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선 기자] 지난 7월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무제가 100일을 맞은 가운데, 백화점, 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 방문 고객이 늘어나 유통업계 수혜가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구인구직 사이트 사람인이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100일을 맞아 직장인 638명에게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33.5%가 '실제 근조시간이 줄었다'고 답했고, 37.8%는 '야근이 줄었다'고 답했다. 이러한 직장인들의 '저녁 있는 삶' 트렌드는 소비경제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유통업계의 마케팅 변화를 불러일으키고있다.
홈플러스 목동점 문화센터에서 엄마, 아빠, 아이들이 문화센터 수업을 수강하고 있다. 사진/홈플러스
대형마트는 문화센터 강좌를 찾는 직장인이 증가세다. 이로 인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강좌' 수강생과 '베이비 강좌'를 듣는 워킹맘, 워킹대디가 대폭 늘었다.
홈플러스의 문화센터 가을학기에는 저녁시간대 '워라밸' 강좌 수강생이 지난해보다 47% 이상 증가했다. 특히 온라인·모바일을 통한 평일 저녁 6시 이후 강좌 신청율은 120% 이상 급증했다. 평일 저녁시간대에 베이비 강좌를 신청한 워킹맘도 전년 대비 25% 늘었다.
홈플러스는 또 '아빠와 함께하는 트니트니 목욕놀이', '아빠와 함께 빼빼로 만들기' 등 관련 강좌를 지난해보다 30% 가까이 늘려 총 906종 마련했다. 주말근무 대신 유모차를 밀고 아이와 함께 문화센터로 출근하는 워킹대디도 지난해보다 40%나 늘어났다.
이마트도 11월까지 진행되는 문화센터 가을학기는 직장인 대상 강의를 대폭 늘려 운영 중이다. 저녁 강좌를 지난해보다 30% 늘렸고, 직장인을 겨냥한 이색 취미 강좌와 워킹 맘, 워킹 대디를 위한 육아 프로그램도 강화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그동안 소비부진과 온라인시장 성장세로 몸살을 앓았는데, 주 52시간제가 만든 저녁 있는 삶이 직장인들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끌어오면서 대형마트에 새로운 활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도 저녁 쇼핑 고객 증가를 체감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주 52시간제 시행 첫달에 저녁 6시 이후 매출이 전월보다 8.6% 증가하며, 신세계백화점 전체 성장률에 크게 앞섰다. 특히 직장인 방문이 편한 서울 본점, 강남점, 영등포점의 매출 성장이 두드러졌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저녁 있는 삶 트렌드로 인해 3040 고객을 겨냥한 맞춤형 행사도 다양하게 기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원경 홈플러스 문화센터팀장은 "퇴근 후 자기계발에 나서거나 취미를 즐기는 직장인이 더 늘 것으로 본다"며 "문화센터가 직장인들의 저녁시간대 놀이터가 되는 것을 넘어서 대형마트로 고객을 이끄는 '키 테넌트(핵심점포)'가 될 수 있도록 트렌드와 고객 니즈에 발맞춘 다양한 수업을 선보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