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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뻗어가는 간편식②)외식·백화점·편의점도 '간편식'…유통업계, HMR 선점 경쟁
간편조리서 맛·재미 매력 갖춘 음식으로 진화…CJ제일제당·현대백화점·이마트 등 주도
2018-10-01 06:00:00 2018-10-01 06:00:00
[뉴스토마토 김은별 기자] 최근 유통가의 뜨거운 관심사는 '간편식'이다. 올 추석에도 유난히 간편식 형태의 선물세트가 인기를 끌었다. 1~2인 가구 트렌드를 업고 급부상한 간편식은 가정 식탁까지 공략하며 '가정간편식'으로 변신,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가정간편식 종류도 다양해졌다. 가볍게 데워먹는 레토르트 식품에서 조리하는 느낌을 낼 수 있는 밀키트 시장도 등장했다. 유통업계, 식품업계는 물론 홈쇼핑업계까지 이런 트렌드에 주목해 가정간편식을 개발하며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가정간편식은 약자로 'HMR'로 불린다. HMR은 'Home Meal Replacement' 즉, 가정식의 대체식품이라는 뜻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국내 HMR 시장은 연평균 21%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0년 7700억원 규모였던 HMR 시장은 지난 2014년 1조5000억원, 지난해에는 3조원으로 3년만에 두 배 가까이 몸집이 커졌다.
 
커진 시장만큼 업계간 경쟁도 심화됐다. 기존에 간편식류를 출시하던 식품업계에 밀키트 등을 직접 만드는 백화점, 마트 등도 생겨났기 때문이다. 현재 간편식이라는 넓은 범위로 보면 CJ제일제당이 1위다. 간편식 분야 매출이 압도적으로 높은 '햇반'을 보유했고, 상위권에 랭크돼 있는 '비비고' 시리즈도 출시하고 있다. 오뚜기, 동원F&B 등이 CJ제일제당 뒤를 쫓고 있다.
 
 
현재 가정간편식 경쟁 구도는 기존의 식품업계가 출시하던 간편식과 결이 다르다.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가정간편식은 크게 네 가지 타입으로 나눌 수 있다. ▲RTE(Ready To Eat, 조리없이 바로 섭취) ▲RTH(Ready to Heat, 가열 후 섭취) ▲RTC(Ready To Cook, 간단 조리 후 섭취) ▲RTP(Ready To Prepare, 가공된 식재료로 간단 요리 후 섭취) 등이다.
 
최근 가정간편식의 트렌드는 RTC, RTP타입에 가깝다. RTC, RTP 타입에 속하는 카테고리 중 하나가 밀키트인데, 직접 요리하는 느낌을 낼 수 있을 뿐더러 최근에는 맛도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통·식품업계가 이 카테고리에 주목하며 적극적으로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백화점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이 선두에 나섰다. 현대백화점은 현대그린푸드와 공동개발한 프리미엄 가정식 브랜드 '원 테이블' 사업과 밀키트 '셰프박스'를 올해부터 키우기 시작했다. 원테이블은 간단히 볶거나 끓이는 형태의 가정간편식으로 분류에 따라서 RTH, 혹은 RTC로 분류될 수 있다. 원테이블은 출시 10개월만에 50만개가 팔렸으며 특히 VIP 고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VIP 고객 비중은 53.2%다. 최근 원테이블은 홍콩 이온백화점과 수출계약을 맺기도 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안에 신제품 50여 종을 출시하고 상품 수도 300여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마트업계에서는 이마트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간편조리식품 브랜드 '피코크'를 가지고 있는 이마트는 최근 '피코크 전문점'도 열었다. 이곳에는 밀키트 코너도 마련돼 있다. 피코크의 매출액은 상품이 출시된 지난 2013년 340억 규모에서 2015년 1340억, 지난해에는 2280억원으로 5년 사이 7배 가까이 성장했다. 피코크는 이미 홍콩 최대 슈퍼마켓 체인인 웰컴사에서 판매되고 있다. 미 중동부 지역 현지 수퍼마켓에서도 판매된다. 이마트는 지난 5월 PL박람회에 피코크를 소개하는 등 해외 시장 수출을 위한 초석을 다졌다.  롯데마트 역시 PB 상품인 '요리하다'를, 홈플러스는 '올어바웃푸드'를 앞세워 경쟁에 뛰어들었다.
 
백화점이 프리미엄을 추구한다면 편의점은 '가성비'다. 편의점업계는 기존에 도시락, 반찬류 등 다양한 PB를 선보여왔다. GS리테일은 한발 더 나아가 '심플리쿡'을 육성하고 있다. 심플리쿡은 약간의 재료를 넣고 끓이면 되는 간단한 조리방법의 밀키트다.
 
식품업계도 역시 새 먹거리로 RTC, RTP타입에 공을 들인다. CJ제일제당은 지난 5월 가정간편식 플래그십스토어 'CJ올리브마켓'을 열었다. 가정간편식의 총체적인 경험공간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동원 F&B는 지난 6월 프리미엄 가정간편식 브랜드 '퀴진'을 선보인 바 있다. 이 외에도 한국야쿠르트가 '잇츠온'을 통해 간편식 시장에 진출했으며, NS홈쇼핑 등도 자회사 엔바이콘을 통해 간편식 개발에 힘쓰고 있다.
 
CJ제일제당은 가정간편식 체험공간인 '올리브마켓'을 오픈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업계 간 다양한 상품 출시와 프리미엄화로 가정간편식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할 전망이다. 소비자들은 기존의 레토르트 식품 형태에서 벗어난 새로운 형태의 프리미엄 가정간편식을 받아들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17 가공식품 소비자 태도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25%는 음식 조리시간을 절약하는 데 장점이 있다고 봤으며, 23.5%는 맛이 좋아서 간편식을 구매한다고 답했다. 간단한 조리만이 장점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맛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진 것이다.
 
기존의 레토르트 식품은 데워먹거나 냉장 보관 후 그대로 섭취하는 형태였다면 현재 가정간편식은 조리의 편리함 혹은 재미, 비주얼적인 훌륭함, 신섬함을 두루 갖춘 매력도 있다. 한 외식업계 전문가는 "미국, 영국, 일본 등의 HMR 시장 추세처럼 국내 역시 밀키트 시장을 중심으로 가정간편식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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