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은별 기자] 소확행, 혼술 트렌드 등에 힘입으며 주류 시장에서 와인 비중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포도주 수입액은 지난 2013년 1억7184만달러에서 2015년 1억8980만달러, 지난해에는 2억1003만달러로 증가했다. 이에 백화점, 마트, 편의점 업계 등 국내 유통가에서도 와인시장에 주목하며 판매를 확대하고 가성비 좋은 와인을 발굴하는 등 소비자 발길을 끌기 위한 마케팅이 활발하다. 이 중 이마트는 약 10년간 ‘와인장터’를 열며 국내 대표 와인 행사로 안착시킨 것은 물론 가성비 좋은 와인 발굴 등에 힘쓰고 있다. 최근에는 이마트에서 와인이 소주 매출을 제치고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서울시 성동구 이마트 본사에서 지난 5월 프랑스 와인 기사 작위인 ‘쥐라드(Jurade)'를 수여받기도한 명용진 이마트 와인바이어를 만나 와인 시장의 현황과 트렌드에 대해 들어봤다.
명용진 이마트 와인바이어는 지난 5월 프랑스 와인 기사 작위인 '쥐라드'를 수여받은 전문가다. 사진/이마트
‘와인바이어’라는 직무에 대해 설명한다면.
기본적으로 와인을 매입하는 업무다. 현재 트렌드에 맞게끔 와인을 발굴하고 수입한 후 마케팅과 연결시켜 프로모션, 행사 등을 기획한다. 아무래도 와인 산지를 직접 방문하는 일이 많다보니 일년에 3~4차례 프랑스, 이탈리아, 호주, 스코틀랜드 등으로 해외출장을 간다. 아직 남미쪽이나 아르헨티나, 칠레는 방문하지 못했다.
와인바이어가 된 계기가 궁금하다. 원래부터 와인에 관심이 많았나.
정말 우연한 기회에 와인바이어를 하게 됐다. 이전에는 와인에 대해서 전혀 몰랐고 매장관리, 인사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어느날 집에서 쉬고 있었는데 주류 바이어를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처음에 와인에 대해서 전혀 몰랐는데 현재 팀장을 맡고있는 신근중 팀장에게 많이 배웠다. 신 팀장은 2억정도인 이마트 와인시장을 연 800억까지 키웠다. 그 밑에서 3~4년을 배운 후 정식 와인바이어 일을 담당하게 됐다.
최근에 프랑스 와인 기사 작위 ‘쥐라드’를 받았다. 와인공부를 어떻게 해나갔나.
당시 국내 와인산업이 크지 않다보니 공부할만한 책자도 많지 않았다. 조금씩 알음알음 맨땅에 헤딩하며 배웠다. 수입사를 대하다보니 그들보다 많이 알기 위해 여러 분야를 공부했다. 그런데 와인은 책으로 공부하는 것보다 마셔보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들이 와인을 접할때 보통 ‘공부해야 한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와인이 어렵다는 말이 많다보니 와인을 접하는데 두려움을 많이 가지는 것이다. 그러나 와인도 기호식품이기에 공부보다는 많이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에는 모스카토 등 달콤한 와인으로 시작해보는 것이 좋다. 달콤한 와인을 즐기다보면 드라이한 와인을 먹고 싶어지고 신대륙 지역의 와인으로 넘어가게 된다. 프랑스, 스페인 등의 와인은 품종이 블렌딩되는 경우가 많으나 신대륙 와인은 단일 품종이어서 먹기가 편하다. 먹다보며 자기 입맛을 찾아가는 것이다.
명용진 와인바이어는 책으로 와인을 공부하기보다 직접 마셔보는 것을 추천했다. 사진/이마트
와인을 배우면 어떤 장점이 생기는가.
와인은 알면 알수록 대접받는 술이다. 예를 들어 소주, 맥주 등을 선호하고 와인을 모르는 사람에게 굳이 비싼 와인을 대접할 필요는 없다. 스토리가 있는 와인을 소개하고 알려주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만약 누군가 내게 와인을 알고 “프랑스의 메독 지역 와인이 좋더라”라고 얘기하면 '오늘 뭘 가져가야 하지' 고민하며 좋은 와인을 내놓게 된다.
