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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밥' 전경련, 남북 경협까지 소외?
허창수, GS 투자·고용 내놨지만 정부는 여전히 냉랭…평양행도 나홀로 제외
2018-09-19 16:54:49 2018-09-19 16:55:44
[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재계를 대표했던 전국경제인연합회 위상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 정경유착의 창구임이 드러나면서 해체론 등 적폐 세력으로 몰렸다. 문재인정부는 경제계 파트너로 대한상공회의소를 단일 창구로 정하고, 전경련과의 대화 문은 사실상 닫은 상태다. 주요 경제단체장이 함께 한 이번 평양 남북정상회담에도 전경련은 초대받지 못했다.
 
전경련은 19일 남북 정상이 평양공동선언을 채택한 직후 논평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인 '9월 평양공동선언'을 환영한다"며 "이번 선언이 남과 북의 상호 호혜 및 교류와 협력을 증진해 나가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전경련 남북경제교류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우리 정부의 한반도 비전을 현실화하기 위해 경제계의 아이디어를 수렴하고 정책 대안을 마련해 제시하겠다"며 정부에 힘을 싣는 태도도 보였다.
 
전경련은 2년 전까지만 해도 재계의 '얼굴마담' 역할을 하며 경제계 맏형 자리를 놓고 대한상의와 자웅을 겨뤘다. 하지만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게 드러나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 등으로부터 해체 주장이 쇄도했고,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4대그룹이 여론 눈치에 전경련을 탈퇴하면서 자금줄도 말라버렸다. 정부가 냉랭한 기류를 거두지 않으면서 재계를 대표하는 창구로서의 위상도 실종됐다. 이에 재계 안팎에서는 '계륵'으로 전락했다는 목소리마저 나왔다.
 
이번 방북 명단에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빠진 것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을 비롯해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문 대통령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방북 길에 올랐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과 한무경 한국여성경제인연합회장,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장도 특별수행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허 회장만은 빠졌다. 허 회장은 앞서 지난 7월 인도 방문을 포함해 문 대통령의 해외 순방시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지 못했다.  
 
지난 2014년 7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중앙아시아 순방 경제사절단 합동 토론회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왼쪽)을 비롯한 경제인들과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경련은 이 같은 일련의 흐름에 대해 속만 앓는 분위기다. 허 회장이 이끄는 GS그룹은 지난 8월 향후 5년간 20조원을 투자하고 2만1000명을 신규 채용한다는 내용의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 출범 2년차를 맞아 LG와 현대차, SK, 신세계, 삼성, 한화가 차례로 대규모 투자 및 일자리 창출 계획을 내놓자 GS도 가세하며 정부의 경제활성화 의지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정부의 태도에 변화가 없자, 재계 일각에서는 "전경련과 함께 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는 말까지 흘러나왔다. 한 그룹사 관계자는 "경제단체로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영향력이 없는 빈껍데기로 전락했다"며 "이런 상황이라면 향후 기업들의 대북 진출 과정에서 전경련이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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