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조직 내 '성폭력 사건 무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사건 접수 후 약 석달만에 고발인을 불렀다가 돌연 무기한 연기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남우)는 최근 이 사건을 고발한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에게 오는 20일 출석해 고발인 조사를 받으라는 통보를 했다가 연기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성추행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성추행 진상조사단)'으로부터 자료를 아직 받지 못해 일정을 미뤘다고 밝혔다.
그러나 훈시규정에는 고소·고발 사건 수사는 3개월 이내에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 진상조사단이 처음 대검 감찰본부로부터 관련자료를 넘겨 받은 때가 지난 2월, 진상조사단 조사가 공식 종료된 때가 지난 4월26일이다. 검찰이 고의로 수사를 지연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임 검사는 지난 5월25일 당시 직책 기준 김진태 검찰총장, 김수남 대검 차장, 이모 감찰본부장, 장모 감찰1과장, 오모 남부지검장, 김모 부장검사 등을 직권남용·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앞서 임 검사는 지난 3월22일 대검 감찰제보시스템을 통해 2015년 검찰의 조직적 일탈에 대한 감찰과 수사를 요청했으나, 성추행 조사단이 징계시효가 도과됐거나 비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사안으로 다시 감찰에 착수해야 할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답변 메일을 받았다.
임 검사가 말하는 검찰 조직 내 성폭력 문제는 2015년 서울남부지검에서 김모 부장검사와 진모 검사가 후배 검사를 성희롱·성추행한 의혹이 불거진 뒤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난 사건을 말한다. 징계양정 기준상 중징계 사안이며, 비위처리 지침상 입건해야 함에도 이들은 아무런 내부 징계를 받지 않았다. 이들은 지난 4월 성추행 사건 진상조사단 조사를 받은 뒤 불구속 기소됐다.
안태근 전 검사장 성추행·인사보복 의혹을 폭로한 사건을 계기로 출범했던 성추행 진상조사단은 가해자만 처벌했을 뿐 조직 내부의 성추행 은폐 의혹은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성범죄 친고죄가 폐지됐는데도 수사가 이뤄지지 않아 직무를 유기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당시 대검 성희롱·성폭력 지침을 들며 피해자가 협조를 안 하면 중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고발 사건에서 관련 의혹에 대한 규명을 위해서는 당시 최고위급 인사들을 상대로 수사가 이뤄져야 하는 만큼 검찰이 이를 어떻게 돌파할지 주목된다.
서지현 검사 성추행 피해 사건을 당시 검찰 내부에서 덮었다는 의혹을 주장한 임은정 검사가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 2월 6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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