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정부와 국회가 스포츠 스타들의 병역특혜 논란에 휩싸인 '예술·체육요원 병역특례제도'에 대해 직접 메스를 대기 시작했다.
정부는 지난 1일 병무청·문화체육관광부를 합동으로 한 예술·체육요원 병역특례제도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병무청·문체부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이 TF는 1년간 활동하며 현 올림픽 3위·아시안게임 1위 시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해 사실상 병역을 면하게 해주는 특례제도 개선을 검토한다. TF가 활동 기간 내 개선안을 마련하면 국방부가 병역법 개정안 등으로 법제화할 계획이다.
국회도 움직이고 있다.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 등 10인은 지난달 13일 예술·체육요원 병역특례 관련해 편입 선정기준·각종 대회 입상 성적의 누적점수제 등 산정 방식을 명확히 마련하고 예술·체육요원의 편입 총 정원을 정하도록 한 병역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출했다.
예술·체육요원 병역특례는 1973년 병역의무의특례규제에관한법률이 제정되며 시작됐다. 법 제정 취지는 특수한 기술분야에 종사하는 병역의무자가 국가에 공헌할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서였다. 국위선양에 대한 일종의 '당근'이다. 여기서 말하는 병역혜택은 곧바로 면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대회 실적으로 예술·체육요원이 되더라도 4주간 기초군사교육은 받아야 하고 이후 자기 특기 분야에서 34개월간 활동해야 한다.
특례제도에 대한 논란은 이전에도 있었으나 이번에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낸 야구 국가 대표 오지환(LG)·박해민(삼성)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병역미필자인 둘이 애초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염두에 두고 지원 시 입대가 유력했던 상무·경찰청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주장과 함께 병역특례제도가 병역 기피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일었다. 수준급 선수이기는 하나 이론의 여지 없이 국내 최고의 선수들이라고 하기에는 의문부호가 따르는 둘을 대표로 발탁한 배경이 공정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왔다. 지난달 한국청렴운동본부는 둘을 선발한 선동열 대표팀 감독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실질적으로 메달을 놓고 경쟁할 나라가 매우 적은 데다 대부분 아마추어가 출전한 다른 나라와 달리 프로선수들을 내세워 따낸 야구 대표팀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진정한 국위선양인지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상대적으로 메달 획득이 어려운 개인종목과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면서 예술·체육요원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현행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한 스포츠평론가는 "현행제도는 폐지하는 게 맞다. 다만 혜택을 유지하려면 국위선양에 대한 개념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과연 병역특례가 없다면 프로야구 선수들이 아시안게임에 출전했겠나.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국위를 선양했다고 말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에이전트로 활동하는 한 변호사는 "제도를 폐지하거나 유지해야 한다고 확실히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지만 병역의무에 대해 특히 민감한 국민적 정서는 고려할 수밖에 없다. 타 종목과 형평성 등을 따지는 등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프로스포츠 기구에서 활동하는 한 변호사는 "추세를 보면 스포츠 선수들의 병역혜택은 점점 축소될 수밖에 없다. 다만 특정 종목에 대한 지나친 비난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행 제도에서 한발 더 나아가 많은 이에게 혜택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스포츠 소송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스포츠뿐만 아니라 예술 등 여러 분야에서 지금보다 더 많은 병역특례가 필요하다"며 "지금 상황은 특정 종목이나 선수들에 대한 마녀사냥식 비난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손흥민(왼쪽)이 지난달 1일 오후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일본과 결승전에서 이긴 뒤 금메달이 확정되자 태극기를 들고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