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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탈취 시름하는 중기업계, 전속고발권 폐지엔 '난색'
제조분야 하도급법 위반 91%가 중기…폐지 찬성측 "부당행위 근절에 예외 두면 안돼"
2018-09-17 16:37:32 2018-09-17 16:37:32
[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중소기업계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를 두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기술탈취를 비롯한 시장 불공정 행위로 시름하는 중기업계가 기업활동 위축을 근거로 정작 전속고발권 폐지에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사법부와 공정위의 힘겨루기 또는 대기업을 겨눠야 할 사안에 중기가 된서리를 맞았다는 한숨이 터져나오는 가운데, 시장질서를 왜곡하는 중소기업의 경우엔 처벌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지난 10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김상조 공정위원장을 만나 전속고발권 폐지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 박 회장은 "공정위와 검찰의 이중 수사는 기업 부담 가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상적인 기업 활동과 시장 자율성이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6일에도 중기중앙회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논평을 내고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중기업계는 전속고발권 폐지에 따른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상황이다. 공정위가 건설업체의 4대강 사업 담합사건 고발을 미룬 것을 계기로 부각된 폐지 논의의 불똥이 결국 중기업계로 튄 셈이다. 
 
공정위와 사법부의 힘겨루기 결과로 새우 등이 터졌다는 불만도 더해졌다. 검찰이 지난달 공정위 기업집단국과 심판관리관실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결국 공정위가 사법부에게 핵심 권한을 넘기게 됐다는 반응이다. 사실상 경제사안의 전문성을 강조해온 공정위 역할이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중기업계는 부처 간 갈등의 피해를 입게 됐다고 시름하고 있다.
 
실제로 전속고발권 폐지로 인해 중기업계 형사고발 건수가 많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제조분야의 하도급법 위반사건 4525건 중 1차 이하 협력사의 법위반 비중은 91.1%에 달한다. 반면 대기업의 법 위반 비중은 8.9%에 불과해 중소기업 간 거래에서 하도급법을 비롯한 공정거래 관련 법 준수의식이 특히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공정위와 검찰이 각자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과정에서 최대 피해자가 중견·중소기업인 상황이 됐다"며 "(하도급법 위반을 포함해)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반증하는 셈인데, 검찰 고발이나 조사를 강화하면 기업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속고발권 폐지를 주장하는 측은 중소기업이 불공정 행위의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동우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는 "대기업 갑질이나 부당행위에 면죄부로 작용해온 제도를 개선하고 피해 중소기업을 보호하자는 취지도 있지만,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의 갑질이 대기업 못지 않게 심각하다면 당연히 처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잘못된 수사 혹은 기소할 우려 역시 권위주의 시절에나 가능하다. 재판 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해소될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검찰 개혁을 통해 해결할 문제"라며 "기업의 부당행위 근절이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감안하면 공정거래법 취지를 살리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지난 10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를 예방한 뒤 악수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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