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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회장 운명의 날 D-7…숨죽인 롯데
항소심 앞두고 초긴장…그룹 수뇌부, 연휴에도 근무
2018-09-27 16:04:25 2018-09-27 16:04:25
[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항소심 공판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총수 부재에 신음하고 있는 롯데그룹도 초긴장 상태에 접어들었다. 2심 판결에 그룹의 미래가 걸린 만큼 황각규 부회장을 비롯해 그룹 수뇌부는 추석 연휴에도 정상 업무를 수행하며 항소심에 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강승준)는 다음달 5일 오후 2시30분 신동빈 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를 할 방침이다. 앞서 검찰은 뇌물 공여와 경영비리 혐의로 신 회장에게 징역 14년을 구형했다.
 
지난달 29일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신동빈 회장. 사진/뉴시스
 
롯데그룹은 총수 부재 상황이 7개월 넘게 지속되면서 그룹 내 주요 의사 결정이 줄줄이 미뤄지고 있다. 황 부회장 등 각 비즈니스유닛(BU) 장으로 비상경영위원회를 구성해 그룹을 운영하며 평일에 신 회장을 찾아 경영현안을 보고하고 있지만 굵직한 투자 사안 등 그룹의 방향성을 결정할 사업들은 모두 올스톱된 상태다. 비상경영체제로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했다는 게 롯데측의 호소다.
 
실제 신 회장 구속 이후 롯데그룹의 대형 프로젝트들은 줄줄이 중단됐다. 올해 국내외에서 10여 건, 총 11조원 규모의 인수합병(M&A)을 검토·추진했지만 신 회장의 부재로 무기한 연기하거나 참여를 포기하는 등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롯데가 더 우려하는 부분은 오너 부재가 장기화되면 신규 투자뿐만 아니라 기존 해외 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 신 회장이 1년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낼 정도로 해외사업장을 직접 챙겨왔기 때문에 빈자리는 계속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롯데 고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의 인도네시아 석유화학단지 건설사업 등 투자 규모가 큰 사업들은 최종 의사결정권자의 판단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며 "항소심 판결이 우리 바램과 달리 나와 신 회장의 공백이 더 길어진다면 당면한 대규모 사업들은 더 이상 진척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걱정했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 국영철강회사로부터 공장 부지를 매입, 올해부터 대규모 유화단지 공사를 시작하려고 했지만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이 사업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의 '신남방정책'과 기조를 같이 하고 롯데그룹의 동남아시장 지배력도 강화할 수 있는 기회였던만큼 현재의 답보상태는 롯데에게 더 뼈 아프게 다가오고 있다.
 
신 회장의 항소심은 롯데월드타워 면세점의 운명과도 연결돼 있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사정 당국은 신 회장이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특허를 얻기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뇌물을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1, 2심 재판부가 롯데와 박 전 대통령 간 면세점 관련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한 것도 롯데에겐 항소심을 앞두고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만약 이번 항소심에서 신 회장이 또 다시 실형을 선고받으면 롯데월드타워 면세점의 특허도 취소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관측이다.
 
황 부회장을 비롯한 롯데그룹의 임직원들이 신 회장의 2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집행유예가 내려지길 바라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신동빈 회장은 지난달 29일 항소심 최후진술에서 "롯데그룹의 회장으로서 우리 기업이 한국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롯데는 현재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가경제와 우리 기업을 위해 다시 한번 일할 기회를 주기 바란다"고 재판부에 호소하며 간절한 경영복귀 의지를 내비쳤다.
 
롯데 관계자는 "그룹의 이목도 얼마남지 않은 선고일에 모두 쏠려 있고, 최악의 상황은 생각하기도 두렵다"며 "공판과정이 끝나 추가 변론 기회도 없는만큼 대응책을 준비하며 차분히 선고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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