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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리스트' 김기춘 징역 1년6월·조윤선 집유(종합)
청와대 참모 9명 중 8명 유죄…법원 "김기춘, 조직·지위 이용해 범행…책임 무거워"
2018-10-05 18:09:20 2018-10-05 18:09:20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박근혜 정권 당시 친정부 단체에게 거액의 활동비를 지원하도록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을 압박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근혜 청와대’ 참모 9명 중 8명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재판장 최병철)는 5일 강요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실장 등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김 전 실장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조윤선 전 수석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으며, 현기환 전 정무수석도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박준우 전 정무수석과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 정관주·오도성 전 국민소통비서관에게는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씩이, 허현준 전 국민소통 비서관실 행정관은 징역 1년6개월에 자격정지 1년이 선고됐다. 
 
현 전 수석 등과 공모해 국가정보원 자금 5억원을 빼돌려 총선관련 여론조사 비용으로 사용하고 국정원으로부터 뇌물 5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재원 전 정무수석은 이날 유일하게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1월23일 '블랙리스트' 사건 2심 선고 공판이 열린 23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에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각각 2심 선고를 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재판부는 “전경련으로서는 정치권력의 중심부인 대통령 비서실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요구를 거부할 경우 뒤따를 각종 불이익을 충분히 우려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서 “피고인들은 이 같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 윗선을 언급하고 자금을 요구한 것은단순한 협조요청의 정도를 넘어서 전경련에게 상당한 부담을 주었을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들의 적극저긴 독촉을 동원한 자금지원 요구는 전경련이 대통령비서실이 보수단체 자금지원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반드시 추진해야 할 일로 여기고 있음을 분명하게 알리는 것”이라며 “전경련으로 하여금 부당한 불이익을 당할 위험이 있다는 두려움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전경련은 피고인들의 요구에 따라 특정 시민단체를 지원할 어떠한 의무도 없고, 자금지원 요구 목록에 포함된 단체들에 대한 지원금액이 피고인들이 요구하기 전에 비해 크게 늘었다면 피고인들의 강요행위로 전경련은 자율적인 기준에 따라 자금지원 여부를 심사하고 결정할 의사결정의 자유가 제한된 것”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누구보다 헌법적 가치를 엄중하게 여겨야 할 대통령비서실의 구성원임에도 대통령비서실의 권력을 활용해 피해자에게 자금지원을 강요해 피해자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침해하고, 우리 헌법상 사적 자치의 원칙을 깨뜨렸다"고 지적하면서 "피고인들의 강요로 인한 전경련의 경제적 손실이나 전경련 임직원들의 심적 고통도 가볍지 않아 엄벌이 불가피 하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피고인 김기춘은 고위공무원으로서 오래 종사해 대통령비서실장의 권력이 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임에도, 대통령비서실의 조직과 지위를 이용해 하급자들에게 이 사건 강요 범행을 지시하고 이를 위한 체계를 만들었으므로, 그 책임이 매우 엄중하다"고 꾸짖었다.
 
조 전 수석에 대해서도 "정무수석으로서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음에도 위법행위를 인수인계받고, 피해자가 자금지원요구를 곤란해하고 비협조적이라는 보고를 받았음에도 증액된 자금지원요구 목록을 승인·지시했다"면서 "다만 이미 범행이 이뤄지고 있던 중 임명됐다는 점, 직접 피해자 측을 압박한 정황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볼 때 범행가담 정도가 중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 전 실장 등은 2014∼2016년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압박해 33개 친정부 성향 보수단체에 69억원을 지원하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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