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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즉시연금 사태, 필요하다면 욕먹어도 종합검사"
"생보업계 매출액 세계 7위 규모…소비자에 돌려줘야" 작심 비판
2018-08-16 16:47:01 2018-08-16 16:47:01
[뉴스토마토 정초원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즉시연금 일괄구제 권고를 거부한 생명보험사에 대해 "소비자보호 문제에서 중요하다면 욕을 먹어도 (검사를) 해야한다"고 밝혔다. 즉시연금 사태와 관련해 삼성생명을 비롯한 생명보험사를 대상으로 종합검사를 벌일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윤 원장은 16일 여의도 한 식당에서 출입기자 오찬간담회를 열고 "소송과 검사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윤 원장은 "그동안 한국 금융이 고객들에게 신뢰를 잃었는데, 오히려 이런 기회를 역이용해서 신뢰를 높이는 대처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도 "물론 금융회사와 고객의 관계라, 우리로서는 권고할 따름이지 어떻게 (강제)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윤 원장은 최근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즉시연금 문제와 관련해 보복성 검사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향후 모든 검사를 피하겠다는 뜻은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그는 "오해받을 일은 안해야 하지만, 삼성생명도 한화생명도 우리 검사업무와 관련된 업무가 굉장히 많다"면서 "다른 일로 검사를 나갈 일이 반드시 있을텐데 그것까지 피하는 건 앞뒤가 안맞다"고 말했다.
 
금감원 외부에서 첫 종합검사 타깃으로 삼성생명을 예상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시장의 예상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종합검사는 소비자보호와 시스템이 연결된 것이다. 어떤 회사가 신용대출이 확 늘었다면 필요할 때 볼 수 있는 것"이라며 "종합검사는 아직 논의 단계지만, 즉시연금도 그렇고 중요하다면 욕을 먹어도 (검사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윤 원장은 "보험사가 약관에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상법에도 약관이 애매하면 약관을 작성한 회사가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원장은 "(금감원이) 보험 약관을 간단하게 하라고 했다지만, 중요한 건 써야하지 않나"라며 "우리나라 생보업계가 매출액 규모로 세계 7위인데, 그에 걸맞게 해야한다. 운용을 늘려서 해외로 가는 등 소비자에게 돌려줄 생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 2016년 프랑스 컨설팅펌 캡 제미니가 30여개국의 보험소비자 만족도를 비교한 결과 한국이 최하위를 기록한 점을 예로 들며 "그렇게 해서 어떻게 선진국이 되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계약 구조 들여다보면 보험사가 전체의 몇퍼센트를 먹는지 보통 사람들이 알기 굉장히 어렵다"면서 "앞으로는 은행과 보험, 증권이 각각 수익률이 얼마인지 비교 가능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즉시연금의 일괄구제 방침도 고수할 계획이다. 윤 원장은 "일괄구제는 필요하면 할 것"이라면서 "똑같은 조항에 대해 일정기간 돈만 지급하면 되는데 왜 건건이 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재감리와 관련해서는 "장기전으로 갈 것"이라며 "저쪽(증선위)도 논리가 있지만, 논쟁하다가 우리는 우리대로 가겠다고 했는데 저쪽에서 곤란하다고 해서 (재감리로) 결국 타협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답이 달라질지는 봐야 한다"며 "이것저것 살펴보고 그림을 어떻게 그릴지 폭 넓게 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유진투자증권의 유령주식 거래 사고에 대해서는 "삼성증권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없는 주식이 매도된 것"이라며 "결국 전산시스템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해당 증권사 뿐만 아니라 예탁결제원이 정교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윤 원장은 금감원의 역할을 '견제와 균형'이라고 정의하고, 두 가지 명제가 배치된다기 보다 상호보완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산업이 발전하다가도 사건사고가 터지면 주저앉고, 소비자들의 불만 쌓이고, 금융회사 부실해지는 일들이 있었다"며 "감독자가 하는 일은 선제적으로 소비자보호와 금융시장 안정, 시스템 리스크의 통제를 잘해서 금융산업이 발전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장단점이 모두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우선 그는 "산업자본을 통해 인터넷은행이 활성화될 수 있고, 실물기업이 적극적으로 관여하도록 하는 부분은 장점"이라고 언급한 반면, "재벌의 사금고화 문제, 재벌 실물자산이 금융을 지배하면 자원이 공정하지 못한 문제, 인터넷은행이 추구하는 방향이 가계부채를 위협하는 것도 신경써야 한다"고 단점을 동시에 지적했다.
 
그는 "장점과 단점 다 있는데, 일단 정부가 (은산분리 완화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감독기구가 해야 할 일은 그것이 가져올 부작용과 건전성을 나름대로 모색해 최소화할 수 있도록 끌고가는 게 저희가 할 일이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윤 원장은 과거 학자 시절 은산분리 완화 반대론자였지만, 최근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현시점에서 은산분리 완화를 통한 인터넷은행 활성화는 국가적 과제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최근 정부가 금융산업 규제개혁으로 방향을 잡은 것과 관련해서는 "생각이 달라진 것은 없지만, 역할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학자로서 비판적인 입장도 자유롭게 취했지만, 지금은 금감원의 장이라는 입장에서 선택지가 좁아졌다"며 "역할과 책임 외의 것에 대해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그럴 여유도 없다"고 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16일 여의도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사진/금융감독원

 
정초원 기자 chowon61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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