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아메리칸 드림'이 현실화 되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이마트는 지난달 28일 프리미엄 그로서란트(식재료와 레스토랑이 결합된) 마켓 'PK마켓'(가칭)을 내세운 미국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PK마켓은 미국 LA 다운타운 지역 번화가인 사우스 올리브 스트리트 712번지(주얼리 디스트릭트)의 복합 상업시설에 10년 만기 임대차 계약을 맺고 들어선다. 6층 건물 중 1∼3층(총 4803㎡)을 사용하며, 개점 시점은 내년 하반기가 될 예정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부지 계약이 마무리됨에 따라 미국 사업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나설 수 있게 됐다"면서 "성공적인 시장 진입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하반기 미국 LA에 문을 열 예정인 프리미엄 그로서란트 매장 이마트 PK마켓 조감도. 사진/이마트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이 중국에서 잇따라 실패를 맛 본 이후 베트남 등 동남아 진출은 활발한 가운데 신세계그룹의 미국 진출은 전례없던 도전으로 평가된다. 앞서 정 부회장은 중국에 진출한 이후 사드 보복 사태를 겪자 과감하게 철수를 결단한 뒤, 역발상으로 무한경쟁이 벌어지는 미국 시장에 대한 정면 도전을 택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지난 3월 신세계 상생채용박람회에선 글로벌시장 진출 첫 단추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공식 선언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시 정 부회장은 "현지인들이 좋아할 만한 아시안 식품을 판매하려고 한다"면서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도 이마트가 진출했지만, 규제 없이 무한경쟁이 펼쳐지는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 역점을 두려고 한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또 정 부회장은 미국 현지로 건너가 PK마켓 출점 후보지역을 직접 물색하기도 했고, 개인 인스타그램에 시장 조사 현황을 간간이 올리며 미국 PK마켓 1호점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는 등 각별한 공을 들여왔다.
총 인구 3억명이 넘는 거대 시장인 미국에 출사표를 던진 PK마켓의 성공 여부는 정 부회장이 그동안 계속 해온 유통 실험 중 글로벌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잣대가 될 전망이다. 신세계 이마트는 그동안 미국 내 현지 유통채널을 통해 PB제품 피코크를 공급하긴 했지만, 자체 매장을 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고객이 직접 식재료를 구매한 뒤 해당 매장에서 바로 요리를 주문할 수 있도록 하는 콘셉트의 전례없던 새로운 유통모델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한편 PK마켓이 들어설 건물은 1917년 건립돼 101년 역사를 보유한 곳으로, 완공 당시 '빌레 드 파리' 백화점이 입점할 정도로 LA 다운타운의 중심 상업공간으로 자리매김해왔다. 또 시청 등이 있는 '히스토릭 코어'(Historic Core)와 사우스 파크, 금융 지구가 만나는 지점에 있고 전철역도 가까워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이라는 게 이마트측 설명이다. 이마트는 특히 현재 진행 중인 LA 다운타운 재개발이 완료되면 향후 이 지역의 성장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앞서 이미 이마트는 2016년 스타필드 하남에 PK마켓을 처음 선보인 이후 지난해 8월 스타필드 고양에도 PK마켓을 열었다. 이들 매장은 1950∼1960년대 미국 재래시장을 연상시키는 분위기로 꾸며졌으며 고기, 생선류 등 신선 식품을 구매한 즉시 바로 조리해 먹을 수 있는 그로서란트 공간을 대폭 늘려 신선함과 다양성을 구비한 것이 특징이다. 반면 미국에서 첫 선을 보이는 PK마켓은 현지인들이 좋아할만한 한식을 포함해 일식, 중식, 태국식, 인도네시아식, 베트남식 등 아시안 토탈푸드를 기반으로 한 전혀 다른 콘셉트의 매장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1년 앞으로 다가온 정 부회장의 미국 시장 도전이 성공할 경우 유럽 등 선진시장 진출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국내에서 규제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신세계가 국내 오프라인 채널의 부진을 상쇄할 수 있는 실험과 도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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