대중적으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와인을 추천한다면.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사실 와인 선택을 하는데 규칙은 없다. 와인을 가지고 '이 와인 좋다, 별로다' 하면서 스토리를 풀 수 있는 것이 와인이다. 보통 핑거푸드, 스탠딩 파티 등에서는 스파클링, 샴페인이 좋다. 음식별로 보면 일반적인 상식으로 고기류면 레드와인, 회 등 해산물은 화이트와인으로 알려져있다. 틀린말은 아니다. 그런데 조금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유의해야할 부분은 있다. 와인의 ‘탄닌’ 성분과 회가 만나면 쇠맛, 철맛이 날 수 있다. 탄닌 성분은 숙성 오크통의 안을 태워서 나오는 성분인데 광어 등과 먹으면 비린맛을 낼 수 있다. 따라서 레드와인이 아니더라도 오크에이징을 시킨 화이트와인은 탄닌성분이 있어 회와 먹었을때 비린 맛을 낸다. 이럴때는 언오크드라고 돼있거나 저렴한 화이트 와인을 고르면 된다.
본인만의 와인 수입 기준은 무엇인가.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는 국내에 다 있다. 예전에는 소량 수입해서 비싸게 팔았지만 최근에는 판매 채널도 넓어지고 수입하는 곳도 많아지다 보니 가격이 점점 내려가며 와인시장이 대중적으로 변하고 있다. 그래서 가성비 좋은 와인을 찾아보자는 것이 목표가 됐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 인지도는 있지만 소비자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와인을 찾아보기도 하고 그때그때 와인트렌드에 맞게끔 기획하고 수입을 진행한다.
그렇다면 최근 와인시장의 트렌드는 무엇인가.
요즘 인기있는 상품은 샴페인이다. SNS 등을 통해 돔페리뇽, 모엣샹동이 유명해지면서 전반적으로 샴페인 시장이 상승세다. 샴페인에 대해 잠깐 설명하자면 보통 프랑스 상파뉴 지역에서 생산되는 것을 뜻하는데 샴페인이라고 붙는 순간 대부분이 5만원 이상이다. 이보다 저렴하면 무조건 구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샴페인이 만약 너무 비싸다고 느껴진다면 스페인 지역의 ‘까바’나 상파뉴 지방이 아닌 다른 프랑스 지역 생산인 ‘크레망’을 마셔도 좋다.
백화점이나 일반 도매상 등 와인을 수입해오는 사람들이 많다. 다른 유통업체와 다르게 이마트가 가진 강점은 무엇인가.
이마트가 전체 와인시장에서 약 16%, 마트업계에서는 50% 이상을 차지한다. 수입업체들은 많이 수입해봐야 3000~4000병 정도여서 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이마트는 직접 우리같은 바이어들이 와이너리를 방문해서 테이스팅을 한후 20000~30000병을 수입해 가격도 저렴하다. 또한 백화점 등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수입사들이 임대로 매장에 들어와 판매하기 때문에 물류 수수료, 임대료 등이 가격에 포함돼 비쌀 수 밖에 없고 품목도 고가의 품목이 많다. 다만 최근에는 와인판매 로드샵들도 많아지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추세다.
명용진 와인바이어가 직접 와인을 모으고 소믈리에 등을 불러 '블라인드 테스트' 진행 후 만든 와인가이드. 현재는 매장에서 찾을 수 없다. 사진/이마트
와인바이어를 하며 개인적으로 가장 잘한 일을 꼽자면.
이번에 국내에 첫 선보인 ‘피터르만 바로산 쉬라즈’를 꼽을 수 있다. “와인 어떻게 골라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다보니 약 3년전쯤 7명의 소믈리에를 불러 직접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진행해 각 나라별, 와인별 가이드를 만든적이 있다. 이 가이드가 인기를 끌었고, ‘국민와인을 만들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했다. 특히 호주와인이 묵직한 느낌이 있어서 정말 괜찮은데 질에 비해 국내에서 인기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호주와인 중 가성비 최고를 골라보겠다는 생각을 했다. 수입되지 않은 호주와인 샘플과 수입사들이 보유한 와인을 모아 직접 은박지로 싸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때 소믈리에들뿐만 아니라 수입사 영업담당도 같이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독보적으로 일등이 나온 와인이 피터르만 바로산 쉬라즈였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 와인이 케세이퍼시픽 1등석 서빙 와인이었고 호주 국보급와인으로 불리는 ‘펨폴즈’와 견줄만한 평가를 받은 와이너리가 생산하는 와인이었다.
앞으로 와인바이어로서의 목표가 있다면.
와인이 소주 순위는 한번 이겼고, 이제는 맥주의 외형만큼 키우는 것이 목표다. 그만큼 대중적인 와인을 발굴해 가격을 떠나서 돈이 아깝지 않게끔 ‘이마트 와인하면 믿을 수 있어’, ‘이마트 신상품 출시했네’ 등 소비자들에게 신뢰감을 주고, 와인의 대중화가 앞당겨졌으면 좋겠다. 예전 신근중 팀장님의 목표가 가족들 밥상에 와인 한병을 올리는 것이었다. 지금 충분히 그런 추세가 있는 것을 보면, 제 목표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