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사업기회 왔다"…정유·석화업계 북한 시장 '눈독'
석유화학업계, 대북 스터디 시작…정유업계도 예의주시
2018-09-20 16:57:30 2018-09-21 13:02:15
[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9월 평양공동선언'으로 남북 경제협력사업(경협)이 재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유·석유화학업계도 대북 사업 기회를 엿보고 있다. 북한의 정유·석유화학 시설은 오랜 경제 제재로 시설이 노후해 공장 가동이 원활하지 않다. 미국의 대북 제재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사업을 펼칠 기회는 없지만, 향후 시장 개방에 대비해 스터디를 꾸리는 등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북한의 원유수입량은 2016년 388만5000배럴로 남한의 0.4% 수준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한국은 10억7811만배럴을 수입했다. 남한과 북한의 원유 수입량 격차는 지난 2010년부터 같은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08년 핵검증의정서 합의 실패 이후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중유지원을 중단한 결과다. 지금은 주로 중국과 러시아에서 송유관과 육로, 해상을 통해 원유를 들여온다.
 
석유제품 설비 시설도 노후화가 심각하다. 북한은 승리화학연합기업소, 봉화화학공장 등 두 곳의 원유정제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모두 1970년대 말에 지어졌다. 승리화학연합기업소는 설비 보전을 위해 가끔 공장을 가동하는 수준이고, 봉화화학공장은 1997년 이후 가동률이 30%대를 겨우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화학사업은 석유제품보다 더 열악한 상황이다. 주로 석탄화학에 집중돼 있어 생산 비중이 미미할 뿐만 아니라 시설 노후화로 원료 공급이 재개되더라도 생산을 정상화하는 데 상당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정유·석유화학업계는 경협의 물꼬가 트이는 분위기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국의 대북 제재 해제가 현실화할 경우 러시아와 연계한 에너지 사업으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 제품과 플라스틱 소재를 완제품 형태로 공급한 뒤 점진적으로 대규모 설비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북한 정부가 정유·석유화학산업을 키우려는 의지도 강한만큼 중장기적으로 국내 기업과 긴밀한 공조 체계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했다.
 
남북경협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석유화학업계는 북한 경제를 이해하기 위한 '열공' 모드에 돌입했다. 업종 단체인 한국석유화학협회는 최근 대북 스터디를 시작했다. 회원사들과 정보를 교환하며 현지 시장을 파악하고 있다. 다만 미국의 대북 경제 제재가 풀리지 않은 상황인 만큼 구체적인 계획 수립보다 현황 파악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업계 역시 북한을 주시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 중에선 현대오일뱅크가 북한 진출의 1순위로 꼽힌다. 현대오일뱅크는 과거 현대그룹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을 할 때 주유소에 기름을 공급했다. 남북경협을 상징하는 '범현대가'일 뿐만 아니라 사업 경험도 있어 유리하다는 평가다. SK이노베이션과 SKE&S는 인프라 투자에서 유력한 후보군이다. 두 회사는 북한을 경유하는 파이프라인을 이용해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를 들여올 수 있다. 특히 SK그룹의 경우 최태원 회장이 남북정상회담의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참여해 북한과의 경협에서 실질적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북한 정부가 석유화학과 철강 등 기초소재 분야를 육성하려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며 "당장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기 어렵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기업들과 손잡고 인프라를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른 관계자는 "이란이 미국의 경제 제재가 해제된 뒤 원유를 수출했다가 또다시 막힌 사례가 있어 대외 불확실성이 확실히 제거되는 게 관건"이라며 "북한으로 제품 수출이 가능해진다면 공급처 다변화로 이어질 수 있어 대북 제재의 해제 여부는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