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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삼성전자 주요 매출처 첫 등장…애플은 1등 고객
적도 동지도 없다…경쟁사가 곧 고객
2018-08-17 00:00:00 2018-08-17 00:00:00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삼성전자에게 애플과 화웨이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존재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한 치의 양보도 할 수 없는 경쟁자지만, 반도체·디스플레이 영역으로 한정하면 소중한 '고객님'이다. 어제의 적이 내일의 동지도 될 수 있는 전자업계의 한 단면이다.
 
16일 삼성전자는 반기보고서를 통해 애플, 도이치텔레콤, 홍콩 테크트로닉스, 화웨이, 버라이즌을 주요 5대 매출처라고 밝혔다. 이들에 대한 매출 비중은 전체의 11%를 차지한다. 특히 화웨이는 지난 2분기 처음으로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사로 등극했다.
 
화웨이가 2분기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으로 첫 등장했다. 사진은 지난 2월 스페인에서 열린 MWC2018의 화웨이 부스 모습. 사진/뉴시스
 
화웨이가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으로 등장한 배경에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의 입지 강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분기 화웨이는 5420만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해 애플(4130만대)을 제치고 글로벌 2대 스마트폰 업체도 발돋움했다.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분기 11%에서 올 2분기 15%로 상위 3개 업체 중 유일하게 상승세를 보였다. 1위 삼성전자와의 격차는 지난해 2분기 11%포인트에서 5%포인트로 크게 좁혔다. 프리미엄과 중저가 모델 모두에서 약진한 결과다. 글로벌 출하량 1억대 돌파 시점도 해마다 앞당겨지고 있다. 지난 2015년 12월 처음으로 1억대 난관을 넘어선 후 매년 한 달 가량씩 빨리 기록을 달성했다. 올해는 지난달 이미 1억대 출하를 완료했다. 연내 2억대 출하를 목표로 한다.
 
출하량이 많아지며 자연스레 부품 구매 규모도 늘어났다. 화웨이가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삼성전자의 부품은 반도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제조에 필수적인 모바일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선두 업체다. 2분기 기준 D램 시장의 43.6%, 낸드플래시 시장의 37%를 점유하고 있다.
 
애플도 삼성전자의 오랜 고객 중 하나다. 아이폰 X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처음 적용한 지난해부터는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도 패널을 공급받고 있다. 애플은 자사에 공급받는 OLED 패널의 스펙을 맞추기 위해 삼성디스플레이에 자신들의 협력사 물량을 제공했다. 때문에 지난해 삼성전자의 사업보고서에는 애플이 원재료 매입처로 등장하기도 했다.
 
경쟁사가 고객이 되는 경우는 스마트폰 시장에 국한하지 않는다. 상반기 삼성전자는 중국 BOE, 대만 AUO 등으로부터 1조7600억원 규모의 TV 및 디스플레이 패널 모듈을 조달했다.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19.5%. 삼성전자는 BOE로부터 스마트폰용 패널도 공급받고 있다. 안정적 부품 공급을 위한 거래처 다변화 전략의 일환이다. 동시에 BOE는 삼성디스플레이를 위협하는 중국 굴기의 대표 주자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업고 성장한 BOE는 지난해 3분기 처음으로 글로벌 대형 LCD 패널 생산량 1위를 차지했다. BOE 등 중국 업체들의 물량 공세는 삼성디스플레이 실적 악화의 한 요인이다. 지난 2분기 삼성전자의 디스플레이 부문 영엽이익은 1400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1조7100억원의 10분의1 수준으로 감소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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