, 해운업은 이마저도 어렵다. 공급과잉으로 운임 협상의 주도권이 사실상 화주에게 넘어가 유류비 인상분을 선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유가가 들썩이는 상황에서 컨테이너선 운임이 10% 이상 떨어진 것도 이런 이유다.
 
문제는 이런 분위기가 하반기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의 원유 재고량 증가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중반대로 내려왔지만, 중동지역 정세 불안으로 불확실성이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으로 인한 물동량 감소에 대한 우려와 해운사 내부 공급과잉 지속 등도 하반기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대외환경 악화로 인해 현대상선이 세계 해운 시장 내에서 설자리가 좁아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제기한다. 세계 주요 선사들이 지난해 2분기부터 물동량 증가와 운임 상승으로 흑자전환하는 등 개선 조짐을 보인데 반해 현대상선은 2015년 2분기 적자전환 이후 매분기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다. 한진해운 파산사태를 계기로 화주들이 운임경쟁력 뿐만 아니라 해운사의 재무건전성도 깐깐히 따지고 있는 만큼 거래선을 늘리기 위해서는 적자 탈출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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