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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결국 그래서 완벽했던 ‘손예진-현빈’의 ‘협상’
모니터 사이에 두고 대립…압도적 긴장감 연출
2018-09-13 14:24:39 2018-09-13 14:24:39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협상’이다. 모니터를 사이에 두고 대치한다. 팽팽한 긴장감이다. 협상가 하채윤(손예진)은 알아내야 만 한다. 대체 모니터 속 저 남자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모니터 안 민태구(현빈)는 들키면 안 된다.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그래야 원하는 진짜를 손에 넣을 수 있다. 만약 내 본심이 들키면 그 진짜는 얻을 수 없게 된다. 두 사람은 그렇게 시종일관 모니터를 사이에 두고 주고 받는다. 감정을 주고 받는다. 하지만 그 감정은 날이 서 있지도 날이 무디지도 않다. 사실 그들은 자신을 이해시키고 있었다. 동질감의 단계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그 끝에는 이럴 수 밖에 없는그 이유를 알아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하채윤은 자신이 그를 막아야만 한다는 것을, 민태구는 자신이 이래야만 한다는 것을. ‘협상은 한국영화에선 단 한 번도 시도된 적 없는 네고시에이터(협상가)를 소재로 한다. 더욱이 현빈이 악역이다. 물론 영화를 보면 그의 이유 있는 악역 변신에 고개가 끄덕여 진다.
 
 
 
협상은 충무로 최고의 흥행 메이커 JK필름의 색채가 강력한 인장으로 남아 있다. 세밀함과 틈이 보이지 않는 완벽함의 구조물보단 관객이 원하는 그것을 짚어내는 능력이 오롯이 담겨 있다. 그 지점만큼은 악마적이란 표현이 들어 맞을 정도다.
 
영화는 시작과 함께 서울 한 복판에서 동남아 강도가 한 주택에 침입해 인질극을 조명한다. 미니스커트차림의 섹시한 여성이 현장으로 투덜거리며 들어간다. 소개팅 도중 급하게 호출 받은 하채윤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위기협상팀 소속 협상가다. 현장에선 그의 직속 상관인 정팀장이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웬일인지 그가 하채윤의 등장을 못마땅해 한다. 결국 정팀장은 하채윤의 의견을 무시하고 무리한 진압을 강행한다. 사건은 해결됐지만 범인과 인질 모두가 결국 죽었다.
 
협상가로서의 책무에 회의와 절망을 느낀 하채윤은 사직을 결정한다. 하지만 정팀장은 그런 하채윤의 사직을 만류한다. 해외 출장 이후 다시 논의를 하잖다. 그리고 며칠 뒤다. 사직을 결정한 그는 같은 팀의 절친한 선배 안혁수(김상호)의 손에 이끌려 어딘가로 향한다. 그 곳은 군인부터 정부 요원 등이 최첨단 모니터를 앞에 두고 어떤 사건의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청와대 관계자까지 있었다. 모니터에는 한 남자가 등장한다. 그는 한국인 기자 그리고 해외 출장을 간다던 정팀장을 인질로 잡고 있었다. 그는 국제적인 무기밀매업자이자 테러리스트 민태구다. 민태구는 자신과의 대화 창구로 하채윤을 직접 지목했다. 이제 두 사람은 모니터를 사이에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펼친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민태구는 인질을 잡고 있다. 인질을 잡고 있단 것은 원하는 무언가가 있단 반증이다. 그리고 대화 창구로 하채윤을 지목했다. 하채윤을 통해 원하는 무엇을 손에 넣으려 한다. 하지만 그것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하채윤은 민태구가 은거한 곳으로 파악된 태국의 한 섬으로 정부가 급파한 공군 특수부대의 작전 개시 12시간을 버텨야 한다. 12시가 동안 민태구의 시선을 잡아 둬야 한다. 하지만 협상의 목적과 과정은 분명해야 한다. 직감적으로 정부와 경찰 고위층이 감추고 있는 무엇이 있음을 직감한다. 이 시점부터 하채윤은 자신의 협상 대상인 민태구를 의심한다. 아니 이제 자신이 시선을 돌려야 할 곳이 다른 지점임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눈 앞에서 민태구는 하채윤의 분노를 폭발시킬 발화점에 불을 붙인다. 이제부터 두 사람은 적이다. 오롯이 적이다. 하지만 이 순간부터 관객들은 의심을 한다. 과연 민태구의 본심이 무엇일지. 그가 원하는 그것이 무엇일지. 그것은 이미 폭발한 하채윤도 마찬가지다. 협상가로서의 직감이다. 모니터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바라보던 시선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렇게 다른 한 곳으로 향하게 된다. 그 지점은 관객들 스스로도 느끼지 못하는 순간에 움직이게 된다.
 
이렇데 협상은 관객들에게 두 개의 시선을 오고 가는 혼란을 준다. 하채윤의 시선은 공개된 느낌이다. 그는 관객이다. 민태구가 원하는 것을 알아내기 위해 그를 모니터 앞에 잡아둬야 한다. 반면 민태구의 시선은 협상그 자체다. 그는 모니터 속에만 존재한다. 관객이 보고 있는 협상속 하채윤과 민태구는, 영화 속 하채윤이 보고 있는 민태구다. 다시 말해 민태구 자체가 이 영화의 핵심 키워드다. 그의 숨은 속내와 숨은 시선이 본심이고 핵심 키워드다. 그것을 알아내야 한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손예진은 익히 경험한 바와 같이 장르의 경계선이 불필요한 배우다. 그의 진심과 폭발 그리고 냉철함과 시선은 협상의 팽팽한 끈을 조율한다. 눈빛 하나로 감정의 상태를 스크린 밖으로 투영시키는 힘은 손예진이기에 가능한 지점이다. 반면 현빈은 분명한 이유가 있다. 사실 관객은 이미 알고 있다. 이 잘생긴 배우가 이유 불문의 냉혈한이라고 생각할 리 없다. 그 이유가 끝까지 드러나기 전까지 관객은 헷갈릴 것이다. 물론 이런 전형성을 이용한 연출과 스토리의 맥거핀(관객의 호기심이나 의문을 자극하는 장치)일 가능성의 여지도 존재한다. 이 지점은 영화 내내 동력으로 작동한다. 그리고 그 실체가 드러나고 인지된 순간은 관객은 협상의 마지막 장면을 바라보게 된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다소 전형적이고 다소 허술하게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손예진과 현빈 두 배우가 모니터를 사이에 두고 맞잡아 당기는 끈의 팽팽함이 언제 끊어질지 바라보며 느끼는 긴장감만큼은 스릴러 이상이다. 이 정도라면 JK필름의 악마적 재능이라고밖에는 볼 수가 없다. 관객이 원하고 그 지점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집중하는 능력이라면 상업 영화의 최고 미덕이 아닐까. 개봉은 오는 19.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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