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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국회가 '발목'
직장인 폭언, 갑질 등으로 고통 호소, 관련 법 마련됐지만 법사위서 제동
2018-10-19 17:13:53 2018-10-19 17:13:53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폭언과 부당한 업무지시 등 직장 내 괴롭힘을 근절하는 내용의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이른바 물컵 갑질 사건으로 갑질 근절에 대한 여론도 높았다.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피해자를 보호할 방안 마련도 지연되고 있다. 
 
노동인권 단체인 '직장갑질 119'는 19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정안의 통과를 요구했다. 직장갑질 119는 "위계와 권력을 이용해 직원을 괴롭히는 갑질은 범죄"라며 "국회는 서둘러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직장갑질 119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안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달 12일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지위를 이용해 신체적, 정서적, 정신적으로 고통을 주거나 업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정했다.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가 요구할 경우 사용자는 근무장소를 변경하고 유급휴가를 지급해야 한다. 피해자 또는 신고자에게 해고 등 인사상 불이익을 줄 경우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담겼다. 개정안은 환노위에서 만장일치로 통과했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발이 묶였다. 일부 야당 의원은 "직장 내 괴롭힘의 정의가 모호하다"고 문제 삼았다. 
 
직장갑질 119는 야당의 발목 잡기 태도를 지적했다. 프랑스와 캐나다는 유사한 법안을 도입해 운영 중인데, 우리나라의 개정안과 이들 국가의 법안과 비교하면 모호한 점이 없다는 설명이다. 프랑스의 노동법은 '자신의 권리와 존엄을 침해하거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훼손하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로힘으로 규정했다. 캐나다의 퀘벡 주는 '적대적이거나 원치 않는 행위, 말, 동작, 몸짓 등으로 상대방을 괴롭히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직장갑질 119는 "해외 사례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불명확하지 않고, 하위 법령을 통해 괴롭힘의 구체적인 행위를 정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직장갑질 119에 따르면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서, 피해자를 보호할 마땅한 장치가 없는 상황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직장갑질 119는 피해자로부터 받은 제보를 공개했다. 한 여성 노동자는 상사의 부당한 업무지시에 불복하자 폭언을 들었다. 이후 상사의 지속적인 괴롭힘이 시작됐다. 상사는 특별한 이유 없이 소리를 지르고 비속어을 사용하며 폭언을 했다. 이 상사는 결재서류를 올려 놓을 때 허리를 살짝 숙이고 공손한 자세를 취하라는 지시도 했다. 
 
국회 환노위 소속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매년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이 의원이 경찰청, 국민건강보험공단, 근로복지공단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정신질환으로 치료받은 직장인은 55만8255명이다. 2013년 38만7876명이 치료를 받았는데, 매년 증가세다. 반면 산재 신청률은 0.04%에 그치고 있다. 1만명 중 4명만 산재를 신청하는 셈이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정신질환이 발병, 치료받는 직장인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의원은 "직장인들이 업무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쉽게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직장인 정신질환의 산재 접근권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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