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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공모주 투자자가 뿔났다…개인 무시하면 ‘떠납니다’
2018-10-22 08:00:00 2018-10-22 11:24:37
주식시장에는 ‘공모주 투자자’라는 부류가 있다. 장내에서 일반 주식을 매매하기보다는 주로 기업공개(IPO) 때 공모주 청약에만 참여하는 투자자들이다. 공모가로 받은 주식의 주가가 상장 후에 더 오른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런 경우가 많더라는 경험칙에 의존해 이런 투자를 하는 것이다. 
 
공모주 청약은 경쟁도 치열해 한도를 채워서 청약해도 실제 손에 쥐는 주식은 몇 주 안 된다. 그래도 거기에서 만든 차익을 차곡차곡 모으면 은행예금 같은 금융상품에서 얻는 수익보다 쏠쏠하기 때문에 여러 증권사를 찾아다니며 계좌를 만들고 공모기업을 분석하고 청약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주식으로 대박’을 꿈꾸기보다는 작은 이익을 꾸준히 모으겠다는 사람들의 성향이 어떨지는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최근에 크게 화를 낸 일이 있었다. 금융당국이 공모주 청약 과정에서 기관과 개인(일반청약자) 등에게 배정돼 있는 비율을 증권사 자율에 맞기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개인들 특히 공모주 투자자들이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왜일까? 
 
겉으로만 보면 개인 20%, 우리사주조합 20%, 코스닥벤처펀드 30%, 하이일드펀드 10%, 나머지 20%는 기관, 이렇게 나뉘어 있는 벽을 없애면 개인도 공모주식 전량에 대해 기관, 펀드 등과 똑같은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거라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는 증권사 자율에 맡길 경우 거의 모든 공모주가 기관과 펀드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기관에게 넘겨도 쉽게 처분될 텐데 굳이 번거롭게 일을 만들어 개인을 끼워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공모주 대신 메자닌을 대입해보자. 채권이지만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달린 전환사채(CB), 교환사채(E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은 투자자들에게 인기 있는 투자상품이다. 회사가 망하지만 않는다면 안정적인 이자를 확보한 채로 채권을 발행한 기업의 주가가 오를 경우 추가 이익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메자닌 채권을 발행하는 기업들은 많지만 개인에게까지 기회가 돌아오는 일은 드물다. 기관과 사모펀드가 다 가져가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도 사모펀드 투자에 참여할 수는 있는데, 실질적으로 고액 자산가에게나 열려있는 시장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문턱이 너무 높다. 
 
요즘 인기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 부동산펀드나 부동산투자신탁회사(REITs)는 또 어떤가? 관련협회 등이 조사해 발표하는 통계를 보면 부동산펀드와 리츠 시장은 계속해서 크고 있는 것이 보이는데 개인들이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은 극소수다. 
 
이를 두고 어느 개인 투자자는 이렇게 표현했다. “자기들끼리 좋은 거 다 먹고, 먹기에 애매한 것만 개인 밥상에 올려준다”라고. 
 
투자주체별 공모주 배정비율을 없애겠다던 금융위원회는 개인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일단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당초 예정했던 ‘자본시장 혁신과제 추진방안’ 발표도 연기했다. 좋은 뜻으로 개선안을 준비했겠지만 결과가 나쁘면 선한 의도는 무시될 수밖에 없다. 부디 따돌림 받고 있는 개인을 배려하는 정책이 나오기를 바란다. 
 
다들 먹고 살기에 퍽퍽한 환경이라서 그렇겠지만, 증권업계도 개인을 밀어내는 일을 줄였으면 좋겠다. 변심한 고객들이 시장을 어떻게 바꿔놓을 수 있는지는 자동차 쪽으로 눈을 돌려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김창경 증권부장 /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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