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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아들 함께 게임하는 모습 가장 흐뭇해요"
개관 5년차 넥슨컴퓨터박물관…최윤아 관장 "제주 대표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
2018-10-19 15:15:59 2018-10-19 15:15:59
[제주=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지난 18일 제주시 노형동 넥슨컴퓨터박물관. 평일 오후지만 박물관은 교복을 입은 학생들로 북적였다. 가을 수학여행 시즌을 맞아 제주도를 찾은 학생들은 초창기 컴퓨터를 살펴보고 게임을 즐겼다. 가족 단위 관람객들도 눈에 띄었다.
 
지난 2013년 7월 문을 연 박물관은 개관 5년이 지났다. 넥슨이 5년 전 개관을 앞두고 진행한 기자단 투어 이후 5년 만에 다시 박물관을 찾았다. 박물관은 어엿한 제주도의 관광지이자,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놀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박물관은 오는 11월 누적 방문객 8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관람객들로 붐비는 박물관 한 쪽의 휴게공간에서 최윤아 관장을 만났다. 
 
최윤아 넥슨컴퓨터박물관장이 전시 공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넥슨컴퓨터박물관

 
"아빠가 즐겨하던 예전 게임을 아들과 같이 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좋습니다. 게임을 통해 가족의 대화가 늘어나고, 부모와 아이가 함께 즐기는 문화공간이 된 것이 보람 있어요."
 
최 관장은 박물관이 게임에 대한 인식 개선에 기여했다고 자평했다. 게임은 중독에 대한 우려로 특히 학부모들에게 경계 대상이다. 하지만 최 관장과 직원들은 지난 5년간 가족이 함께 박물관을 찾아 대화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직접 지켜봤다. 최 관장은 박물관 지하 1층에 예전 오락실을 재현했다. 갤러그·메탈슬러그·킹오브파이터 등 30~40대가 어린 시절 즐겨하던 게임이 자리했다. 기자가 찾았던 이날에도 한 부자가 축구 게임에 몰두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박물관 3층에는 코딩의 작동 원리를 놀이로 배울 수 있는 체험공간도 마련됐다. 가령, 앞으로 가는 블록과 왼쪽으로 가는 기능을 담은 블록을 연달아 배열한 후 작동 버튼을 누르면 로봇이 직진과 좌회전을 하는 방식이다. 넥슨의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캐릭터를 활용해 단계별로 코딩과 그 결과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학생들에게 인기다. 최 관장은 "스토리 코딩 공간을 마련했더니 학생들이 3층에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졌다"며 "놀면서 코딩을 익히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박물관은 교육부로부터 제주 지역 교육기부 진로체험 인증기관으로도 선정됐다. 박물관에서 코딩 방식을 체험하는 것 외에 전국의 학생들을 초청해 1박2일간 게임을 만드는 캠프를 개최한다. IT 기업의 전문가를 초빙해 강의도 듣는다. 캠프에 참가하는 학생은 제주 외 지역이 3분의 2를 차지한다. 소프트웨어 교육이 의무화되면서 교사들의 문의도 부쩍 늘었다. 최 관장은 "학생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가르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냐는 질문이 많다"며 "5년 전에 비해 소프트웨어에 대한 관심이 늘고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어린이들이 소프트웨어 블록을 활용한 코딩을 체험하는 모습, 더글라스 엥겔바트가 1964년 개발한 최초의 마우스, 박물관 외부 전경, 레트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박물관 지하 1층. 사진/넥슨컴퓨터박물관
 
힘든 일도 많았다. 특히 관광지인 제주의 특성상 사람들의 활동이 적어지는 사회적 이슈가 생기면 관람객이 줄어 박물관도 타격을 입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자가 늘거나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던 시기가 대표적이다. 최 관장은 "어려움도 겪었지만 컴퓨터와 게임의 역사를 보여주며 즐길거리도 제공하는 박물관의 본연의 모습을 이어가다 보니 특별한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관람객이 다시 찾아주고 있다"고 말했다. 박물관은 개관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적자다. 입장료(성인 1인당 8000원, 제주도민 50% 할인)를 받지만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늘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더 많다. 최 관장은 "소장품이 늘어 현재 7000여점을 보유했다"며 "사회공헌 활동의 특성상 많은 돈을 벌기는 어렵지만 제주도뿐만 아니라 외부 지역에서도 많이 찾아주셔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제주=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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