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뻗어가는 간편식③)간편식도 승자독식…중소제조·외식업 궁지에
간편식 소비 늘며 외식 줄어, 중소 HMR 업체도 "독과점 문제" 지적
2018-10-01 06:00:00 2018-10-01 06:00:00
[뉴스토마토 김은별 기자] 대기업이 가정간편식 사업에 뛰어들며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했으나 그에 따른 부작용도 생겨났다. 간편식 유통망 확대에 따른 외식 자영업자의 폐업, 기존에 간편식을 제작하던  중소가정간편식 업체 등이 피해를 입는다. 
 
먼저 유통망을 거점으로 대기업들이 HMR 제품을 쏟아내는 탓에 외식 자영업자들이 볼멘소리를 낸다. 백화점, 마트, 편의점 등의 넓은 유통망을 보유한 기업들이 가정간편식을 출시하자 골목에 자리잡은 식당 등 외식 자영업자, 반찬가게 등이 1~2인 가구 손님을 뺏기고 있는 것이다.
 
1~2인 가구가 간편식으로 이동하며 외식자영업자들이 폐업을 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사진/뉴시스
 
이근재 한국외식업중앙회 종로구지회장은 "가정간편식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며 혼자 생활하는 사람들이 식당이 아닌 간편식을 찾게 됐다"며 "대기업들이 그 시장을 파고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저렴한 간편식이 많은 편의점의 경우 식사할 수 있는 테이블 등을 크게 만들고 손님을 공략하며 실제 편의점 옆 식당이 폐업한 사례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1인 가구 중심의 문화 등으로 가정간편식이 성장하는 추세는 필연적이지만, 생계형적합업종 제도 등 제재를 통해 작은 업체들이 살아남도록 부작용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유통업체에서는 고객의 선택에 따른 결과라고 반박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정간편식도 결국 1인 가구 고객의 편의를 위해 출시, 제공하는 것이기에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 중 하나"라며 "가맹점들 역시 소상공인으로, 본사가 가맹점 매출을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생긴 불가피한 경쟁을 비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외식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경영난을 겪는 마당에 대형 유통기업의 가정간편식 침투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고 하소연한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음식업의 폐업률은 26.5%로 다른 산업 대비 두 배 수준이며 기존사업자의 폐업률(31.7%)이 신규사업자의 폐업률(12.9%)보다 약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중심의 HMR 사업에 대한 불만은 이뿐만이 아니다. 중소 HMR 제조업체 역시 산업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받는 것은 물론 대형 유통기업의 OEM을 맡게 되며 대기업에 종속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기존에 가정간편식을 생산하던 중소업체들도 대기업 위주의 산업에 밀리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열린 '제1회 2018 서울 HMR 쿠킹&푸드페어' 모습. 사진/뉴시스
 
농촌경제연구원의 'HMR 산업의 현황과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업체의 HMR 생산 시 가장 큰 애로사항은  '주요 생산 대기업의 시장 독과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항목이 응답자의 3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인스턴트로 저평가되는 소비자 인식(19.6%), 원료수급의 어려움(15%) 대형마트·편의점 등 납품유통업체의 불합리한 관행 및 횡포(9.2%)등이 뒤따랐다. 이에 HMR 제조업체들은 중소기업 우대 정책 마련, 대기업의 독과점 방지를 위한 규제를 산업 성장을 위한 최우선 정책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특히 최근 대기업이 진출한 밀키트 산업은 베이커리, 식품 등을 중심으로 스타트업 업체, 중소 업체들이 만들어오던 품목이어서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 유통사의 경우 매장에서 제품군별로 가장 잘팔릴 만큼의 양만 구비한다"며 "예를 들어 밀키트의 적정 재고량이 100개인데 대기업이 밀키트 상품을 제작해 50개를 자사 유통망으로 판매할 경우 기존에 납품하던 중소 밀키트 업체는 100개에서 50개로 납품량이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